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더클북컴퍼니

출간일: 2018.07.05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제일 새로운 건 뭐였어?"

"글쎄요...... 새와 뱀은 워낙 달라서 이곳에 온 뒤로 새로운 게 한둘이 아니었지만, 처음에 오자마자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것은 숲이었습니다."

"숲"

"예, 이렇게 넓은 숲은 이곳에 와서 처음 봤거든요. 제가 살던 곳에도 숲이나 산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끝이 보이지 않도록 광활한 숲은 본 적이 없어요. 그게 꼭,"

혼잣말처럼 읊조리는 뒷말은 그의 입속에서 끊겼다.

천창 위로 기울어진 나뭇가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나무를 거쳐 숲, 그리고 그 바깥의 어느 먼 곳을 본다. 사화현이 불현듯 중얼거린 것은 그 눈동자가 물빛이었던 탓이었다.

"바다 같았어?"

야휼이 사화현을 돌아보았다. 뜻밖인 듯 웃음이 사라진 얼굴이다. 사화현은 기묘하게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는지 아닌지 미묘하게 턱을 기울인 그의 낯에 이내 웃음이 다시 돌아왔다.

point 2 줄거리

기: 600년간 이어진 용족과 붕족의 전쟁은, 두 왕의 평화협정으로 끝났다. 그리고, 두 나라는 오랜 반목 관계를 청산하고 공존과 공영을 위해, 양국의 군사 협력 훈련을 합의 후 붕족의 땅 남단에 첫 훈련소를 개설한다. 그리하여 붕족의 남방신장이 다스리는 광활한 숲속, 붕족과 용족의 젊은 장교들이 냉정한 사화현 교관 아래 훈련 받게 되었다. 남방신장의 최측근 가신이자 죽마고우인 사화현은, 전쟁에서 6개의 날개 중 한 장이 찟긴 큰 부상을 입었다.

승: 한편, 술 게임 벌칙으로 '담당교관에게 한달간 음란 편지 쓰기'가 걸린 훈련병은, 담당 교관인 사화현에게 매일 연애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사화현의 사택으로 심부름을 간 훈련생 창틈에 끼여 있던 그의 마지막 연애편지를 우연히 줍는다. 사화현은 그 편지를 들고 있는 야휼을 보고 대답하려 하지만, 말을 맺기 전에 나타난 훈련생들로 인해, 그 편지가 벌칙의 일부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야휼은 사화현의 마음을 눈치채고, 사화현은 야휼이 알았다는 걸 안다.

: 야휼은 언제나 자신을 쫓는 사화현의 눈빛을 느끼고 있었고, 그날 그 의미를 알게 됐다. 두 사람의 성격은 과묵하고 무덤덤했고, 훈련생과 교관으로서만 서로의 일상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한편, 남방신장 고도가 자리를 비운 사이 눌린 흉신이 풀리면서, 고도는 제도에서 급하게 복귀한다. 용족을 끔찍이 혐오한 고도의 등장으로, 훈련소 내 두 종족 간의 대형 사건사고가 터지기 시작하고, 사화현이 마음을 준 야휼은 고도에게 경계와 미움을 동시에 받는다.

: 그리고 용족의 북방신장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야휼의 정체가 알려지면서, 깊어지기 시작한 야휼과 사화현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그러던 중 사화현은 야휼의 마지막 탈피에 휘말리면서 함께 고치에 갇히게 되고, 7번째 용으로 변태한 야휼의 격렬한 사랑을 받는다. 용이 된 야휼은 사화현을 데리고 고향으로 가, 프러포즈한다. 첫 군사 협력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사화현은 제대 후 용족의 북방신장의 땅, 야휼이 가꾼 숲에서 야휼의 반려로서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평화

평화가 뭘까요? 총포가 쏟아지고 지뢰가 널리지 않은 땅에 태어났거나, 굶거나 맞거나 얼어 죽을 위기에 처해 있지 않다면, 평화로운 걸까요? 그럼, 지금 평화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평화병'에 걸려 태만해졌기 때문일까요? 원래, 동서고금 막론하고 살만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살만하지 않은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힘도, 기회도, 여유마저 없으니까요. 극한에 몰리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을 향해 비명을 지르죠. 그래서, 어쩌면 세상은 살만한 것처럼 보이고, 그 정도가 '일반적'이 되어, 마치 그런 것처럼 보이도록 가장하며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재해와 전쟁은 명확합니다. 모두에게 살만하지 않은 세상이죠. 그래서, 모두가 평화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들은 상실한 것들을 기억하고, 엇물린 것들을 풀어내며, 무너진 것들을 재건해요. '평화'에 대해 고민하고, 그렇기에 평화를 느끼기도 할 거예요. 밉상스러운 말 한마디,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 막연한 불안감으로, 깨지지 않는 평화 말입니다.

용족과 붕족은 무려 600년간 전쟁을 치러왔습니다. 몰살된 마을이나 전쟁고아에 대한 이야기는 흔했죠. 재능 있는 자들은 모두 전장으로 모이고, 세상에 모든 승리와 성취는 그곳에서만 이루어져요. 학교도, 연구실도, 아틀리에도, 경기장도 아니라요. 전쟁터는 집 앞에 있었고, 누구나 그곳에서 친구나 가족을 잃을 수 있었어요. 600년이라는 시간은, 그 모든 현실이 무감해질 만큼의 긴 시간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평화가 찾아옵니다.

용족과 붕족 모두, 한 명의 왕과 사방을 지키는 네 명의 신장들을 주축으로 서열이 매겨집니다. 소수의 용들이 다수의 뱀들을, 날개가 많은 새들이 적은 새들을 지배합니다. 용>반 용>이무기>큰 뱀>작은 뱀, 날개8장>6장>4장>2장 정도가 되겠네요. 사회현은 8장의 날개를 가진 남방신장의 최측근 가신이자 소꿉친구로, 6장의 날개를 가진 강한 붕족이었어요. 그러다 날개 한장이 전장 중 뜯겨 나갑니다.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정신이 들었을 때, 전쟁은 끝나있었죠.

