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9.03.15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 당신을 위해 살았다는 것, 그것 하나만은 죄가 아니라서. 남들 앞에 떳떳이 드러내기 못하고 보답받지도 못하는 감정일지언정, 그래도, 그래도 죄는 아니라서...... 그래서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청은 조용히 웃었다. 속눈썹에 옅은 그림자가 져, 생긋이 웃는 눈매 아래로 그늘이 드리웠다.

"당신께서는.... 제게 남은 유일한 결백이십니다."

"이제야 웃어 주는 구나."

황제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목이 살짝 잠겨 있었다.

"이렇게 어여쁘게 웃고는, 또 나를 떠나려 하는 것은 아니지?"

황제의 손이 그의 빰을 감쌌다. 거짓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집요하게 눈을 들여야보았다.

"저번에도 그랬어. 날 사랑한다 속삭이며 꽃처럼 웃더니...... 나를 두고 홀로 멀리 가 버리려했지, 야속하게도.:

"가지 않습니다."

" 그래. 우리는 영원히 같이 살자. 우리에게 영원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같이 죽자."

청은 웃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또한 청을 따라 희미한 웃음을 베어 물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지예락, 본명 지청은 6황자였던 신무련을 황제로 만든 1등 공신이자 오른팔인 대장군이다. 청은 변방 전장에 있는 황제를 대신하여 황후에게 비녀를 건내주기 위해 홀로 환궁한다. 평인인 청은 양인이 어향을 듬뿍 묻히고 음인인 황후에게 찾아가고, 황후는 갑작스러운 환열기를 맞는다. 청이 오랫동안 숨긴 황제에 대한 연정을 거론하며 청을 덥쳐오는 황후를, 청은 찌르고 황후시해 죄로 투옥되어 고문받는다. 황제는 옥사를 찾아가지만, 청은 마음을 숨긴채 죽기위해 황후를 연모했노라 거짓말한다.

승: 황제는 분노해 청을 폭행하고, 눈에 떴을 때 위안리치 된 허름한 전각에 누워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죽은 황후를 대신하라는 황제의 명에 잔혹한 정사가 반복된다. 청은 자신과의 비역이 황제의 명예에 누가 된다고 생각하고, 도망치지만 다시 잡혀 온다. 황제는 이미 자신을 사랑하는 청이 그 사실을 인정 할 때까지, 주변사람과 가족들을 모두 죽이며 고립시켰지만, 전각에서 조차도 청은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한편, 죽은 줄 알았던 황후는 깨어나고, 황제는 청에게 대장군 복귀를 명한다.

전: 하지만, 청의 신체와 정신은 이미 망가져 있었다. 전각에서 청을 돌봤던 태의는 청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 죽어가는 자들에게쓰는 마취연고를 바른다. 이를 알게 된 황제는 태의의 손가락을 자른다. 한편, 황후는 황제가 자신에게서 황손을 볼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자, 본국인 율국에서 온 형과 태의를 통해 몰래 타인의 씨를 임신한다. 그리고,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 청을 납치하여 고통스럽게 죽이려하지만 실패한다. 황제는 청이 음인으로 발현 되었으며, 태아에 용종이 유산되었음을 알게 된다.

결: 황제는 황후의 본국이 율국을 멸망시키고, 청을 납치하여 유산시킨 황후의 형과 태의를 잔혹하게 죽인다. 그리고 깨어난 청의 앞에서 스스로 독주를 먹고 함께 죽자고 한다. 황제가 깨어 났을 때 청과 한 침상에 누워있었다. 황제는 도망치지 않은 청의 선택을 기꺼워 하며, 다시 임신시킨다. 임신한 청은 대장군직을 내려놓고 황제의 침실에서 힘겨운 출산과정을 감내한다. 황녀를 낳은 청은 황후로 봉해진채, 황제가 만들어 준 황금새장에 갇혀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신체 피폐 1등! 빻빻 종합세트

이전에 정신피폐 1등, 긴사님의 '피난처'를 리뷰했었죠. 오늘은 신체피폐 1등, 바로 '단수지벽'입니다. 저는 피폐물을 정신피폐, 신체피폐, 상황피폐 세 가지로 나누는데요, 정신피폐를 다룬 작품은 많이 없습니다. 상황피폐에 한 요소로 가스라이팅이 가미되는 정도... 하지만, 신체피폐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일단, 폭력이 난무한 상황 속에서 수가 신체기능을 하나씩 잃어가면 신체피폐로 봐야 할 테닌까요.

많은 황제들이 수를 가두기 위해 발목을 부러트리거나, 발뒤꿈치에 못을 박거나, 족쇄를 채웁니다. 하지만, 대해단 황제 무련은 딱히 발목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냥, 걷는게 아니라 깨어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를 만들죠.

대장군으로 승승장구하던 건장한 사내가 죽음과 삶을 사이 둔 아슬아슬한 외줄에 몸을 올리기까지, 그 피폐함의 종류는 가히 종합세트라 부를 만 합니다.

처음부터 손에 말뚝을 박은 상태에서 머리를 박아 몸이 튕겨 나게 하죠. 반동에 의해 말뚝이 뽑힌 손의 상태는.... 굳이 묘사하지 않겠습니다. 총, 칼, 비녀, 정말 많은 것들이 청의 신체를 뚫습니다. 태의가 바른 마취 연고 때문에 청이 정줄을 놓는 건지, 황제가 머리를 너무 박고 빰을 때려서 정신을 놓는건지...

