제목: 연홍

작가: 윤해월

출판사: 블랙아웃

출간일: 2018.01.11

분량: 본편 2권 

 

 

 

 

 

 

 

 

#point 1 한 줄

 

 

곧 청명한 빗소리가 솨, 소리를 내며 숲을 뿌옇게 뒤덮었다. 달로와 홍위가 탄 말 주변으로 바삐 다가온 종복들이 우장을 펼쳐 들었다.

 

아. 사저에서 돌아오는 그이의 갖신이 다 젖겠구나.

 

 

 

#point 2 줄거리

 

 

기: 초원의 8부족을 통일하여 건국한 대료의 황제 유가는 한족이 세운 경나라 해주성 성주 세유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성을 점령한 유가는, 세유의 한 발목을 불구로 만든 후 향정원에 유패한다. 제1황자 홍위는 생전 어머님이 머물던 향정원에 숨긴 포로가 궁금해 태감으로 변복 후 숨어든다. 세유는 유가를 꼭 닮았지만, 모정을 그리워하는 홍위에게 정을 준다. 둘의 애뜻한 만남은 곧 들키고, 홍위는 남경으로 쫒겨난다. 

 

승: 11년 뒤, 황제가 죽고 홍위는 비로소 황궁으로 돌아와 세유를 찾아간다. 홍유는 세유에게 남경에서 돌아오면 자유를 주겠노라 약속했었고, 노각은 그 약속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홍위를 황제로 만든다. 하지만, 황제가 된 홍위는 핑계를 대며 세유의 방면을 계속 미룬다. 결국 세유의 간청으로 그를 놓아주지만, 세유를 도저히 보낼 수 없던 홍위는 세유를 다시 데려온다. 아버지와 같은 집착에 세유는 치를 떨고, 노각은 홍위를 죽여서라도 세유를 풀어주려고 한다.

 

전: 한편, 해주성을 잃고 노각의 도움으로 새 신분을 얻어 비서령으로 살고 있는 채륜은, 유가와 노각을 살려 준 세유의 과거 판단이 해주성 비극을 불러왔다며 세유와 홍위, 노각 모두를 죽이려 계획한다. 홍위는 세유를 사랑한 노각이 아버지 유가와의 맹약을 깨고 선황을 독살했고, 현황제인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세유는 자살을 시도하고, 홍위는 자신의 곁에서 살기 거부하는 세유를 끝내 보내준다.

 

결: 세유는 해주성으로 가는 길목에서 채륜을 만난다. 채륜은 세유에 관한 원망을 내 뱉으며 나머지 한 발목마저 불구로 만들고 불을 지른 뒤 자살을 한다. 채륜이 부른 홍위가 나타나 세유를 구하지만, 홍위는 큰 화상을 입고 황제에서 물러난다. 세유는 상황으로 물러 난 홍위의 곁에서 머문다. 태상황궁보다 해주성 옛터에 더 오래 머무는 두 사람은 더 없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노각

 

 

BL시대물을 배경,설정없이 편히 보시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판타지 시대물이나 퓨전 시대물이라는거죠. 물론, 대부분 명청대 관명, 장소, 의복 명칭을 차용하더라도 소설에서 가상시대를 설정한 것이니 디테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전적인 창작도, 고증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자시, 12시, 옥경, 패니스를 다 섞어쓰는건 동서고금이 짬뽕되는 평행세계물도 아니고... 생각 없고 자료조사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대물에서는 '핫핑크' 입술이 아니라 '산호빛' 입술로 서술하는것은, 그만큼 분위기와 서술톤에 독자가 잘 빠져 들 수 있게끔 도와 주는 작가님의 배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점에서 시대물을 '잘'쓴다는 것은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저는 '뭘 알아야 하는지' 제대로 감을 잡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비슷한 냄새가 아는게 아니라, 정말 그 '시대'의 냄새가 나는 시대물을 쓰는 소설이 많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저도 황제공이 보고 싶고, 특정 클리셰가 땡기면 그냥 키워드로 찾아 봅니다. 그리고 뭐든 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같은 독자에게 유해월 작가님은 정말 귀합니다. 씬이 많고 적고를 따질 것이 아닙니다. 찐시대물이라는 것만으로 BL계의 산삼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분명 홍위와 세유일텐데도, 제가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는 노각입니다. '환'의 외전이 오랜시간 뒤에 나왔기에, '연홍' 역시 외전을 기대해봐도 될까? 그런 희망이 퐁퐁 솓았는데요, 그렇다면 부디 주인공은 노각과 채륜 커플이길 바라고 바라옵니다.