전쟁고아이자 상흔 군인인 사회현은, 종전 후 제대하려합니다. 하지만, 남방신장이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용족과 붕족이 최초로 시도하는 군사 협력 훈련의 담당 교관이 되어, 양 종족의 장교들을 가르치게 되죠. 언제나 무표정인, 유명한 전쟁 영웅... 사화현은 훈련생들에게 여러모로 어려운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현 역시 낯선 평화가 어려웠습니다.

'숲바다'는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엉뚱한 해프닝에 휘말려, 절대 고백 할 일 없는 수가 공에게 마음을 들키게 됩니다. 사화현은 한 달 내내 받았던 러브레터를 들고 집 앞에 서 있는 야휼을 보자, 얼떨결에 대답의 서두를 내뱉습니다. 하지만, 야휼은 떨어진 편지를 주웠을 뿐이고, 진짜 편지를 쓴 이는 곧 발각됩니다. 심지어 그가 편지를 쓴 이유마저요. 사화현의 고백은 온전하지 않았고, 야휼 역시 되묻지 않은 채,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지나가요.

하지만, 둘 사이는 미묘하게 바뀝니다. 교관과 훈련생, 감정 표현이 서툰 두 사람은, 대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산책을 하고, 사소한 관심사를 주고받고, 작은 약속들을 해요. 사화현은 야휼이 지나는 시간에 맞춰 산책을 하고, 야휼은 붕족의 무기를 사화현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죠. 사화현은 휴가를 맞아 집으로 돌아가는 야휼을 마중하고, 야휼은 사화현의 곁을 맴돌고, 틈이 날 때마다 노래를 불러달라고 해요. 두 사람은 훈련이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죠.

남방신장이 다스리는 광활한 숲에서 사화현은 숲지기를 꿈꾸고, 야휼은 고향의 푸른 바다를 떠올려요. '숲바다'의 풍경 속 두 사람은 '새로운' 평화를 경험합니다. '숲바다'의 갈등은, 오로지! 단 한 사람으로부터 발생합니다. 바로, 남방신장 고도 말입니다. 8장의 날개를 가진, 최연소 신장, 잘 생기고 카리스마 있는 의리남이죠. 하지만, 감정적이고, 입이 험하며, 일중독자예요. 그리고... 용족을 혐오하는 '뱀 포비아'입니다.

고도는 마치 끝나지 않은 전쟁 같아요. 고작 두 왕이 만나서 서명했다고 진정한 평화는 오는 게 아니라는 듯 말이에요. 용족 훈련병들에게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폭력적으로 행동하며, 간신히 만들어 놓은 유대감을 송두리째 뽑아 버리죠. 사화현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사화현의 부상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도, 심지어 사화현을 죽을뻔하게 만든 용족에 대한 복수심도 버리지 못합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고도의 등장으로, 잔잔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매사 무감한 인생을 살았던 야휼에게 격정적 분노와 독점욕, 힘에 대한 절실함이 생겨나죠. 얼음 같던 사화현이 화를 내고, 실망 하고, 욕구하게 돼요. 죽고 사는 전장에서, 딱딱해 굳어 마비되었던 감정들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감각'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평화의 시기가 되어서야 바랄 수 있는 소소하지만 위대한 미래를 함께 꿈꾸기로 해요. 고도의 목적과는 다르지만, 고도가 있었기에 얻을 수 있는 '평화'였던 셈이에요.

평화는 전쟁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과 평화'... '신과 바늘'같이 한 쌍 일 때 의미가 있는 존재 말이에요. 어쩌면, 나에게 평화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내가 진정으로 치열한 전투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지치고, 힘들고,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 이유는, '치열의 대가'라기보다는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기다리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후회 없이 싸운 전사는 평화를 얻고, 미련과 후회가 많은 전사는 전쟁을 끝내지 못하는 건지도요. 마치, 사화형과 고도처럼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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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애노블

출간일: 2018.07.20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한철아, 사람이 꿈을 위해서 사는 거냐, 사람을 위해서 꿈이 있는 거냐."

박한철은 대답이 없다.

"너한테 내가 어떤 존재인지는 잘 알지만, 그래 봐야 우린 세상 앞에 다 핏덩이인 어린애들이야. 미래에 대해서 우리가 뭘 알겠냐. 지금 자신의 감정과 신념에 최대한 솔직하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뿐인 거지. 꿈이 변했다고 해서 내가 다른 인간이 된 게 아니야."

스스로를 고정된 존재로 여기기 쉽지만, 존재하는 모든 것은 매 순간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꾸었던 낡은 꿈으로 현재와 미래의 자신을 만족시키려는 의도야말로 위험하지 않을까. 현재의 자신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면밀하게 살펴 나가는 그 과정이 삶이 아닐까. 변화의 흐름 속에 놓인 핏덩이에 불과한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볼 뿐이다.

"그리고 너, 예전 내 꿈의 진짜 허점이 뭔지 아냐?"

박한철은 나에게 허점 같은 게 없다고 믿는 놈이었다. 그런 믿음이 나를 더 일으켜 세워준 것도 사실이었지만, 가끔은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게 합쳐진 복잡한 관계가 바로 가족이겠지.