폭력 종합세트와 더불어, 빻빻한 피폐도를 올리는 것이 황제의 소름 끼치는 집착입니다.

6황자 시절, 권력에서 소외된 그에게 능글거리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귀족집안 자제, 풍류를 즐기는 지청이었죠. 글과 그림에 재주가 뛰어난 지청은, 여행을 다니며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을에게 사랑받는 화사한 미청년이었어요. 매몰차게 굴어도 무련공자님이 사랑하는 것이 생겼으면 좋겠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즐겨 소개하는 청에게 신무련은 집착을 시작합니다.

신무련은 청이 사랑하노라 말한 것들을 죽이고 불태워 없애죠. 그리고, 누명을 쓰고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해달라며 울며 매달리는 청에게 절대적 복종을 받아냅니다. 황제가 되어 아버지의 복수는 해주지만, 청에게 남은 가족을 빼앗습니다. 청은 반역을 저지른 동생을 손수 죽여야했죠. 그렇게 청을 고립시키고, 곁에 두기를 10년, 청은 황제를 사랑한다는 것을 숨기지도 못하면서, 황후와 비빈들을 들이라 포주노릇을 해요. 그럴 수록 황제는 청을 더욱더 막다른 곳으로 몰아 넣습니다.

죽어가는 청을 어여삐 여기고, 애절하게 매달리면서도 잔인하게 폭행하고, 심각한 조울증을 지닌 사이코패스 황제 폐하는 연신 소름끼치는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공포영화 잘 못보시면, 밤에 불끄고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산 속 추격장면을 혼자 밤에 불끄고 봤다가, 다시 일어나 불켜고 잤습니다. 혼수상태인 청과 황제의 도착적 정사장면은 보고 났더니 닭살이 돋아 있었구요.

저는 다공일수나 L없는 피폐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L이 있는, 사패 집착공을 많이 보게 되죠. 이런 류의 작품들은 '사랑을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모질게 굴 수 있나?'에 있어, 개아가공과 사패공만으로 설득력 부족한 장면은 개연성을 해치다 보니 부담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개아가공이 너무 쉽게 후회하고 너무 쉽게 용서를 받는 것도, 사패공이 갑자기 정상인처럼 생각하고 이해하기 시작한 것도 캐붕이 되기 쉽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한결같이 미친공이 정신나간 애정을 일관되게 강요하면서, 스토리를 캐리하는 작품이 귀하여 여겨집니다. 아이제님 작품에 미친공이 나오는 작품이 여럿되지만, 그래도 피폐함으로는 단수지벽이 단연 선두!

아슬아슬한 스릴감에 더해, 애절 한 스푼이 필요하시면 외전을 추천합니다. 도망을 포기한 사냥감에게 너그러워진 사냥꾼의 모습을 볼 수 있죠. 본편에서 만신창이가가 된 청의 삶이 조금은 복구 된 듯하여, 안도감도 살짝 들었어요.

네가 평안히 살고자 했으면 내 눈 뛰면 안됐다.는 황제의 대사가 무시무사한 이유! 올가미에 걸린 순간 몸부림 칠 수록 더욱 조여질 수 밖에 없는 포획 된 사냥감이 떠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동일 작가의 다른 작품 리뷰

 

2020/09/18 - [BL 소설] - [현대물/재회물] 내 옆집에 개가 산다 - 아이제

 

[현대물/재회물] 내 옆집에 개가 산다 - 아이제

출판사: 피아체 출간일: 2018.10.08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전 형이 태어나는 것도 못 봤는데... 죽는 것도 못 보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하루만 주면, 어디에 있든 제가 형 곁에 갈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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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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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요미북스

출간일: 2018.05.04

분량: 본편 8권

 

 

 

 

 

 

point 1 책갈피

" 가장 찬란한 자리에 가셨으면 했어요."

그 말에 그가 미칠 것 같다는 얼굴로 눈을 떴다. 그는 내 손을 잡았다.

"당신이, 제가 갈 수 있는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당신이 제 날개입니다. 저는 하늘을 날고 싶었던 것이 아닙니다. 날개를 가지고 싶었던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그가 나를 부르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어지럽혔다. 비통하고 절박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지금도 슬픔을 떨쳐내지 못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가 내 뒷목을 잡아 자신 쪽으로 당겼다.

point 2 줄거리

기: 날개를 가진 천인으로 태어난 설이련은 태자비로 내정 된 채 소천에서 어린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16세가 되어 태자비가 되기 위해 향한 황궁, 불현듯 전생의 기억에 혼란을 느낀다. 전생에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스승님과 닮은 얼굴을 한 태자 천이현은 열혈한 애정을 보이지만, 이련은 쉽사리 정을 주지 못한다. 전생에서 태자는 자신의 쌍둥이 형제인 스승의 모든 영광을 빼앗고, 스승을 괴롭히는 악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태자는 냉혹하지만 현명했고 강했다. 그리고, 폭력적이고 강박적으로 이련의 몸을 탐하고 길들였다.