 

초원을 뛰놀던 노각과 유가, 팔부의 수장이 된 유가와 유가의 의형제 노각은 다리를 다치고 하얀 고니가 성주로 있는 해주성 근처에서 조난 당합니다. 그리고 사람 좋은 성주와 그의 친구이자 의원인 채륜은 다친 이리를 성안으로 들이고 치료해 주죠. 노각과 유가는 세유를 보고 한눈에 반합니다. 채륜은 익숙합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성주 세유를 사랑했으니까요. 그래도 노각도 그럴건 뭡니까? 저는 노각이 좋은데 말이죠.

 

하지만, 노각은 유가의 충신이었고, 유가가 세유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안 순간 본인의 애정을 밀어둡니다. 그리고 마음씨 좋은 이 사내는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채륜에게 곁을 내주죠. 씁쓸한 헤어짐을 맞이했지만, 노각은 자신을 좋아해주고, 돌봐주고, 제법 친해진 채륜과 세유, 해주성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합니다. 

 

노각은 단순했습니다. 유가를 위해 싸우면 됐었죠. 하지만, 해주성을 치러가는 유가를 보면서 처음으로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리고 이 우유부단함을 평생 후회하죠. 유가를 말리지도 못하고, 그러면서 끝내는 해주성에 갔으면서도, 채륜도 세유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채륜은 전신에 화상을 입었고 세유는 절름발이가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노각은 어딘가 이 이야기 끝에도 해피엔딩은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던걸까요? 어쩌면 정복자인 제 형의 연심은 제법 깊고, 무장으로서 검을 잡지 못해도 유가의 옆에서 세유가 행복할 수 있을거라고, 채륜이 해주성에서 그랬던 것 처럼 자신도 채륜을 대료에서 잘 돌보고 정착시켜 줄 수 있다고, 그렇게 믿었을지도요. 하지만, 앵속에 중독되는 세유와, 그런 세유의 모습을 즐기는 황제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든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노각은 세유의 곁에 가장 오래 있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한번도 세유에게 마음을 표현해 본 적 없었죠. 그러면서도 세유를 위해 무식하고 순진한 초원의 전사는, 모략꾼이 되어, 평생을 동반자로 충성을 받쳐온 주군을 독살하고, 강보에 쌓인 간난아기씨부터 모셔온 황제를 시해하려고 했어요. 정말 아무 보답도 바라지 않은 연정 하나만으로요.

 

"반역은 제 하늘과 제 나라를 배신한 자에게 씌워저야 하는 굴레다. 형님은 그들의 황제가 아니었고, 대료는 그들의 나라였던 적이 없었다."

 

저는 노각의 이 대사가 문득, 연정에 대가를 바라는 것은 '본디 그 굴레 안에 있어야 하는 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번도, 노각은 세유의 굴레 안에 있었던 적이 없었고, 그래서 세유가 노각이 아닌 다른자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노각에게 배신일 수 없고, 그것이 노각이 세유를 위해서 일생을 희생하면서 살지 않을 이유가 되지도 않죠.

 

어쩌면, 이 소설에서 노각과 채륜은 가장 바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한순간도 원하는 것을 가져본적 없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노각은 그중 살아 남았고 남은 여생을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 노각의 빈 손이 참 속쓰립니다.

 

소설 말미에 일러스트가 저는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전 리뷰에서, 일러스트에 태클 잘 안 거는데, 지금까지 딱 2번 있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나머지 하나가 연홍이었습니다.

 

연홍의 결과는 분명 해피엔딩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홍위가 세유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모두의 해피엔딩이라고 보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저에게 연홍 속지 일러스트란?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여운 브레이커라고 말하겠습니다. 뭐... 긴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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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꽃감옥

작가: 달케이크

출판사: 이색

출간일: 2015.03.29

분량: 본편 4권 

 

 

 

 

 

 

 

#point 1 한 줄

 

 

" 어떻게든 숨 쉬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게 사랑이었구나... 어떻게든 나를 꽃 피우려했던... 결국은 꽃 피우고만 심윤협이 사랑이었구나..."

 

 

 

#point 2 줄거리

 

 

기: 멸망한 월국의 왕자 양소완은 월국을 멸망시킨 공로로 진국의 표기장군이 된 심윤협과 혼례를 한다. 궁형과 실의로 삶의 의지를 잃어 가는 소완은 윤협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윤협은 소완의 식성부터 작은 버릇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월국의 세자인 경문을 따라 진에 볼모로 왔을 때, 자신들을 호위하던 부관이었고, 그때부터 좋아했노라고 고백을 한다. 

 

승: 소완은 자신을 극진히 보살피는 심윤협을 보며 삶의 의지를 갖는다. 더불어, 월국이 멸망한 날의 일을 유민들을 찾아다니며 확인하고, 잔혹하고 거만한 태자 천효의 부대가 자신의 가족을 도륙했음을 알아낸다. 태자 천효는 소완의 궁형을 주도한 이기도 했다. 소완은 태자 천효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지만, 한편으로 복수가 성공한 후 혼자 남을 윤협을 걱정한다.