"사랑은 둘이서 하는 거고, 가정도 둘이서 꾸리는 건데, 난 내가 누구와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사랑의 방식과 형태를 혼자 미리 정해 뒀다는 거야. 아마 사랑을 안 해봤기 때문에 그랬겠지."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마다 내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안다미로의 얼굴이 떠올랐다. 예전에 나는 사랑의 감정을 떠올릴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방식만을 생각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사랑은 이렇게 해주고 저렇게 해줘야지, 하는 계획이 아니었다. 안다미로라는 구체적인 인간을 중심으로 다시 구축되는 삶 자체였다. 나 같은 놈에게 그게 어떤 행복인지, 안다미로는 알까.

point 2 줄거리

기: 시설에서 동생 한철과 독립한 19세 최무이는 중식집 대흥각 배달원 면접을 보고, 마의 진상 VIP 고객 124 맨션 펜트하우스 배달을 성공하며 채용된다. 속칭, 124맨션 또라이로 불리는 21세 안다미로는 D건설사 막내아들로, 망나니 게이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어느날, 맛 좋은 대흥각 짬뽕 배달을 온 잘생긴, 일반인 형아에 흥미를 느낀다. 하지만, 잘빠진 아들(?)을 보여줘도, 라이브 자위쇼를 해도, 300만 원짜리 파카를 선물해도 이 형아는 요지부동이다.

승: 안다미로는 정글 같은 집 안에서 우아하고 과묵한 첫째 형을 짝사랑했다. 한편, 다미로는 중학교 시절 상류층 자제들이 모인 게이 클럽 다비드에서 첫동정도 떼고 연애도 한다. 그러던 중 첫째 형에게 키스하는 모습을 들키고, 형은 다미로를 보호하며 통제한다. 형의 그런 관심이 좋았던 다미로는 부푼 마음을 형의 그림을 그리며 풀었고, 그 결과물을 형에게 들킨다. 하지만, 형은 묵인한채 결혼하고, 딸 다미를 낳았으며, 이혼했지만 재혼할 예정이다.

전: 한편, 다미로는 무이를 꼬시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반면, 무이는 엉뚱한 짓을 일삼으며 눈앞에 알짱거리는 무개념 도련님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무이는 곧 다미로는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방만한 성생활에 절여진 늑대소년에게 다른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쉽게 함락당해주지 않는다. 사랑의 신세계에 몸달은 다미로와 이런 무이가 밀당하는 사이, 다미로는 다비드 멤버들과 약에 취해 난잡해진 모습을 무이에게 들킨다.

결: 무이는 다미로에게 독설을 내뱉고, 124맨션에 배달도 가지 않는다. 그러던 중 무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다미로는 무이의 판잣집에서 수발을 들며 반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무이의 동생 한철이 둘의 정사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난관에 부딪친다. 동시에, 이 반동거를 알게 된 다미로의 첫째 형은 역시, 다미로를 유학 보내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의외로 쉽게 가족들을 설득한다. 그 후 무이는 소설가로 데뷔하고, 다미로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 진짜 너희 나이를 말해봐!

김다윗님하면 차가운 도시를 배경으로 한 관능적 씬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전체적으로 차갑고, 날카롭고, 세련된 느낌... 씬장인으로 불리는 작가님들이 많으시지만, 이런 풍의 정사씬은 김다윗님이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봄보로봄봄'은 의외로 따뜻하고 유쾌한 작품이에요. 물론, 이 작품에서도 시크, 도도, 엣지의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저는 김다윗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잘 쓰는지 보여줄게'라는 목소리를 들리는 듯해요. 거만하다기보다는, 자신만만하고 거침없는 필법이라는 인상에 더 가깝죠. 문장에서 여유가 느껴져요. 얼마나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은지,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많은지, 벼르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풀어내는 법에 비해 풀어내는 알맹이는 좀 아쉽습니다.

'봄보로봄봄'은 극과 극의 공수가 만나,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쌍방구원물이자 쌍방성장물입니다. 흔한 클리셰긴 하지만, 극단의 삶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이 '보통의 행복'을 찾아가는 개연성이 쫀쫀하고 찰지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이 가지고 있는 쪽이, 많이 가지지 못한 쪽에게 시혜적 베풂을 내리고, 그 대가로 애정을 얻는 할리킹물이 아닙니다. 돈 많고 철없는 도련님은 첫째 형을 마음에서 떠나보냈고, 염세적 냉소적이었던 고아 소년은 소설가가 되었죠. 두 사람의 보금자리는 124 맨션 펜트하우스가 아닌, 판자촌에 더 가깝습니다.

할리킹이 보여주는 신데렐라 판타지도 좋습니다. 가진 게 많아서, 내 님에게 주겠다는데 그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주는 것보다 어려운 '공유하는 것'에 깨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더 좋아합니다. 다미로처럼 말이에요. 무이의 공간을 공유하고, 동생을 이해하고, 그의 삶을 공감해 주고, 선택을 존중해 줘요. 판잣집보다 좋은 집을 사주는 것이 더 쉽고, 동생 알바를 묵인해 주는 것보다 노트북 값을 주는 것이 더 쉽고, 배달을 그만두고 소설 쓰게 해주는 것이 더 쉽지만, 그렇게 하지 않죠.

다만, 읽는 내내 적응이 안 됐던 것은 이들의 '나이'입니다. 무이는 헐벗은 남자의 무리들 사이에서도, 돈 많고 태가 다른 상류층의 거만함 앞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아요. 또, 본능적이고 육감적인 사랑을 너머, 그 사람의 습관과 진로의 방향성이라는 장기적 시점도 고찰해요. 게다가, 극강의 소유욕과 독점욕을 느끼면서도, 다미로가 엔조이 게이 라이프를 단 번에 끊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고, 본인의 거친 언사와 분노를 자제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19살 이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설 생활로 인해 눈치가 발달했고, 폭력 사건을 일으켜 퇴학 당할 정도로 뜨거운 가슴이지만, 반대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킬 만큼 주관이 뚜렷한 성격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를 참작해도 이것이 정말 19세의 생각이고 행동인가...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다미로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재벌이고 15세에 동정을 뗀 선구자(?)라고 하지만, 21살 나이에 그렇게 많은 경험과 유명세를 가진 게이가 될 수 있을까? 심지어, 다미로가 중학교 때 활동했던 다비드는 비밀 클럽 아니던가요? 게이 클럽, 게이 바 할 것 없이 이 정도의 입지(?)를 가지기 위해서는, 정말 24시간이 모자랄 듯 해요. 물리적 한계도 있는데, 분신술을 쓰지 않고서는, 이 정도의 경험과 노련미는... 그저 대단한 게이라고 인정을 해줘야 하나 싶어요.