승: 태자를 증오하면서도 두려워 하는 황후와 동궁의 후궁들에의해 이련은 수세에 몰린다. 살얼음판 같은 황궁에서 조용히 살고자 하는 이련의 희망은 무너지고, 그 중심에서 배신과 위기를 반복하며 노련한 암투가로 성장한다. 몇 번의 사건사고를 통해 황후의 권력은 꺽이고, 동궁의 후궁들은 사라진다. 그리고, 이련은 태자가 천문을 열어 다시 환생한 자신의 스승임을 알게 된다. 태자는 이련을 계속 보호하려하지만, 이련은 태자가 존귀한 자리에 올라 갈 수 있도록 스스로 금빛전장에 몸을 던진다.

전: 한편, 병약한 황제는 이련이 제사를 지낼 때 마다 건강을 되 찾는다. 황제는 아름답고 순수한 이련을 탐내며 태자를 몰아내고자 한다. 황제는 이련에게 천문을 여는 제사를 지내라 황명을 내리고, 태자의 대우를 해준다. 이련은 명실상부 예정된 황제인 태자가 자신 때문에 반역을 저질러 영원히 혼군으로 남는 것을 볼 수 없어, 황명에 따라 천제를 지내지만, 인신공양된 재물을 죽일 수 없었다. 그때, 하늘에서 비가 내려 천제를 막고, 이를 하늘에 뜻으로 믿은 백성들에 의해 황제는 양위하고 태자는 황제가 된다.

결: 황후는 폐위되고 끝내 궁비의 신분으로 추락한다. 한편, 이련은 이현이 자신에게 태아가 크지 못하는 약을 먹왔다는 사실과, 이련을 묶어 두기 위해 했던 많은 일들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하지만, 전생에 이현이 겪었던 비극의 진실과 기어코 천문을 열어 시간을 되돌려야만 했던 절실함을 알고 이현을 용서한다. 한편, 전생에서 이련을 겁간했던 대공은 현생에서 이련을 통해 천문을 열려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이현에 의해 화형 당한다. 전생의 복수를 끝낸 이련과 이현은, 딸 이영을 낳고 행복하게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다정'만으로 가질 수 없는 것

BLer로 살다보면, 가끔 빈정 상할 때가 있습니다. BL이라는 장르가 Subcuture다보니 주류와 비주류라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우수한 작품을 꾸준히 저술했다면 고정된 다수의 팬층도 있을 것이고, 쌓아온 신뢰와 명성이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전과 후가 좋게 변하지 않는 것은 눈살이 찌뿌려지죠.

화돌월해도 종이 서적으로 발간 됐을 때 4권짜리 책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8권세트 이북으로 나왔을 때 제가 아는 그 화도월해가 아닌 줄 알았습니다. 10만자 간당하게 한권으로 권수를 늘려 애~매하게 높은 가격을 측정한 구작들을 보면, 묘하게 10장짜리 회수권 빗겨찟어 11장 만든 것 같은 찝찝함 느껴져요. 요미북스 서적 중 이런 경우를 몇 번 경험해서 그런지, 이때도 입맛이 썼습니다. 책 분량과 가격은 출판사 마음이니, 이것도 마케팅이라고 봐야 할까요? 음... 확실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에 마케팅은 아닙니다. 어쨌든, 기존 좋아하는 작가들이 그곳에서 신작을 내면 챙겨보지만, 그다지 유쾌하지는않아요.

그래도 화도월해는 읽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저는, 언젠가 이 책에 대해서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아마, 밤새 수다를 떨고, 잠깐 쉰다음 다시 이야기 하자고 할지도 몰라요. 화도월해는 시점에 따라, 관점에 따라, 해석에 따라 여러 빛깔을 내는 프리즘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물 '집착공'에 최고봉 천이현! 가두고, 묶고, 때리고, 오열해도 황제공이 바라는 만큼, 마음 한조각까지 온전히 다 소유 할 수 있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이런 집착 광공인 황제공 작품은 피폐물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다정한 계략공이 집착 광공 황제공이라면... 그럼, 아마 천이현이 될 겁니다. 더불어 동양풍 시대물로 풀어낸 SM! 매우 신선합니다.

대윤국 황실에 쌍둥이 형제가 태어납니다. 늦게 태어난 천이현, 전생 이름 천영현은 형의 공고한 권력을 위해 그림자가 될 비운을 타고나죠. 그래서, 천이현은 꼬물거리는 작은 천인 설이련을 보며, 스스로 황적을 내려 놓고 서인이 되어 소천으로 떠나요. 자신의 예정된 비참한 운명을 설이련을 위해 사는 삶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영웅이라, 세상이라, 스승이라 부르는 이련에 대해 깊은 정애를 갖게 되죠. 하지만, 이련은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였고, 이현은 처음 본 어미닭이었어요. 이련은 이현이 가지고 싶어 한 그 애정을 제외한 모든걸 줍니다.

이현이 자신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이련을,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자신이 바라는 형태는 아니라도, 그렇게 이련 곁에 평생 함께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괜찮다고 만족하죠. 하지만, 이현과 이련은 쫒기는 신분이었고, 이를 악용한 대공에 의해 이련은 겁간 당합니다. 이현과 이련은 서로만이 필요했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이란 힘이 필요했어요. 이련을 노리는 자들보다, 자신들을 쫒는 태자보다, 더 힘이 없다면 지킬 수도 함께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죠. 이현은, 천문을 열어 시간을 되돌립니다. 그리고, 필사의 노력으로 이번에 먼저 태어나요.