 

전: 과거 윤협은 소완에 대한 마음을 외면한채 그를 월국으로 보내고, 그를 잊지 못해 월국으로 찾아가지만, 세자 경문에게 저지 당해 소완을 보지 못하고 돌아온다. 결국, 윤협은 소완을 갖기 위해, 월국을 멸망시킨다. 이 사실이 태자 천효에 의해서 소완에게 알려지고, 소완은 윤협을 칼로 찌르고 궁으로가 천효와 자신이 함께 역모를 꾸몄다고 상고한다.

 

결: 태자를 폐위시키는데 성공하지만, 소완 역시 요참형을 받는다. 감옥에 찾아온 윤협에게 소완은 그대를 사랑했음을 고백하며, 아이도 낳고 잘 살아 남으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 다음날 윤협은 태자 천효를 난도질하여 죽이고, 그의 양물을 가지고 와 소완에게 자신이 모든 것을 버렸다고 말한다. 소완과 윤협은 탈옥하여 진을 벗어난다. 둘은 생채기 가득한 삶을 함께 살아가기로 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상처 입은 당신에게 꽃을...

 

 

달케이크 님은... BL소설인 '꽃감옥'과, 로맨스 두 작품을 낸 뒤 긴 휴지기 후, 올해 로맨스 신작을 출시하셨습니다. 제 개인적인 감회입니다. 저는 '꽃감옥'을 넘는 작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덜트 베이비'나 '임신계약'이 재미없었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만큼 꽃감옥이 훌륭했고, 부디 다작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꽃감옥'은 배경에 공들이지 않은 BL시대물입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도 있고, 저도 잉? 뭐지? 이해 안가는 구성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꽃감옥을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작품 속에는 '양소완'과 '심윤협'의 마음이 꽉~ 차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 밀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꽃"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소완이 윤협에게 주는 꽃, 윤협이 소완에게 주는 꽃, 윤협을 닮은 매화 꽃, 소완이 그려준 설중매, 제목에 등장하는 '꽃'감옥 모두 다양한 심상을 담고 있습니다.

 

소완은 변변치 않은 출신에 승은을 입어 후궁이 된 어머니에 의해 공주로 자랍니다. 황자로 태어나면 질투와 견재를 받을 거 같았거든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학문과 무술을 익히는 형제들과 다르게, 약하지만 아름답게 자랐죠. 10살 때 공주가 아님이 밝혀지고, 어머니는 죽고 자신은 간신히 살아남아, 경문의 보호 속에서 눈치밥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세상에 유일한 내 편은 경문뿐인, 가득이나 외롭고 서러운 삶인데 윤협은 소완을 더 서럽게 만듭니다.

 

하지만, 윤협 딴에도 속타기는 매 한가지였습니다. 어느날 노크도 없이 불쑥 가슴 한켠에 들어온 타국의 왕자를 밀지도 당기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보니 공연히 짜증내고 화내고 밀어내고 상처주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멋쩍게 웃으며 잘못한 것이 있으면 알려 달라며 꽃을 내미는 소완을 보면, 울컥거리며 샘솓는 감정에 이름을 붙히기 힘들죠. 첫사랑, 첫사람, 이런 사람도 감정도 하나뿐이라고 알려주는이가 있었다면 잊으려는 헛된 시도는 안 했을 텐데... 윤협은 소완을 월국으로 고백 한번 못하고 보냅니다.

 

소완을 보내고서야 윤협은, 소완없이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몇날 몇일 몸져 누워있던 윤협은, 부모도 나라도 버리고 월국으로 소완을 보러갑니다. 하지만, 이복동생을 사랑한 경문은 윤협을 월국밖으로 추방하죠. 윤협은 소완을 보지 못한다는 공포감과 절망감에 휩싸여 극단적 선택을 합니다. 바로 월국을 멸망시키는 일이죠. 윤협은 타고나 기지와 무위, 그리고 상처입은 연심과 그리움에 미쳐 월국을 정복하는데 정복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소완의 모든 가족을 죽여 효수하고 소완만을 구출해 집으로 데려오죠.

 

죽으려는 소완이 살기만 했으면 좋겠다, 살기로 한 소완이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나를 좋아하는 소완이 나를 떠나지 않고 계속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윤협의 욕심이 나날히 커져갔습니다. 그와 비례해서, 두려움도 커져갔죠. 자신을 위해 꽃을 말리는 소완을 보며, 언젠가 소완에게 자신이 월국을 멸망시키는데 앞장서게 된 일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루게 됩니다. 그리고 최악의 방법으로 소완은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전쟁은 국가의 일이고, 장군은 황제의 명에 따라 움직이니, 월국과의 전쟁에서 공신이 된 것을 알았어도 윤협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완은 가족들이 잔인하게 죽고, 나라가 멸망한데 자신이 계기가 되었다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소완은 윤협을 죽이려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기에, 자신을 죽이려 합니다. 그러나, 애당초 모든걸 버릴 수 있는 건 소완뿐만이 아니었어요.