다미로의 절친이 무이의 판잣집에서 사회적 지위와 한계에 대해서 설교를 늘여 놓는 장면에서도, 21살이라고 생각하니... 심각한 장면인데도, 묘하게 귀여워 보이더라고요. 어쨌든, 문득문득 나이가 떠오르면 몰입에 방해가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이는 25살, 다미로는 28살이라고 바꿔 생각하고 읽으니, 편안하더라고요.

더불어, 갈등 부분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미로와 첫째 형의 관계는, 무이와는 또 다른 극과 극의 관계였죠. 모범적이지 않아 기대를 받지 못하고, 그 덕에 자유로운 다미로와 모범적이고 우월하지만, 덕에 선택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첫째 형... 배다른 두 형제 사이에 애정은 있었지만, 다미로의 것은 성애였고 형의 것은 우애였어요. 형은 다미로를 보호하고 싶어 했고, 다미로는 형에게 관심받고 싶었지만, 둘 다 이루었다고 볼 수도 있고, 모두 이루지 못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미로에게는 유일하게 진지하고, 인내하고, 상처 입은 사건이었지만, 이런 형과의 갈등은 좀 어이없이 풀립니다. 형의 진심이 담긴 편지 한 장과, 다미로의 설득으로 말이죠. 오히려, 한철과 무이의 갈등이 좀 더 밀도 있게 다루어진 느낌입니다. 다미로는 과거 형에 대한 마음을 정신적 외도라고 생각했고, 형의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 이혼, 다미의 출생, 재혼, 각각의 계기마다 양가적 심정에 혼란을 겪었죠. 그런데, 그에 비해 허무한 마무리였습니다. 다미로와 형이 가지고 있는 깊고 오래된 이야기들이, 급하게 봉합 된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봄보로봄봄'이 가지고 있는 재미를 모른척하기는 쉽지 않아요. 김다윗님의 현재 연재작 '초이스 오브 초이시스'와 비교 할 때, 확실히 초기 작품이기 때문인지 힘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들인 작품임을 틀림 없는 듯 합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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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인앤아웃

출간일: 2020.05.04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그 동물의 왕국에서 고고하게 동정을 유지하고, 오로지 기도와 성경 읽기로 버티던 헌터병계의 성스러운 종교인은 마의 오 년을 채우지 못하고 죽었다. 아무리 고고하게 살고 동정을 유지하고 신을 믿어도 죽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의 시체 앞에서 그를 비웃는 헌터병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신앙생활 또한 방식만 다를 뿐, 이 미쳐 돌아가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버티기 위한 발악 중 하나였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point 2 줄거리

 

기: 어느 날 갑자기 세계 곳곳에 던전이 열리며, 몬스터들이 쏟아지는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한다. 그리고, 일반인 중에 일부는 '헌터'로 발현된다. 전무후무한 사태에, 갓 발현된 헌터들과 군인, 일반인들이 희생되었다. 국가는 일반인을 보호하기 위해, 헌터로 발현한 국민은 최소 10년간 복무해야 하는 법을 제정하고, 1가정 1헌터법을 만들어 한 명의 헌터가 군 복무를 하면 형제자매는 면제해 주었다. 경제적 보상도 있었지만, 헌터들의 생존율을 극악했다.

 

승: 자신의 자녀가 이런 끔찍한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고 싶었던 부모들은, 고아를 입양해 헌터로 발현시켜 군대에 보내려 했다. 그런 목적으로 입양된 아이들은, 헌터로 발현되지 못하면 파양됐고, 길러지는 동안도 학대와 냉대를 받아야만 했다. 연우 역시 3번 파양 되었고, 4번째로 입양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정우를 보며 사랑에 빠지고, 정우를 위해 헌터로 발현하고 싶다는 소원을 가진다. 연우는 헌터로 발현된다.

 

전: 연우는 입대 전날, 정우를 결박하고 강압적 정사를 가진다. 그리고 지옥과 같은 던전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혹독한 부상과 공포를 견뎌내며 살아남는다. 5년 뒤, 서울 대학로에서 새로운 '타임 홀' 던전이 열리고, 정우가 입학한 대학이 있는 장소라는 것을 떠올린 연우는 투입조에 자원한다. 그리고 연우는 시간 벌기 미끼로서 역할을 하다가, 던전에서 죽는다.

 

: 연우가 눈을 떴을 때, 그 던전에 누워 있었고, 삼십 대 중반의 대령이 옆에 있었다. 그의 왼쪽 가슴에 '모정우', 동생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정우는 연우가 대학로 던전에 들어 간 직후 헌터로 발현했고, 연우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능력과 권력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던전의 왕들을 죽여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엘릭서'의 제작법을 손에 넣어 연우를 살린 것이다. 정우는 다시 만난 연우와 헌터는 하루에 10번 발기한다는 속설을 몸소 확인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이 불편함은 무엇?

 

 

제목을 보고 가벼운 킬탐용 게임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절륜한 헌터들의 뽕빨물을 예상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답답해졌어요. BL은 BL 일뿐이다.라고 생각하려 해보았지만,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뭐랄까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런 것 같아요. 어쨌든, 저쨌든, 시리어스물입니다. 극피폐물이고요.

 

세상에 불현듯 재앙이 닥칩니다. 갑자기 던전이 열리고,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죠. 미증유의 사태, 우왕좌왕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던전과 함께 발현된 헌터들은 희생을 강요받습니다. 혼란과 혼돈 속에서, 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묵살되고, 소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재물처럼 바쳐져요. 그리고, 늘 불행은 약자들에게 더욱 가혹했죠.