무역을 통해 부를 쌓고, 심복을 키우고 각지에 심죠. 광태자로 불릴 정도로 냉혹한 성정을 보이면서도, 유능하게 정사를 이끌며, 무소불이의 권력을 지닌 태자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련을 완벽히 소유 할 수는 없었어요. 이현에게는 스스로 대공에게 몸을 내어 주었던 이련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대공이 이현을 밀고하겠다는 협박으로 인한 거래였지만, 이현에게는 충격적 상실이었죠. 그래서, 이현은 이련의 몸이 자신에게 종속 될 수 있도록 길들입니다. 이련의 마음과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자신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몸을 만들죠. 절대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는, 그보다 더 큰 애정으로 인해 바뀔 수 있으닌까요.

이현은 스스로 천문을 열었고,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죠. 그에게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하는데 쓰였으니, 그 거미줄 같은 올가미에 이련이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어요. 이련은 자신 안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훌륭한 M이 됩니다. 또, 정인으로서 이현을 사랑하게 되죠. 하지만, 천문이 열렸을 때 그 문을 넘어든 것은 이현과 이련 뿐만이 아니었어요. 이련을 세이렌이라 부르며 탐했던 대공 역시 그 불길 속에서 있었죠. 이현은 이련의 사랑을 얻고도, 불안함을 떨치지 못해요. 황제가 된 이후에도 이현은 이련의 화분혜를 벗기지 못합니다.

'사랑은 무엇으로 얻을 수 있나' 글쎄요... 다만, 이현에게는 확실히 다정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황제공들은 마지막까지 모르는 '어떻게'를 이렇게 잘 알아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은 사랑이라면, 저 질문은 참 어려운 답을 내놓아야만 할 것 같습니다.

이현은 이영을 낳은 후 복숭아 나무 학살자가 따준 복숭아를 먹고 나서야, 이련의 화분혜를 벗겨 줄 수 있었죠. 물론, 그때 이미 화분혜는 이련의 키의 일부가 되어 있었지만요. 이래서 옛말에 틀린 것이 없나 봅니다. 결국은.... 시간이 약이었나봐요. 물론, 그저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요. 참으로 귀한 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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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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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루트레이디

출간일: 2020.10.14

분량: 본편 1권

 

 

 

 

 

 

 

 

 

 

 

 

 

 

point 1 한 컷

루트레이디

 

point 2 줄거리

하야토의 우울

: 고등학교 사회교사 키리노 유스케는, 첫 수업에서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남학생을 만나고 당황한다. 평범한 남학생인 사오토메 하야토, 유스케는 그 시선이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하야토를 피해다닌다.하지만, 유스케는 하야토와의 대화하며,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유스케는 이미 하야토에게 너무나 의식되기 시작한 후였다.

하야토는 방어적 태도를 보이면서, 언제나 자신을 보고 있는 사회교사 유스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버스 정거장에서 여자과 친근하게 서 있는 유스케를 보고 자신이 착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유스케를 피해다니던 어느날, 유스케는 하야토에게 그 이유를 묻는다. 하야토는 자신의 착각에 대해 고백하고, 유스케 착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수줍은 happy ending!

수요일의 크로노스타시스

: 세탁기를 방에 둘 수 없는 허름한 멘션에 살고 있는 자이젠과 마사키, 수요일마다 함께 빨래는 돌리는 사이다. 느긋한 마사키는 성격이 급한 자이젠을 좋아한다. 자이젠과 조금이라도 시간을 함께 보내고자, 세탁물을 느리게 접고 편의점을 조르며 시간을 끌지만, 자이젠이 인내 할 수 있는 시간을 그렇게 길지 않다. 마사키는 필사적으로 수요일 세탁시간을 늘리려 노력하지만, 자이젠은 세탁기가 있는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한다.

그런 자이젠에게 마사키는 키스를 한다. 그리고 수요일 세탁을 두 번 미룬 어느날, 자이젠은 마사키가 이사갔다는 사실을 듣는다. 순간 상실감에 휩싸인 자이젠은 바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이사를 간 곳 옆 집에서 마사키를 본다. 어색하게 인사를 하며 집으로 들어가는 마사키를 잡는다. 자이젠은 착각이라고 생각했던 마사키에 대한 애정을 인정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착각

저는 기본적으로 장편을 좋아합니다.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저는 수다쟁이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과묵하게 깨달음 한구절 남겨 놓고 여백으로 메꾼 소설을 보면, 멋있긴 하지만 좋지는 않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 많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아, 교통정리가 안 되는 책들을 미숙하다고만 생각하지않죠. 그런 작가님들이 노련미가 생기면 대작이 나오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런 성장에 함께 하는 것도 자부심 느낍니다. 자부심까지..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마구 마구 소문내고 싶어집니다.

비록 완결이 너무도 늦게 나는 일본BL만화의 특성상, 진짜 애정이 퐁퐁 솟는 작품들은 리뷰하지 못하고 있지만... ㅠ.ㅜ 근래, 아주 쌈빡한 단편을 읽었습니다. 단편은 구성이 매끄럽지 못하면, 이야기 중간을 끊어 온 듯한 부족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작을 주로 보는 편인데요, '하야토의 우울'은 오랜만에 단편으로 적합한, 아쉬움없이 만족스러운 책이었습니다. 단편 장인이시더라구요.

'하야토의 우울'에 키워드는 '착각'입니다.