 

'꽃감옥'의 커버 일러스트가 꽃그림이었다면 저는 1.5배 정도 더 많이 팔리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일단, 저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윤협은 머리가 짧지만 기골이 장대한 미소년도 아니고, 소완은 일단 머리가 길죠. 중간에 납치당해 버리가 잘린 적이 있지만, 그때를 그렸다면 붕대에 감겨 있었겠죠. 소설에 커버 태클은 잘 걸지 않는데, BL life에 딱 2번 있는데, 슬프게도 1번이 '꽃감옥'이네요.

 

이미지로 기억되는 소설들이 있습니다. 안개비, 반딪불과 습한 열기, 뽀득뽀득 눈밟는 소리와 눈부신 설원, 담배연기 가득한 가로등 아래...

 

꽃 감옥은 노을과 꽃 밭을 등진 소완의 모습이 한 장의 그림처럼 남아 있습니다. '찬란하다.' 붉고, 금빛으로 물든 정경, 미소가 잘 어울리는 미소년, 그것을 보는 수줍은 미청년, 앳된 연인들, 고고한 설중매를 뒤흔드는 불타는 모란화... 참 예쁜글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외전을 기다리는 소설들은 제법 됩니다. 그중에 조금은 불완전한 결말을 맺고 외전을 예고한 경우도 있지만, 정말 순수하게 더 읽고 싶어서 기다리는 외전들이 있습니다. '꽃감옥'의 말미에, 장백이 덜렁 한 글자 적힌 서신을 보고 얼마나 짜증을 부렸던가요? 이제는 친우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돌아올 때가 되었죠. 작가님... 외전 쓰고 계신가요? 사실, 올해 신작 나왔을 때... 꽃감옥 외전도 나올 것 같다는 촉이 왔습니다. 매달 말에 다음달 신작 스케줄 확인하고 있는데... 이제 이 촉도 이제 수명을 다한건가요? ㅠ.ㅜ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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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팔랑팔랑 차오르는

작가: 리루

출판사: (주)현대지능개발사

출간일: 2020.09.11

분량: 본편 1권

 

 

 

 

 

 

 

 

 

 

 

 

 

 

 

 

# point 1 한 컷

 

 

(주)현대지능개발사

 

 

 

 

# point 2 줄거리

 

 

기: 중학교 교사 이와타는 연락이 소원했던 여동생 유키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동승한 다른 남자, 그의 동생 요시히코와 살아남은 조카의 존재를 알게 된다. 요시히코와 이와타는 서로의 조카인 소라를 함께 양육한다. 이와타는 사교적이고 소라를 잘 돌보는 요시히코가 자신에게 이성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요시히코가 없이 소라를 키우는 생활을 상상 할 수 없었기에 모른척 한다.

 

승: 그러던 어느날 이와타는 요시히코에게 대뜸 호텔에 가자고 제안을 한다. 요시히코를 붙잡아 두려하는 이와타에게 요시히코는 함께 소라가 잘 커가는 모습을 보고싶었다고 말한다. 이와타는 순수한 요시히코의 마음을 되돌려주고 싶어졌다. 뜨밤을 보낸 두사람은 연인이 되어 행복한 신혼을 즐긴다. 요시히코의 전 남친인 테츠오가, 죽은 형의 차용증을 가지고 오기 전까지...

 

전: 사라진 아버지, 시설에 맡겨 놓고 찾아오지 않는 어머니, 빚을 떠넘긴 형, 하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요시히코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형의 빚을 갚기 위해 테츠오의 가게에서 몸을 팔았었다. 공사장 현장직만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었기에, 요시히코는 테츠오의 가게에 주임으로 들어가 일을 시작한다. 낮,밤으로 일하며, 육아와 고등학교 입시까지 준비하던 요시히코는 나날히 마르고 결국 쓰러진다.

 

결: 요시히코가 눈을 떳을때는 테츠오의 집이었고, 외박을 했음을 알게 된다. 걱정이 된 이와타는 테츠오의 가게에 찾아오고 요시히코의 과거와 형이 남긴 빚을 알게 된다. 이와타는 요시히코에게 가족이라고 말해준다. 가족이니까 과거가 어쨌든 함께 살아가자고 안아준다. 요시히코는 테츠오의 가게를 그만두고, 고등학교에 입학을 준비한다.

 

 

 

#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착한사람은 착한사람을 만나야 한다.

 

 

"이봐, 요시히코, 네가 원하는건 언제나 가질 수 없는 것이야. 너를 버린 어머니가 한번이라도 시설에 얼굴을 비춘 적 있었어? 네가 하나뿐인 형을 믿어도 한번이라도 성실해진적 있었나?"