 

모든 헌터가 똑같은 처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한 가정 당 한 명의 헌터가 지옥의 무게를 지게 됩니다. 그리고, 돈 있는 사람들은 고아를 입양해 자신의 아이들을 대신할 총받이로 키워요. 그마저도, 헌터로 발현되지 않으면, 파양합니다. 헌터의 생존율은 극악, 그나마 천재 헌터가 있었던 시절 40%, 그가 제대한 이후 20%를 전전하던 생존율은 16%까지 떨어져요. 부모들은 입양한 아이들을 정성 들여 키우지 않습니다. 입양된 아이들의 미래는 죽거나, 학대 당하거나, 파양 당하거나... 차라리 고아원 생활이 더 행복했죠.

 

그래서, 연우는 4번째 입양 부모가 왔을 때, 입양되지 안길 바랍니다. 다행히, 대기업을 운영하는 부모는 돈에 관대했고, 친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입양을 계속하고 있지만, 헌터로 발현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입양한 아이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는 정상적으로 키워줬어요. 연우에게는 이전 3번의 양부모에 비해, 우호적 대우였죠. 그리고, 그곳에서 정우를 만납니다.

 

연우는 한 살 어린 정우를 사랑하게 됩니다. 낯을 가리던 정우는 서서히 연우에게 익숙해져가고, 입은 거칠지만 형을 많이 좋아합니다. 연우는 정우를 살리기 위해 헌터가 되고 싶어졌어요. 열심히 훈련하며, 헌터로 발현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연우는 결국 헌터로 발현돼요. 입대하기 전날, 양부모들은 제대 후 보상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국가나 양부모의 보상은 의미가 없었어요. 어차피 살아 돌아올 확률은 희박했으니까요. 입대 전날, 마지막으로 연우는 정우를 겁탈합니다. 물론, 정우에게는 겁탈이 아니었지만요.

 

예정된 지옥이었고, 연우는 공포와 고통과 상실만이 반복된 삶을 꾸역 꾸역 버텨냅니다. 절반은 연우와 같은 입양아, 나머지는 친부모가 있는 헌터들... 그 중 연우와 같은 고아출신들은 우선 투입됐고, 그래서 생존율도 훨씬 낮았죠. 하지만, 헌터의 인권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나머지 헌터의 '가족'들이었어요.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는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에 의해 효과를 발휘합니다. 당연하게 위험에 내 몰려 죽고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들의 권리는, 이렇게 회자됩니다.

 

연우는 미쳐가는 한국사와 함께 보스몹을 잡다가, 상부에서 원했고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시간 끌기의 목적을 완수하고 죽습니다. 그리고, 정우에 의해 살아나죠. 물론, 정우는 연우가 헌터로 발현해 입대하면서, 헌터가 되더라도 지역군이나 공익근무로 대체 가능한 권리를 얻었지만, 그럼에도 연우를 구하기 위해 그 혜택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5년 동안 연우는 '소위'가, 10년 동안 정우는 '대령'이 돼요. 그리고 정우가 능력과 권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연우가 제대하고 나서야 일부 얻을 수 있었던 양부모의 부가, 정우에게는 제약 없이 주어졌기 때문이겠죠.

 

굴림수, 상처수, 빈익빈 부익부, 존잘님과 소공녀... 할리킹과 피폐물, 쌍방구원물을 만들어내는 키워드들이에요. 그런데, '헌터는 하룻밤에 10번...'은 그 제목에서 유쾌하고 가벼운 내용을 예측했었고, 소개 키워드에도 이런류의 단어들이 없었기 때문인지... 반전의 묘미를 넘어서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게임은 애당초 사냥이 목적이니 당연히 죽고 죽이는 설정과, 연하남의 형 정복기에서 볼 수 있는 배덕함도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잔인함은 사냥이 아닌 인간들에게 느껴지고, 동생의 배덕감보다 형에게 무한 연민이 생기네요. 못 쓴 글은 아닌데... 왜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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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8.09.27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전무님은... 아직도 모르시죠. 스폰서와 애인의 차이가 뭔지."

사헌은 갑작스러운 주제 전환이 조금 당황스러운 듯 손바닥으로 입가를 쓸었다. 적어도 이 사태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나, 원망 같은 것이 쏟아지리라 예상했던 모양이다. 성연 또한 그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 이전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성의껏 대꾸하고 싶었는지 몇 번이나 입을 달싹이던 사헌은, 별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 그랬으니까. 사헌의 입장에선 정말이지, 무슨 차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처음부터 성연과 꼬이는 일 없이 만나게 됐더라도, 똑같이 굴었을 것 같았다. 독사 같은 형님들의 눈을 피해 조금이나마 안전한 집을 마련해 주고, 편안하게 생활하라고 신용 카드를 건네줬을 것이다. 일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업계에서 제일 좋은 조건의 계약들을 소개해 줬을 것이다... 바쁘겠지만 시간이 되는 대로 성연의 곁에서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뭐라고 좋다고 생각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제대로 된 정의를 내리고 싶어진 거죠? 나에 대해서."

사헌이 난감한 듯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요."

"이왕이면 스폰서보다는 애인 쪽으로."

"... 그것도, 그래요."

point 2 줄거리

기: 성실하고 기본기 탄탄한 신인배우 한성연은 대기업 DS계열사 전무 취임 파티에 초대된다. 클럽 VIP 회원들만 참석 가능한 자리, 원로 배우의 초대로 오게 된 성연은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리고, 전무 백사헌을 보고 전후 상황을 짐작한다. 백사헌, 8년 전 불우한 사고와 오해가 겹쳐 성연이 몸을 팔게 된 DS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이었다. 자신을 잊은 듯한 백사헌의 태도에 안심했지만, 프로그램 사전 미팅인 줄 알고 간 식당에서 백사헌에게 스폰서 제안을 받는다.