착각... 현실에서도 많은 해프닝의 도화선이 되죠. 고등학생 자녀까지 둔 중장년의 선배 한 분이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눈에 뭐가 들어가서 눈도 깜빡거리도 울기도 했지만 도무지 빠지지 않더랍니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버스에 내려 회사로 걸어가고 있는데, 대학 막 졸업하고 갓 입사한 것 같은 풋풋한 남성분이 갑자기 나타나서 "왜 저한테 그러세요, 버스에서 한시간동안 윙크하면서 쳐다보더니, 왜 회사까지 오시는 거예요?" 화를 냈다고 합니다. 눈에 이물질 때문에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얼굴을 빨게져 있었다고... 웃지 못 할 일화죠.

유스케와 하야토처럼 아름다운 결말은 아닙니다. 누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 그 시선에 어떤 감정이 들어있다는 추측, 그리고 그 추측을 확신으로 바꾸는 '나딴에' 근거들... 유스케의 친구처럼, '너 좋아하는게 확실하다니까'라는 말을 들으면 '사실'이 되어버리죠.

유스케의 착각은 착각이었습니다. 하야토는 유스케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냥 빤히 바라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유스케가 하야토를 의식했던 행동이 되려 하야토에게 유스케를 인식하게 합니다. 그리고 하야토에게 착각아닌 착각을 하게 만들죠. 결국, 자신이 착각이라고 판단한 하야토가 유스케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부지런히 삽질만 하던 두 사람을 진짜로 엮어주는 진짜 '고백' 장면이 되어버립니다. 이 귀여운 커플... 어쩔까요...

제목은 '하야토의 우울'인데, 저는 다른 단편인 '수요일의 크로노타시스'가 더 재밌었어요. 씬은 없습니다. 그냥 귀여운 커플만 나와요.

자이젠은 성격이 급합니다. 세탁실에서 서투른 자신 대신 능숙하게 옷을 게주던 마사키가 옆집에 사는 걸 안 이후, 세탁비도 절반으로 줄일겸 함께 세탁실에 가지만, 출발도 느릿느릿, 가는 길에 한 눈팔기, 쓸데없이 시간 끌기에 연신 버럭합니다. 하지만,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마사키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죠. 그리고 마사키가 돌연 입을 마추었던 순간도 똑같이 자이젠의 시간은 일시 멈춰버립니다.

한 공간에 얼마나 다른 시간들이 공존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저는 벗꽃 아래를 달리는 스포츠카를 볼 때 유난히 그렇습니다. 초속 5cm로 낙화하는 벗꽃잎을 가르며, 시속 200km의 자동차가 달리고 있는 장면... 그 사이를 걷고 있는 나의 시간은 얼마나 빠를까? 뜬금없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심장도 멈추고, 시계 바늘도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순간, 크로노스타시스... 그 시간이 단순한 착각이라고 생각한 자이젠은 마사키를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의미를 알았을 때는 더 이상 마사키의 흔적이 깃든 멘션에서 살 수 없었죠. 현실에서 이런 우연은 없겠지만, 자이젠은 이사간 멘션에서 마사키를 봅니다. 무려 옆집이었죠. 자이젠은 착각인 줄 알았던 착각아닌 감정을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합니다.

착각을 하는 것 자체는 수치사를 불러 올 수 있지만, 착각인 줄 알고 무시한 감정은 후회사를 일으 킬 수 있어요. 어차피, 죽는거 부끄러운게 후회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용감해진 독자1은 미래 흑역사를 적립하게 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결국 선택은 할 수 있는 건 하나 뿐인걸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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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블랑시아

출간일: 2018.09.14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괜찮을 것이란 말은 못하겠지만, 어린 연왕이 다자랄때까지는 이렇게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고, 옆에서 손을 잡고, 뒤에서 단단히 안아 줄 것이다.

"기왕에 왕비가 된 것, 돈이나 원 없이 쓰면 좀 어떻습니까. 하루 아침에 그 허름하기 짝이 없는 왕부로 떨어졌으면 그런 것이라도 남아야지요."

작고 아담하지만 너무나 아늑한.

"왕비, 왕비 하지만 저도 사냅니다. 솜떨도 안 가신 어린애 뒤치닥꺼리도 지겹습니다."

하루하루, 조금도 심심할 틈이 없는 작은 세상을.

"역모보다야 사치를 좀 했다는 것이 낫지요. 하, 전하만 말을 잘 했어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을."

내가 지켜줄께.

point 2 줄거리

기: 황후와 대척하던 귀비가 실각하고, 귀비의 유일한 황자였던 희유원은 초라한 왕부에 홀로 버려진다. 황후는 귀비측 인사로 세력을 잃고 낙향한 귀족의 자제 유도영을 유원의 비로 들인다. 강호 명문 천문산 출신으로 촉망받는 무인이었던 도영은 허름한 왕부에 외롭게 살고 있던 희유원을 친동생처럼 아끼고 보살핀다. 어려운 살림을 꾸리고, 무술과 학문을 가르치고, 따뜻하게 챙기고 보듬어 준다. 유원은 그런 도영을 사랑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도영은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승: 한편, 도영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유원은 종친시에 나가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황제의 눈에 뛴다. 그런 유원을 견제하기 위해 황후는 음모를 꾸미고 유원은 위기에 처한다. 도영은 유원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누명을 자처하고, 이로인해 모진 체벌을 받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유원은 도영을 살리고 황후에게 복수하기 위해 남부로 내려가 세력을 키우며 권토중래를 준비한다. 그리고, 전쟁에서 혁격한 공을 세우고 막강한 군벌을 형성하여 도영이 있는 왕부로 금의환향한다.