 

개과천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수십년이 지나도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거죠. 둘다 맞는 말이겠지만, 후자가 더 흔히 발생한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변성암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압력을 견뎌내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고, 관성이라는 것은 가는 방향이 정해져 있는 법이죠.

 

요시히코는 가족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들을 믿어야만 했지만, 그것은 늘 가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믿음이 먼저였을까요? 아니면 그 믿음을 이용하는자들이 먼저였을까요? 만약 믿음이 먼저였다고 하더라도, 믿음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믿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응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져야 맞겠죠.

 

요시히코의 형은 아무리 믿어줘도 성실해 지지 않았습니다. 늘 방탕하게 살다가 빚을 지고 와서, 요시히코에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했죠. 그리고 요시히코는 그 빚을 청산하기 위해 몸을 바쳐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형이 죽고 남긴 아이마저 맡게됐죠. 하지만, 요시히코는 짜증내거나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형도 가족이고, 소라도 가족이었으니까요. 

 

테츠오는 그것을 '가족놀이'라고 비웃으면서, 소라가 사실은 요시히코의 형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죠. 그래서 호적에 올리지 않은 거라고요. 결국은 소라는 이와타의 여동생, 유키의 아이는 맞지만 요시히코의 가족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요시히코는 세상에 이어진 것이 없어지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소라가 클 때까지 자신의 과거를 숨긴다면, 그때까지는 가족으로 함께 있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테츠오는 요시히코의 마음에 닻을 무참하게 끊어 버립니다.

 

그렇지만 이때 우리의 중학교 선생님은 발분합니다. 이와타는 중매에 열을 올리는 교감에게 단호하게 말합니다.

"제대로 된 가정이 그렇게 중요한가요?"라고 말이죠. 그리고 동성인 연인과 함께 아이를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폭탄발언도 합니다. 

 

혈연이라는 것이 분명 가족의 '시작'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발상 아닌가요? 30년만에 나타나서, "내가 너의 아버지다."라면 존경감이 생기고, 피로서 알아본다니요... 멕시코에서도 한국인을 보면 알아봅니다. 중국인, 일본인과 다르거든요. 그 정도로는 알아볼 수 있겠죠. 피는 무슨, 뱀파이어도 아니고...

 

갈고 닦아 귀해지는 것이 인연이라면, 가족도 마땅히 그래야합니다.  돌아온 요시히코에게 폭 안기는 소라를 보며, 아이의 존재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아침이 온다.'라는 소설에서도, 분명 '아이'라는 존재는 불임부부에게, 미성년 미혼모에게 고통의 존재였지만, 또 그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데 계기와 원동력이 되잖아요.

 

소라 역시, 요시히토에게 보답 받지 못할 줄 알면서도 포기 할 수 없었던 가족으로부터의 구원을, 아와타에게 무심하고 서툴러 이해해주지 못해 멀어져버리고 끝내 죽어버린 여동생에 대한 만회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BL소설 속 발암가족에 대해서 리뷰 할 때도 잠시 언급했지만, 가족 악역의 존재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뉴스를 볼때도 늘 그런생각을 하지만... 제발 착한사람은 착한사람만 만나고, 못된 사람은 못된사람들끼리만 만났으면 좋겠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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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후안무치

작가: 진양(陳羊)

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7.07.03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 point 1 한 줄

 

 

"예. 가운데가 노랗고 가장자리가 하얀 것이 꼭 계란 같지 않사옵니까?"

......

"그런데 황상과 함께 놓고 보니 태양인 것도 같사옵니다."

 

 

 

point 2 줄거리

 

 

기: 외척과 환관세력이라면 질색하는, 워커홀릭 황제 이연으로 인해 과로로 홍태감이 병든다. 그대신 청소 할 환관을 수소문하던 채공공은 청소귀신 소귀자 유약우를 찾는다. 살인적인 청소양, 이연이 일부러 더럽혀 놓은 구석진 흔적도 말금히 닦아 놓는 청소광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이연은 고얀 유태감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승: 황제 이연은 유약우를 자신의 앞에서 청소하게 시킨다. 리듬감 있게 움직이는 엉덩이와, 괴롭힐 때마다 쩔쩔매는 모습에 재미들린 이연은 약우에게 칠 장난 생각에 연일 신나 있었다. 한편, 약우는 소귀자에서 초소귀자로 진화한다. 어느날 이연의 황색 원삼에 묻은 검댕이가 하필 애매한 아랫도리에 묻고, 그곳을 터는 약우의 손짓에 묘한감정을 느낀 이연은 약우를 오밤중에 부른다.