승: 8년 전, 마음에 빚이 있던 첫사랑 한광호의 꼬임에 접대를 하게 된 성연은, 우연히 오해를 받아 최실장에게 끌려가 사헌의 방에 버려진다. 해명도 하기 전에 불같은 하룻밤을 보낸 성연은 도망쳐 나오고, 역시 우연히 만나게 된 조용범 감독에게 발탁되어 데뷔한다. 8년 뒤 만난 사헌에게 그날 사고를 해명하지만, 사헌은 이미 그 내막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사헌이 성연에게 40억짜리 오피스텔을 선물했고, 그걸 성연이 팔았다는 어이없는 사실을 듣게 된다.

전: 성연은 스폰서 제안을 거절하지만, 사헌은 협박을 하며 강요한다. 결국, 성연이 40억 오피스텔을 대신 처분한 대리인을 잡을 때까지 시한부 스폰서 관계를 가지기로 합의한다. 성연은 사헌이 주는 고가의 선물들을 '화대'같아 불편해하지만, 사헌은 강압적으로 쥐여준다. 그러면서도, 사헌과의 잠자리에 과하게 흥분하는 몸에 성연은 의문을 갖고, 주치의에 검진을 받게 해준다던 사헌은 차일피일 미룬다. 한편, 40억 사건의 범인으로 성연은 한광호를 지목한다.

결: 수소문해 연락한 한광호를, 성연은 사헌의 집으로 부른다. 한광호는 성연의 친부라는 왕경철과 함께 집으로 오고, 40억뿐만 아니라 성연이 몰랐던 성연을 이용한 더러운 계약들을 뻔뻔하게 읊어댄다. 그 둘이 성연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있을 때, 사헌이 나타난다. 그리고 병원에 간 성연은 자신이 델타이며, 사헌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헌은 성연에게 용서를 구하고, 진담을 주고받은 두 사람 사이에 핑크빛 기류가 감돈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리디여... 일 제대로 안 하십니까?

2021년 1월 1일 00시를 넘기며, 제일 먼저 한 일은 리디북스 고객센터에 오류를 신고하는 일이었습니다. 정확히 00시 37분에 1:1문의 글을 남겼죠. E 콘텐츠를 다수 이용하면서 불가피하게 여러 오류를 겪었지만, 이미 다운로드한 책을 읽지 못하는 오류는.. 참으로 당황스럽더군요. 가압류도 아니도, 수많은 서적들의 소유권과 이용권이 이렇게 허무하게 박탈 당한 느낌... 게다가 연휴가 3일! PC, 태블릿, 핸드폰 모두 '잘못된 경로' 팝업이 뜨는데, 정말 화나더군요.

아침에 일어나, 정상 작동하는 리더 앱을 보며, 너무 리디북스만 이용했다는 생각을 했죠. 주식도 한 접시에 담으면 안 되듯, 웹소설도 너무 한 사이트만 이용하면 안 되겠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 여파인지 모르겠지만, "새해엔 고수위로 벨른이가 되어봐!"라는 '사의 찬미' 홍보 문구도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단, 누굴 더러 벨린이라고 부르는 건지... 적어도, '사의 찬미' BL가이드랑 책소개 쓴 직원보다는 벨른이인것 같은데 말이죠.

무겁고 어두운 소재도 유쾌하게 다루는 작가님, 모스카레토님 하면 떠오르는 인상입니다. 소설로도 다수의 히트작을 보유하고 계시지만, 웹툰화도 된 작품도 많고, 특히나 스토리 작가로서 옥동님과 함께 작업한 웹툰들은 몽글몽글 귀여워 애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BL가이드 적힌 "이럴 때 보세요: 지금 바로 고수위를 보고 싶을 때"를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모스카레토님의 '불야성'도 고수위라고 안 부르는데... 지금 바로 고수위가 보고 싶은 독자가 '사의 찬미'를 보면 화날텐데요... 강간, 감금, 배덕, 억압, BDSM 아무것도 없는데, 더티 토크라 고수인가?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자가 쓴 BL가이드, 그 BL가이드를 그저 차용한 홍보문구... 니드가 맞으면 재미있지만, 이렇게 니드를 호도할 소개를 보고 선택한다면, 작가에게도 독자에게 실망과 비효율 아닌가요? 참... 일 제대로 안 하십니까?

'사의 찬미'는 순정 재벌공의 스폰서를 가장한 첫사랑 사수기입니다. 백사헌은 박우현 회장의 아들 중 유일하게 알파의 형질을 타고났습니다. 오메가버스 중에서도 '사의 찬미'만의 독특한 설정이 있는데, 하나는 '델타'의 존재이고, 다른 하나는 알파에 대한 '인식'이에요. 많은 오메가버스물에서, 알파는 무형질인 베타보다 우수한 지력, 체력을 지닌 유전형이라고 전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의 찬미'에서는 발정기라는 약점을 지닌 선천적 통제불능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사헌은 '알파' 형질로 인해 이복형제들에게 배척당하고, 조롱당하죠.

그런 일환 중 하나가, 성연이 겪은 불의의 사고였죠. 미성년에서 벗어난 사헌에게 형 박재서는, 마치 짐승의 짝짓기라도 주선하는 듯 오메가를 선물이랍시고 던져 놓고, 그 대리인 최실장은 한껏 비아냥 거리며 유유히 사라지죠. 그 잘난 형님의 잘 못 배달된 선물이 성연이었습니다. 분노에 휩싸인 사헌에게 재물처럼 바쳐진 성연이었지만, 그 순간에도 사헌은 성현의 가련한 분위기와 이상형 외모에 멈칫 합니다. 그리고, 사헌의 페로몬에 몸이 열린 성연은 서러움과 별개로 쾌락에 절여집니다. 두 사람은 그 상황에서, 이상한 만큼 만족스러운 밤을 보내죠.