전: 도영은 4년만에 깨어난다. 유원은 강한 권력을 지닌 영친왕이 되어 있었고, 허리께오던 키는 도영보다 커져있었다. 도영은 오랜 병환으로 걷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유원은 도영이 자신을 원망하며 떠날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불굴의 연상수 도영은 혹독한 재활로 과거의 기량을 일부 되찾는다. 그리고, 희유원과 같은 의미로 유원을 사랑하게 되고, 두 사람은 달달한 신혼을 마음껏 즐긴다. 한편, 황제의 건강은 나날이 악화되고, 도영은 그것이 중독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 황후의 몰락을 계획하던 유원은 황후가 황제에게 독을 먹였다는 증거를 찾지만, 황제가 문왕비에게 행했던 악행의 죄값으로 죽음에 이르도록 방관한다. 황제의 죽음과 함께 황후에게 복수를 감행하지만, 갑자기 외적의 침략 소식이 전해진다. 풍전등화의 상황 속에 도영은 무인으로서 마지막 출정을 감행하고 천산문과 연합하여 큰 승리를 거둔다. 돌아온 도영은 무인이 아닌 왕비로서 살 것을 선택한다. 황후는 친아들 손에 세력이 잘려나가고, 유원은 태제로 봉해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내가 지켜줄께

모아이님의 소설에는, 상사든 친구든 선후배든 어떤 관계로든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냥, 이런 사람이 한시대에 한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면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 그저 그 사람이여서 너무 다행이고 좋은 사람 말입니다. 그 사람이 주는 이해득실이나 인기도 평가도 의미가 없는, 그 자체로 귀한사람.... '로맨틱 캡틴 달링'에 단테와 '도원'에 유도영이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일단 장난을 좋아하고 울보 동정공에 신세계를 열어주죠.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가디언들입니다.

지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돈과 권력이 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재벌이나 장관의 자녀들이 다 강하고 바르게 자라는건 아니잖아요. '무엇'을 다치지 않게 지키냐에 따라서 난이도는 달라지겠지만, 확실한 것은 '사지가 멀쩡히 숨쉬게 하는 것'을 지킨다고 말하긴 어려울 겁니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잡아주는 것은 쉽지만, 인생에 장애를 만나 실패를 경험한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일은 쉽지 않을거예요. 그 사람이 깊은 절망에 빠져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위로해야하고, 세상을 비관하지 않고 원인을 직시 할 수 있도록 바른 시야를 알려 줄 수 있어야 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방향과 방법을 제시 해 줄 수 있어야겠죠.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것은 이렇게 어렵습니다. 스스로가 얼마나 뛰어난 공감과 깨어있는 혜안을 갈고 닦아야 할까요?

도영은 5살 때 천문산 문하로 들어가 정치와 무관한 강호 무인의 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쇄락한 가문의 운명에 따라, 정치적 이유로 무인의 삶을 포기하고 팔자에도 없는 왕비 노릇을 하게 됩니다. 밉고 원망스러울 법한데도, 혼례식에 덜덜덜 떨며 합혼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유원을 보고 안스러운 마음을 품습니다. 버림받은 황자, 왕부는 형편없고 유원의 대우는 더 형편없었죠. 도영은 왕부의 뒷방에서 숨죽인채 살겠다는 계획을 접고, 적극적으로 유원을 돌봅니다. 좋은 음식을 먹고, 잘 배우고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아이답게 잘 웃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죠.

유원을 잘 가르치기 위해 책을 읽고, 유원이 잠든 새벽에 일어나 무술 수련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처음해 본 안살림도 똑부러지게 해내죠. 나를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 밑도 끝도 없는 애정을 쏟아 부어주는 유일한 사람, 희유원이 유도영을 사랑하지 않을 방법은 없어보이죠?

하지만, 정치력은 쉽게 얻을 수 있게 아니어요. 황궁은 소리없는 전쟁터였고, 황후는 유원과 도영에게 적의를 숨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황후가 쳐놓은 덧에 걸릴때마다 도영은 쌓아 온 것들을 하나 둘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유원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기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끝내는 자신의 목숨 역시도 내어 놓습니다.

다행히도 4년만에 깨어나지만, 유원은 이미 상처 입었고 비정해져있었죠. 도영이외에 것에는 연민조차 느끼지 않는 무정한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도영은 아이였던 유원을 지키는 방법이 아닌 다른 것이 필요해집니다. 깊은 상흔에 너덜너덜해진 그의 마음을 지켜줘야 했을 테니까요. 그건 유원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그의 연인만이 해 줄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

BL을 읽으면서 가끔 그들의 육아법에 감동 받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 셋을 나아도 떠나지 않겠다는 도영의 약속이 하늘에 닿은 건지...도영은 아이를 셋 낳습니다. 천산무라는 것이 참으로 기묘한 무예입니다. 어쨌든 말이죠.^^ 어떠한 사람이 사랑스럽다면 그 사람은 사랑받고 자란사람이다.란 말이 떠오르더군요. 이기적인 사람은 사랑은 받았을지언정, 바르게 보호받았다고 보기는 힘들죠. 좋은 사람이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그래서인 듯 합니다.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어' 그 희생정신도 위대하죠. 하지만, 그런 호기로만 지킬 수 있는 것은 온전한 사람은 아닐겁니다. 짧은 시간의 그 사람의 부분은 될 수 있겠지만요.