 

전: 약우는 낮에는 청소를 밤에는 황상을 모시는 생활을 한다. 그리고 이 소문이 돌면서, 약우에게 청탁선물들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어찌해야 할바 몰라 전전긍긍하는 약우를 보며 이연은 말할 기회를 주지면, 약우는 속앓이면 한다. 한편, 이연은 황후 주신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고판관과 함께 있는 약우를 보는 순간 다 공사가 되고 성질을 부리는 이연 앞에 약우는 쓰러진다.

 

결: 이연은 약우의 문제를 한큐에 해결해주고, 약우를 건천궁 안에만 둔다. 과도한 승은으로 멀쩡한 날 없는 몸이 삐걱거리던 어느날 황태후가 약우를 부르고, 약우는 황상에게 누가 되면 황궁에서 나가겠다고 읍소한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던 야차같은 이연은 약우를 건천궁으로 데리고 오지만, 곧 약우의 요망함에 녹아든다. 요망한 환관과 무치의 황제는 꽁냥거리며 잘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요망수, 어디까지 봤나?

 

 

후안무치는 짧습니다. 2권을 합쳐도 10만자 정도밖에 안 되고, 구어체로 쓰여 있어서 마치 한편의 마당극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마당극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므흣'한 재미도 있으니 더욱 아름답다고 할 수 있죠.

 

만연체, 심각하고 복잡한 이야기가 지칠때, 심신 HP 충전 필요할 때, 요 요망수가 제법 효과적입니다.

 

요망수 중에 중급이라면 유혹수라고 생각합니다. 유혹이 실패하면 유혹수가 아니니 유혹이 성공하려면 매력이 있어야겠죠. 그리고 그 매력으로 공을 정복시킬 수 있는 계략도 있어야 하니, 일종의 계략수 능력수 루트도 함께 밟는 경우가 많겠습니다.

 

요망수의 하급은 '단순' 미인수죠. 사실, BL에 추남수나 추인수가 있을리가 없잖아요. 그러니 어떻게 보면 미인수는 일종의 디폴트 값일 텐데, 문제는 단순히 얼굴만 믿고 설치는 무매수가 있다는 겁니다. 다들, 한두명 정도는 머리에 떠오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구매자 리뷰에 '도대체 왜 공이 수를 사랑하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라고 쓰게 되는... 그 '수'인 셈이죠. 예쁘게 생겨서, 무슨 떼를 써도 그냥 좋고 아껴주고 싶다라는 결론 밖에요.

 

요망수의 상급은 '본태성 페로몬 질질 흘림 받고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 발사' 수 입니다. 이게 무슨말인가요? 혼자서 자기 일은 열심히 하는데, 페로몬이 뿜뿜해서 므흣한 일이 자꾸 생깁니다. 그래서 본의아니게 좌충우돌 사고에 휘말리죠. 그러면 짜증이 날 수도 있고 도망치고 싶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때도 성실한 근성의 이 요망수는 그 자리에서 공에게 고양이 눈빛을 발사합니다. 자기가 걱정하는 공은 호랑이일 줄도 모르고, 본인이 요망한 줄도 모르고 말이죠.

 

후안무치에는 상급 요망수가 나옵니다. 특히, 외전에서 약우의 요망이 빛을 바라죠. 신분적 제약과 신체적 압박에 이연을 저어하던 약우가, 이연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고 어린 뱁새마냥 답삭답삭 안기게 되었습니다. 건천궁을 나오지 않으나, 건천궁 밖에서 요망한 환관으로 유명세를 나날이 갱신해 가고 있던 차에, 호기롭고 호기심 많은 이웃나라 왕제가 요망한 환관을 보려고 무리하게 사신단에 끼어 옵니다.

 

이때도 분명히 약우는 정원 청소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길잃은 외국 사신단 길만 알려줬죠. 하지만, 왕제는 약우에게 자신의 17번째 아내가 되라고 합니다. 이연이 아끼고 아껴서 작위도 안 주고 건천궁에 끼고 살고 있었는데 이게 왠말이랍니까? 그렇게 본의 아니게, 황제가 이웃나라 왕제를 연회에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역시 요망수의 마지막 필살기는 그렁거리는 고양이 눈빛이죠. 약우는 오물거리는 입술로, 더듬거리는 몇마디로, 이연의 분노를 잠재웁니다.

 

정말 요요요요요요요요마마마마마마마마망하다, 유약우! 

 

역시 찐은 찐을 알아보다 봅니다. 찐 무치와 찐 요망,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다 워커홀릭이기 때문인가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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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연

작가: 그웬돌린

출판사: 요미북스

출간일: 2018.01.05

분량: 본편 5권

 

 

 

 

 

 

# point 1 한 줄

 

 

"이신연. 너는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가라. 나는 그리 해주겠노라고 나 자신에게 약속했었다. 어느 누구도 네게 강요하지 못하게 해주겠다고. 빛 속을 걸어라. 네가 좋은 곳으로 날아가 뿌리를 내려라. 이 내가."