그리고 사헌이 샤워하는 사이, 이성이 돌아온 성연은 도망칩니다. 사헌은 쉽게 성연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다음날 형이 선물한 오메가는 성연이 아니었고, 성연에게 준 40억짜리 오피스텔에 나타난 건 알고 보니 친부인 왕경철이었죠. 그리고, 그 왕경철은 이미 한광호와 짜고 백재서의 사주를 받았어요. 그 오피스텔 매매로 인해 사헌은 누명을 쓰고 해외로 유배를 갑니다.

한광호는 최대 하드캐리업니다. 일단, 부지런해요. 성연의 좋은 친구인 듯 성연의 어머님 상을 도우면서 찾아낸 친부 왕경철을 이용하죠. 성연의 애정을 접대에 이용하고, 더 비싸고 체계적으로 매춘을 위해 왕경철을 앞세워 계약도 맺습니다. 물론, 최실장의 실수로 사헌과 하룻밤을 보내는 바람에, 성연은 잠적하고, 다행히도 그 계약들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연의 핸드폰 번호로 대포폰을 만들어 40억 오피스텔도 꿀꺽하고, 그 사실을 이용해서 사헌에게 엿도 먹여요. 사헌과 성연의 지지부진한 관계는, 한광호의 쓰레기 협박으로 불이 붙고, 역할을 마친 악역은 섬으로 사라집니다. 정말, '사의 찬미'에 모든 변곡점에는 한광호의 계획이 있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죠.

'사의 찬미'는 수인 성연의 시점을 기본으로 하지만, 중간중간 공인 사헌의 시점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성연과 첫밤을 보내고, 문득 분노에 휩싸여 폭력적이었던 전날 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죠. 스폰서 관계를 거부하는 성연에게 되지도 않는 협박을 하면서도, '애인'과 '연애'로 마무리 짓습니다. 서툴고 거칠지만, 성연에게 첫 키스라고 고백하는 풋풋한 연하남이에요. 성연과의 관계를 공고하기 위해, 그간 숨죽여 온 형들과의 싸움에서도 이를 들어내요. 모든 생각의 끝이 성연으로 끝나고, 성연을 붙잡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계약을 내 걸고, 주치의 이야기를 하면 상처받은 티를 한껏 내는 귀요미입니다.

다만, 꽃낙엽님의 '불청객'에서 리뷰한 '에피타이저형 소설'이라는 느낌은 강합니다. 결국, 8년 전 뜨밤을 보낸 속궁합 맞는 두 사람이 만나 삽질하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핑크빛 기류가 돌며,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는 거잖아요. 아이는 낳는 건지, 둘은 결혼을 하는 건지, 그 전에 제대로 고백도 안 했죠. 외전을 준비 중이라고 하시는데, 외전보다는 2부가 필요해 보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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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코미코

분량: 본편 56화 + 외전 3화

 

 

 

 

 

 

 

 

 

 

 

 

 

 

 

 

point1: 한 컷

 

코미코

 

point2: 줄거리

기: 30살 강호수. 흔한 백수다. 아는 형 김도현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김도현은 갑자기 나타난 친모의 등장으로 정서가 불안해진 이서를, 비슷한 가정환경을 가진 호수에게 보내고, 일당 20만원에 혹한 호수는 그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뼛속까지 서민인 강호수와 저세상급 이서와의 좌충우돌 동거는 시작된다. 불우한 가정사를 가졌음에도 밝고 솔직한 호수에게 이서는 점점 마음을 열고, 그런 이서에게 호수는 빠져든다. 그리고 그 마음을 쉽게 들킨다.

승: 한편, 호수는 이서가 어린 시절 친모의 학대와 친부의 자살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친모의 등장으로 인해 극심한 공황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한다. 호수는 운동선수로서 성공할 기회도 잃고 양모에게 갈취 당하는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주변의 한심한 시선을 담담히 받아낸다. 그런 강한 모습에 이서는 끌리기 시작하고, 호수가 발작을 일으킨 이서를 온몸 바쳐 보호하면서, 이서는 호수에게 제대로 코가 꿴다.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전: 그러던 중 호수의 양모와 이서의 친모가 호수를 찾아온다. 자신을 빌미로 이서에게 돈을 뜯으려는 두 사람을 보며, 호수는 애절하게 매달리는 이서에게 일방적 이별을 통보한다. 그 후 이서는 호주로 떠나고, 친모가 죽었다는 기사와 함께 귀국한다. 도현은 정사가 불안한 이서를, 다시 한번 호수에게 부탁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호수는, 힘들어하는 이서를 찾아간다. 그렇게 호수는 계략공의 덫에 스스로 발을 들인다.

결: 이서는 뻔히 자신을 좋아하면서 계속 도망치는 호수가, 스스로 자신을 선택할 수 있게끔 밀고 당기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애간장을 녹인다. 그리고 이서 역시 더 호수가 좋아진다. 한편, 과거의 사건 이후 인연을 끊고 지내던 양모에게 연락이 오고, 수호는 출생의 비밀과 양모의 진심을 듣게 된다. 수호는 스스로를 옥죄던 공포로부터 벗어나, 이서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다소의 방해는 있지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잘 버리지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산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가족이 되자!

'바람이 머무는 자리'가 절찬리 연재 중입니다. 두둥! 하지만 완결이 나지 않았죠. 작화와 스토리, 분량,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작가님... 부디 손목과 허리 건강을 지키며, 언제까지 작품 활동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사님 작품은 대원씨아이에서 나오기 때문에, 웹툰으로 연재하고 단행본으로도 발간됐어요. 아마도 '바람이 머무는 자리' 역시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다만, 제가 유사님 작품을 웹툰으로 봤기 때문에 웹툰란에 소개해요.

유사님의 작품을 보면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유사님 작품 속 주인공들은 '가족' 혹은 '가문'으로 인해 고통받는 삶을 살아요. 그리고, 진정한 '가족'을 만들면서 행복을 찾아가죠. 그 과정에서 신랄한 난장판에 휘말리기도 하고, 혹독한 이별을 경험하기도 해요. 가족이란 대가 없이 주어진 절대적 내 편이기도 하지만, 끊어 낼 수 없는 업보나 평생 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되기도 합니다. 완전한 타인이 아닌, 통제할 수 없는 분신처럼, 그림자가 되어 따라다니죠.