'내가 지켜줄께' 이 말 한마디를 위해서, 얼마나 현명해져야 하는건지 감도 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일을 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겁니다. 옆에만 있다면, 정말 멘토 삼고 싶네요. 유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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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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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유즈

출간일: 2019.06.07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단 한번만. 내게 천 년을 날아가자 약조했던 그 사내를 보여줘. 마지막으로

원제의 입술을 물었다. 입술도 손처럼 떨렸다. 곡여흔은 다물려 있는 입술을 비집고 혀를 넣었다. 꺼져가는 체중이 온전히 그에게 매달렸다. 목을 양팔로 감아쥐고 입을 탐했다.

말을 할 걸 그랬지. 네가 만지면 싫으냐 묻던 그때. 싫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네게 닿고 싶은 것을 감추려 필사적이었노라고.

말을 하지 않길 잘했지. 내가 먼저 너를 좋다 했으면 네가 어찌 굴었을지를 겪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형님의 말대로 내가 너를 미치게 한 것인지, 아니면 네가 원래 미친 자였던 것인지 끝까지 알지 못한 것 하나는 다행이다. 내가 미치게 한 것이었다면 안타까웠을 것이고, 원래 미쳤다 한다면 자괴했을 것이다. 이도 저도 모를 지금은 허무하기만 하니 다행이다.

내가 네게 바라던 것이 있다. 네가 부수었지만 지금은 덧없다.

내가 네게 바라는 것이 있다. 우리 둘, 다시는 어떻게라도 엮이지 말자.

나는 이제 새가 되겠다. 다시 나를 본다면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활로 내 날개를 뚫어 죽여라......

공들여 입술을 적셔 놓은 곡여흔이 입술을 미끄러트리며 요대를 풀었다.

point 2 줄거리

: 북방출신 원제가 세운 파국에는 오왕이라 불리는 오대세가가 황실과 위태로운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 적대적 토착세력 오대세가 중 하나인 곡가 장남 흔은 5세부터 모각에 갇혀 살았다. 원제의 궁을 지었고 무품의 귀인이었지만 광인이 되어 죽은 곡여흔과 같은 푸른눈을 띠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곡흔을 대신해 소가주가 된 동생 곡진성은 모각을 찾아 흔에게 일방적 애정을 강요했고, 그것을 알게된 가주는 흔을 노역장으로 보낸다. 그리고 그곳에서 황제 강제를 만나다.

승: 동침한 여자를 죽이는 괴벽이 생긴 강제는, 무너진 성터 노역장에서 파란눈의 흔을 본다. 광인의 환생이라 곡가에서 버린 장남 흔, 그을 궁으로 데리고 온다. 하지만, 곡흔에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끌림을 느끼는 강제를, 곡흔은 원제와 비교하며 계속 밀어낸다. 강제는 그런 흔에게 미약을 먹여 몸을 취하려하지만, 그때 불현듯 전생을 떠올리게 되고 자신이 원제의 환생임을 알게 된다. 강제는 원제의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위해, 흔의 눈치를 보며 곁을 맴돈다.

전: 전생, 원제는 천재 건축가이자 곡가의 소가주 곡여흔을 아꼈지만, 형인 곡진성의 왜곡된 애정으로 상처 받은 적 있던 곡여흔은 원제가 다가 올 수록 피한다. 어느날 원제는 곡여흔이 형과 불순한 관계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하여 곡여흔을 강제로 취한다. 그리고, 10년간 폭력과 미약으로 여흔은 망가트려서라도 곁에 두었다. 그리고 여흔은 모반을 꾸미는 오대세가로부터 원제를 살리기 위해 대신 죽는다. 한편, 곡진성은 술사가 피술사의 신체를 조종 할 수 있는 벌레 '고'를 가지고 곡흔을 찾아 간다.

결: 곡흔을 만난 곡진성은 곡여흔의 형이었던 전생의 기억을 찾은 뒤였다. 곡진성은 여흔에게 '고'를 먹이고, 독이든 병을 주며 강제에게 먹이라고 한다. 전생에 실패한 모반과 다르다며 설득하지만, 이미 흔은 강제의 옆에 남기로 결정한 뒤였다.여흔은 곡진성과 강제 모두 살리려 하지만, '고'에 의해 몸을 가누지 못한 흔은 강제에게 독을 뿌리고, 곧 자신이 그 독을 빨아 먹고 쓰러진다. 강제는 흔에게 자신의 피를 먹여 살리고, 흔과 명줄이 엮인다. 살아난 흔은 강제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하는 방법

바르도의 궁은 사연이 많은 책입니다. 오래전 종이책으로 발간 된 후 단종이 되었던 소설이 웹툰화가 되면서 관심을 끌게 됩니다. 하지만, 어디서도 바르도의 궁을 찾을 수가 없다보니, 암암리에 단종 된 책을 돌려보는 기현상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다, 리디북스에 짠~하고 이북으로 발간됩니다. 그때는 리디only 작품이어서 바르도의 궁을 읽기 위해 리디북스 아이디를 만들기도 했다는... 나름 전설의 회귀라고 말 할 수 있는, 힘겨운 재등판인 셈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화선이 되었던 바르도의 궁 웹툰은 이후 연출상 부족함이 거론 되곤 했죠. 저 역시 새로 연재되고 있는 외전까지 보고 있지만, 솔찍히 아쉬움이 많습니다.