 

황제의 입술 사이에서 기어코 울음이 샜다. 그는 울음을 삼키고 잠시 헐떡이다 말했다.

 

"이 내가, 화의 우기련이. 너의 자유를 보증한다. 이 세상 누구도 너의 자유를 해할 수 없을 것이다."

 

 

 

point 2 줄거리

 

 

기: 화제국 태자 우기련은 12살, 황궁에서 길을 잃은 5살 이신연을 만난다. 우기련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자신의 얼굴을 멍하게 보는 눈이 큰 아이에게서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한편, 이신연의 쌍둥이 여동생 이세연은 높은 지위에 대한 욕심으로 태자비가 되려한다. 신연 역시 첫만남부터 기련을 마음에 담았기에, 동생의 꿈을 지원해주면서도 아픈 연심을 숨기지 못하고, 험한 변방 군부대에 자원한다.

 

승: 신연은 매일 생사를 넘는 극한의 생활 속에서도 기련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세연은 황제의 병환일 길어지면서 태자비 간택이 미뤄지자, 가림국의 왕비단자를 넣고 간택 된다. 태자의 약혼녀로 6년을 지낸 세연의 배신에 놀란 신연은 제도로 올라와 기련을 찾아 간다. 그리고, 기련은 동생을 대신 해 용서를 빌겠다는 신연의 옷고름을 푼다. 매일밤, 신연의 참회의 밤은 이어진다.

 

전: 신연은 말라간다. 기련은 위태로운 시기 황후로부터 신연의 존재를 숨겨야했고, 신연은 세연을 대신 해 몸만 섞으며 기련의 마음을 갈구하는 연심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던 중, 신연은 친구인 소승서를 위해 재상의 딸 희사와 거짓약혼을 한다. 이 소식을 들은 기련은 신연을 간혹하게 겁간하고, 세연과 함께 가림국으로 떠난 신연을 잡아와 약을 먹이고 감금한다. 신연은 자해하고, 기련은 신연을 집으로 보내준다.

 

결: 기련은 자신을 두려워하는 신연을 곁에 두지 못한다. 기련은 비로소 신연이 듣고자 하는 대답을 해줄 수 있게 됐지만, 신연은 거부한다. 신연은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가림국으로 가는 도중, 홀로 여행을 선택하고 떠돌이 검객으로 지낸다. 1년 뒤, 신연은 다시 기련에게 돌아간다. 떠돌던 금잠화는 뿌리 내릴 곳을 찾아 간다. 기련은 신연과 '관례'라는 이름의 '혼례'를 치르고, 평생토록 함께 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고민 해 봤지만... "재밌다."고 밖에...

 

 

BL소설이 E-book, 웹소설로 이렇게 활발하게 유통되리라 예상하기 힘든 때도 있었습니다.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이 되어버렸지만요. 지금은 '장르문학'이라고 불리지만, 그땐 아마추어가 쓴 동인지가 거의 유일한 판로였었죠. 당시 한국BL은 아이돌이든 애니주인공이든, 패러디가 주류다보니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치중되어 있었죠.

 

하지만, 그때도 옥석같은 창작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독보적이었죠. 그런 선구적인 작가들이 생동감 넘치는 BL소설 업계에 시금석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이 아직도 '네임드'작가로 불리면서 창작 활동을 하시는 것이, 저는 굉장히 의미 있어보여요. 물론, 그웬돌린님도 그 중 한 분입니다.

 

그웬돌린님 작품 중에 '인연'은 초기 작품입니다. 위에 적은 출판일은 리디북스 e-book기준인데, '인연'이 태어났을 시점을 '출판일'로 보자면, 정말 멀~~리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솔찍히, 언제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웬돌린님 작품중에서도, 타 작가님의 유사 클리셰의 작품 중에서도 '인연'보다 세련되고 디테일이 훌륭한 작품들은 많습니다. 죽은자와 산자는 동명이인인가? 좌식과 입식의 하이브리드? 자객 앞에서 입트이는 신기한? 등등...'인연'을 읽다보면, 설정, 구성, 때론 문장 자체가 뚝뚝 흐름을 끊을 때가 있습니다. 사족 같은 문단도 잊을만 하면 등장하고요. 물론, 우기련과 이신연이 사랑하는 것 이외에 모든 것은 부수적일 뿐이다!라면 괜찮을지 모르겠으나, 저는 어?하면서 꾀나 뒤적거리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해요. 아직까지 '인연'보다 재밌는 책을 못 찾겠어요. 세면서 본 재탕 횟수만 20번이니, 실제로는 수십번을 봤을 텐데... 아직도 보면 재미있어요. 책을 보면, 제딴에 어떤 포인트에 꽂칩니다. 때론 죄없는 친구를 잡고 열변을 토하고, 때론 홀로 도취해 불꽃 리뷰를 쓰고, 때론 구매처에 영혼을 끌어 모은 영업글을 쓰게 되는 원동력이 되죠. 