'적의 심장, 그를 가지다.'에서도 '가족'이라는 키워드는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카산의 아버지는 이겐의 집안을 몰살시키고, 이겐은 카산의 집안을 도륙합니다. 하지만, 카산은 이간을 보며 연민을 느끼고, 이겐은 카산을 믿고 싶어 합니다. 아이러니하죠? 결국, 카산에게 이겐은 가족이 되고, 카산은 이겐에게 상처만 되는 원래 가족을 버립니다. 가족과 가문이 얽매여 행복을 잃은 두 사람이 그 묶은 고통의 고리를 끊어내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저에게 유사님의 대표작은 아직까지 '미치기 좋은 날'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치기 좋은 날'은 '이별'을 중심으로 전반부, 후반부가 나뉩니다. 전반부는 호수의 옥탑방에서 숨어 살았던 다사다난한 동거기를, 후반부는 이별하게 만든 장애물이 사라진 뒤 재회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반부의 묘미는 얼빠수에게 빠져버린 미인공의 풋풋한 첫사랑이 반면, 후반부는 첫사랑의 독한 시련을 견뎌내고 계략공으로 거듭난 집착공의 밀당입니다.

공과 수 모두 겁쟁이지만, 수가 공을 위해 겁쟁이가 됐다면, 공은 수 때문에 겁쟁이에서 벗어나죠. 게다가, 두 사람은 일생에 중요한 시기 우연히 3번 만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비장하게 예고된 것에 비해 잘 활용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어쨌든, 재미있는 짜임새가 곳곳에 배치된 작품임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호수의 애환은 불륜남 친부로부터 시작합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호수는 파양을 두 번이나 당하고, 친부에 의해 마지막으로 입양됩니다. 쓰라린 파양 경험을 가진 호수는, 양부모에게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동생이 태어나고, 양모는 호수가 남편의 불륜 증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호수에게 온 정을 주며 키운 것이 기만 당한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을 때, 양모는 호수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설상가상 그런 호수를 비난하는 소리를 엿듣고, 뛰쳐나간 여동생이 사고로 크게 다치면서, 양모에게 호수는 재앙 덩어리가 돼요.

그 후 호수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돈을 벌어 동생의 병원비와 집안의 생활비를 대기 시작합니다. 홀로 사는 옥탑방, 외로운 생활에도 호수는 가족이라는 끈을 놓을 수 없었죠. 호수에게는 그 조차도 절실했어요. 이용이라도 당하지 않는다면, 가족을 가질 수 없는,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고 스스로를 확정 짓는 것 같았으니까요.

반면, 이서는 아름다운 외모와 악독한 성격을 가진 친모로부터 시작하죠. 이서는 어머니에게 학대받았던 기억, 어머니가 버리고 떠난 후 자살한 아버지의 사체와 함께 방치되었던 기억, 아들을 죽인 어머니 대신 할머니의 비난을 감내해야 했던 기억으로 멍들어 있습니다. 가수로 성공을 하고, 스타가 되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그때의 기억들은 단편적 영상, 구토감, 두통과 공포로 각인이 되어 있었죠.

친모는 자신이 버린 아이가, 그 이서라는 것을 알자마자 돈을 뜯어내려 갖은 수법을 동원합니다. 소속사 사장이 그녀를 끊어내자, 기자들을 찾아가 비련의 생모처럼 연기를 하죠. 이서를 죽고 싶게 하는 트리거는 온 세상에 깔려 있었어요. TV도, 인터넷도, 길거리에 사람들도 모두 그녀와 이서의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친모와 똑같이 생긴, 이복동생이 눈앞에 나타나기까지 합니다. 이서에게 가족은 그저 괴로운 기억에 불과했죠.

두 사람은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존재를 끊어내지 못합니다. 이서도 호수도 그들의 어머니를 용서하고 싶어 하죠. 그런 이서와 호수는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생기고 나서야, 마음속에서 그 오래된 존재들을 밀어내요.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줄 준비를 하듯이 말이에요.

분명, '미치기 좋은 날'의 큰 즐거움은 슈퍼스타에게 사랑받는 신데렐라, 계략공에게 제대로 걸려든 자낮수의 이야기 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고백보다 '나의 가족은 형'이라는 대사가 더 가슴에 와닿는 것을 보면, 이들이 겪은 가족이라는 시련이 제법 강도가 높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서의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독한 유언을 남기며 자살하고, 호수의 어머니는 호수에게 진실을 고백하며 용서를 청해요. 어떤 형식으로든, 두 사람은 묵은 과제를 끝낸 셈이죠. 게다가 스토커에서 남창이 될 뻔한 이서의 동생과, 김도현 사장이 나이차를 극복한 열애에 빠지면서 가족의 경계선은 묘~하게 넓어집니다. 더블데이트인 듯, 가족 회동인 듯 추억을 쌓아가요.

유사님 작품은 작화를 빼놓을 수 없죠. 한 땀 한 땀 수놓은 듯한 머리카락, 공들인 배경, 옷과 장신구를 비롯한 자잘한 소품까지... 손재주뿐만 아니라, 자료조사,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까지 감동이에요. 배경 프로그램을 쓰는 건 작가님의 선택이겠지만, 이질적 3D, 사진을 뭉개 놓은 배경부터 심지어 인물만 있고 배경이 단색인 웹툰들도 수두룩 한데, 이렇게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작화를 보면 명화를 감상하는 것 같습니다.

자율 가격제라면 더 높은 가격으로라도 사보고 싶은, 평준 가격이라는 것이 아쉬운 작품 중 하나예요.

2020년도 몇 시간 안 남았네요. 고럼 마지막은 호수와 이서의 반짝반짝 새해 인사로 대신합니다. Happy New Year!!!

 

코미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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