원작소설이 웹툰화 되면 원작 팬심에 챙겨보지만,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원작보다 재미있거나 비슷한 웹툰은 두 편입니다. 소설의 디테일을 전부 작화 할 수는 없으니 생략 및 각색 될 수 밖에 없는데, 만약 웹툰 연출이 매끄럽지 못하면 암호 같은 웹툰이 되어버립니다. 특히나, 원작의 팬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기대치가 있다보니 실망으로 이어지기 쉽죠. 그럼에도 문자를 읽으며 발동동 팔동동했던 주인공들이 이미지로 그려진다고하는데, 거부하기는 쉽지 않아요. 뭐... 그래서 대작을 발견하는 환희가 더 큰 거겠죠.

곡여흔은 전생의 업으로 다시 환생합니다. 잘 살기 위해 환생한 것이 아니라, 전생의 업을 풀지 못해 한 생을 더 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태어난 곡흔의 삶의 목표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짧은 생을 잘 마감 할 수 있는 것 뿐이었죠. 왜냐면 자신의 업은, 사내를 미치게 하는 몸으로 원제를 만나 그로인해 많은 인명이 죽게 된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주어진 불합리와 불행을 묵묵히 받아드립니다.

불행히도 다시 시작된 삶 역시 전생과 다르지 않았죠. 형제의 비틀린 애정을 밀어내지도 못했고, 강제를 피하지도 못했고, 자신으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위험에 몰리는 상황은 발생했으며, 강제는 흔에게 다시 미약이 든 술을 먹이고 맙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조금씩 달랐어요.

원제는 여흔의 발꿈치를 부셔 절름발이로 만들지만, 강제는 사람을 해치지 않은 대가로 흔의 발을 받아냅니다. 여흔은 원제가 아꼈던 머리카락을 잘랐지만, 흔은 강제에게 머리카락을 줍니다. 원제는 여흔에게 말을 내어준 어마감을 쓸어버리지만, 강제는 흔을 말에 태우죠. 흔은 여흔을 바라보던 원제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요. 무엇 하나 내어주는 것 없이 자신을 거부하던, 여흔을 곁에 두었던 원제의 희구를 알게 되죠.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립니다.

여흔은 원제의 삶에서 유일한 구증이었고, 원제는 여흔의 작은 몸짓이라도 기꺼이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채찍질을 하고 사지를 결박해도, 새처럼 날아갈 것 같은 여흔의 마음만은 묶어 둘 수 없었어요. 여흔은 원제가 준 미약에 중독되었지만, 강제는 스스로 안겨오는 여흔에 중독됩니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여흔이 망가진 이후에야 여흔은 미약을 끊을 수 있었죠. 이로써 원제의 미몽같은 시간도 끝나버리고 죽을듯한 후회의 시간만 남아버립니다.

북방 부족에서 쫒겨나, 죽음의 사막을 건너 중양에 황제가 된 강제가 토착 호족의 소가주이자 천재건축가로 살았던 여흔... 한 사람은 빼앗지 않으면 삶조차 가질 수 없었고, 한 사람은 이미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참고 숨기는 것에 익숙했죠. 원제는 여흔 하나를 가져야 했고, 여흔은 남자를 홀리는 요물로 살고 싶지도 않았지만 어깨에 진 가문의 영달도 버릴 순 없어요. 쫒는 호랑이와 쫒기는 사슴의 경주는, 당연히 잔인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굳이 원제가 통증을 느낄 수 없다는 설정이 필요한가 싶습니다. 일단 용서를 부르는 만능치트키인 것은 알겠지만, 좀 어울리지 않는 자기변명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장시간 우린 찐 사골국에 시판 다시다 넣는 느낌이었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황제들의 후회는 남다릅니다. 하지만, 앞치고 뒷쳐도 황제인 것을... 결국은 이해하기보다는 이해받는 것이 더 많습니다. '네가 한 잔인한 일이 다 이유가 있었어.'가 환생 후 수에게는 다시 사랑 할 동력이 되죠. 하지만, 바르도의 궁에서 강제는 변명하지 않고 바뀝니다. 흔 역시 묻지 않고 봅니다. 바뀌겠다 하였으니, 정말 바뀌었는가를 지켜봅니다. 강제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 흔에게는 다시 사랑 할 동력이 됩니다.

용서란, 이 정도는 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떤 사람이 그 순간 주어진 조건으로서 결정 할 수 있는 선택이 오직 그뿐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고통으로 이어졌다면, 그때 필요한 건 변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악의가 없다는 설명은 기본이지 최선은 아니죠. 변명은 참작사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면죄부가 되진 않을테고요. 진심이라는 것은 보여주는 것이지, 세치혀로 하는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문득, 어떤 사고를 치든 이유는 있고 본인은 잘못이 없다는 변명쟁이가 떠오르네요. 이런 사람들의 존재가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라고 하는 말이 이치에 맞다고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이것이 진심으로 후회하고 용서를 구하며,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 줘야하는 이유입니다. 바로 강제처럼 말이죠.

올해 나온 외전 '반월몽'이 정말 '찐'입니다. 살면시 투텀증 업! 그곳에서 여흔이 실현 될 수 없으나 간절히 바라던 것, 그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원제를 보는 것이었죠. 사람을 죽여서라도 너를 가져야만 했던, 서투른 자신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말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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