 

가슴을 울린 진동수에 따라 리뷰에 혼신을 다한다면, '연인'은 정말 영혼을 불살라 하얗게 태워야 할텐데... "재밌다." 읽어도 읽을 때마다 재밌는데... 그런 원초적이고 단순한 말만 맴도는... 하지만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적으로 동일 작가의 '화도월해'만 '인연'에 비해, 원앤온리 다정공과 사랑스러운 미인수 등장은 기본, 문장은 훨씬 잘 다듬어졌고, 구성과 설정은 더욱 조밀해지고, 디테일은 세밀하게 공들인 것이 확연히 보임에도... 저는 '인연'같은 중독성... 물론, '화도월해'도 진심 대작입니다. 

 

많은 BLer들의 인생공 '우기련'... '연아~'귓가를 맴돌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만 과격한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기련의 애정은 문자 그대로의 폭력성을 지니고 있죠. '다섯 살의 너를 먹고 싶었다. 맛있을까, 궁금했었지.' 너를 먹고 싶고, 안고 싶고, 팔다리를 자르고 싶고, 나 없이 눈에 들어간 속눈썹조차 뺄 수 없는 너를 보고 싶다. 그것이 기쁨이라고 말하는 살벌한 집착남이지만, 그는 늘 다정한 태자이자 사촌으로서 다정히 신연을 부릅니다. 봄꽃나무와 닮은 어여쁜 나의 님, 신연에게는 늘 아련한 사랑이었죠.

 

하지만, 이런 우기련은 단 한번 그 가면을 던져 버립니다. 신연이 자신에게 작별을 청하는 순간 말입니다. 사모한다며 자신을 어찌 생각하지 묻는 신연에게, 기련은 몸으로 화인을 찍으려는 듯 잔혹하게 굴죠. 그리고, 신연을 태운 세연 혼례 행렬을 습격하고, 감히 자신의 사람을 탈취한 세연을 죽이려 합니다. 신연은 세연을 살리기 위해 기련과 함께 황궁으로 돌아오고, 감금은 시작 됩니다. 신연은 약에 취해 몸에 주도권을 잃어 버립니다. 몇 일인지 몇 개월인지, 앞은 보이지 않고, 온통 단편적인 음성뿐... 스스로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공포감에서 깨어나기 위해, 결국 스스로를 칼로 찌르죠. 

 

기련은 다정한 가면을 내려 놓았던, 일주일 안 되는 시간의 대가로 신연을 잃어버립니다. 신연은 이제 기련을 두려워합니다. 그 손길에 경기를 잃을 킬 듯 공포에 떨죠. 기련이 다가갈수록 신연은 불행해집니다. 그리고 기련은 아주 오래 전, 스스로를 백치라 서럽게 울던 신연에게 약속했던, 어디든지 자유롭게 날아 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언약을 지켜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기련이 원했던 애정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을 지 모릅니다. 재회의 순간, 신연은 기련에게 '죽게 되면 시체를 드리겠다'고 말하죠. 정말 낭만적인 고백법입니다. 하지만, 우기련이 많은 BLer의 인생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도착지가 '신연의 행복'이었다는 겁니다.

 

'내 사랑의 방식은 원래 폭력적이야! 나를 사랑한다면 이런 나조차도 사랑해줘! 너는 이런 내가 유일하게 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사람이니까, 외로운 나를 제발 받아주면 안 되겠니?' 네, 이런 '공'들이 없으면, 피폐물에 굴림수는 누가 예뻐해 주겠습니까?

 

하지만, 빻빻한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분명 이런말 조차도 너를 공포스럽게 만들어 떠나가게 할까 두려워 참아내는 애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그 애정이 더 절실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기련이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방식'보다는 그 절대적인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연에서 '세연'을 지뢰요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세연은 가문의 영달이나 신연의 노고를 고려하지 않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무소의 뿔처럼 달려나가는, 좋은 말로 하면 추진력 있고 나쁜말로 하면 이기적입니다. 아랫사람에게 윗전노릇하기 좋아하고, 신연의 친구 승서에게도 예의를 갖추는 법이 없어요. 확실히 '발암'이라 불릴 요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연을 좋아하는 마음과 겉과 속이 같은 투명함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미인은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떼어 놓고 봐도, 합쳐 놓고 봐도 완벽한 신의 걸작품과 설명하기 힘들지만 길거리를 걷고 있으면 눈이 절로 따라가는 미인... 제에게 '인연'은 후자같은 '미인'입니다. 눈이 가고 손이 가고, 그렇게 계속 찾게 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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