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모드

출간일: 2021.04.09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그의 고동색 눈동자가 자신만을 가득 담고 있는 연녹색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나는 사는 데 대단한 목표가 있진 않았어. 주어진 데서 큰 욕심 없이 적당히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라파엘은 겨우 이 정도 말로도 퍽 속상한 얼굴을 했다.

"네 옆에 있으면 계속 현재 이후의 시간에 대한 기대가 생겨나."

"......"

일그러졌던 미간이 금세 풀리고 눈꺼풀이 깜빡였다. 가을바람이 귓가에 꽂힌 꽃잎을 흔들었다. 놀란 눈으로 멈춰서 있는 라파엘에게 단테가 한 반짝 다가갔다.

"너는 내게 생각보다 더 벅차고 행복한 일이더라."

단테에게도 라파엘만큼 달콤하지는 못하겠지만 고대하던 날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 몇 번이고 먼저 문을 두드려준 후배를 대신해, 이번 고백만큼은 자신이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네가 준 것들을 내가 알아챌 때까지 기다려줘서 고마워."

point 2 줄거리

기: 특수부대 ODA-133 팀장 단테 베일리는 3개월간 진행된 작전을 마치고, 제도로 돌아와 팀원들과 회포를 푼다. 팀막내 헤인스워스 라파엘의 6개월간의 수습 마지막 날이자 다음날부터 장기 휴가에 돌입하는 팀원들은 취할 때까지 마시고, 단테는 만취한 라파엘을 연회장이 있는 호텔 빈방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둘은 뜨밤을 보낸다. 그 다음날부터 라파엘은 연락 두절되고, 단테가 그런 태도에 실망을 하고 있을 때 폭행 당한 얼굴이 상한 라파엘이 나타난다.

승: 라파엘은 그날 자신이 단테를 강간했다고 판단하고, 자수 전 육군 총사령관인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다 맞았던 것이었다. 단테는 라파엘과 함께 헤인스워스가를 찾아가 강간이 아니었고 화간이었다고 정정하며, 총사령관에게 라파엘 폭행의 부당함을 주장한다. 단테의 그 모습에 헤인스워스가는 단테를 라파엘의 약혼자라고 단정 짓고, 졸지에 단테는 명문 귀족가인 헤인스워스의 사위가 된다. 그리고 라파엘은 숨겨왔던 단테에 대한 연심을 밝힌다.

전: 단테는 라파엘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구애를 받으면서 라파엘의 진심을 느낀다. 단테는 자신의 출신과 라파엘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라파엘에게 포기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라파엘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졌고, 우여곡절 끝에 단테 역시 라파엘을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라파엘이 있는 테네시에서 테러가 발생한다. 단테는 그 테러를 진압하며 영웅이 되고, 귀환한 단테와 라파엘의 애절한 모습이 방송을 타며 두 사람 사이는 제국적으로 알려진다.

결: 한편, 사관학교 시절부터 고아인 단테를 무시해 온 데릭슨 에프런의 시기심은 폭발하고, 결국 단테가 자란 성당을 위기에 빠뜨린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단테는 데릭슨과 싸우고 징계를 받는다. 그 뒤 라파엘은 데릭슨을 폭행하는 하극상을 저지르고, 제대한다. 단테는 라파엘과 동거를 시작하고, 라파엘은 단테와 같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고 돕기 위해 헤인스워스 재단 이사로 취임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Life는 단테 베일리처럼, Love는 헤인스워스 라파엘처럼

'로맨틱 캡틴 달링'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두둥! 짧았던 크리스마스 외전의 아쉬움을 달래 줄 따끈한 외전과 함께 말이죠. 새로운 외전에서, 어린 신부를 꿈꾸던 라피의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 집니다. 단테 베일리는 단테 헤인스워스가 되고, 무시무시한 시동생 11명과의 결투(?)에서 라파엘은 단테를 얻어 내죠. 본편의 방점을 제대로 찍은 외전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대형견공과 우월능력미인수, 울보절륜공과 유혹연상수, 애절과 달달이 적절히 섞인 포근 따뜻 므흣 스토리, 모아이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입니다.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야! 싶은 울보들이 순수하고 올곧게 직진하는 이야기들이죠. 하지만, 제가 모아이님의 소설에서 유독 애정 하는 캐릭터는 이런 댕댕이들보다는 좋은 사람의 표본 같은 강수들입니다. 공에게 사랑과 존경을 한 번에 받는, 정말 만나고 싶은 인간상들이에요. 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좀 다른 타입의 공수를 다룬 군부물입니다.

단테는 고아예요. 하지만, 성당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자랐고, 80명의 동생들을 가진, 책임감 있고 정의로운 사람이기도 하죠. 어릴 때부터 뛰어난 신체 기량을 발휘한 단테는, 장학금을 받고 학군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다수가 귀족층으로 이루어진 제1사관 학교에 차석으로 입학해요. 성격 좋고, 수려한 외모의 단테지만 차별은 피할 수 없었죠. 동생에게 후계자 자리를 밀려 군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기수 선배 데릭슨 에프런은 고아 출신의 평민과 같은 학교 다니는 것을 치욕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단테를 괴롭힙니다. 그 서러움이 익숙해져, 무감해질 때까지 말이죠.

차별을 받은 사람은 두 가지로 나뉘죠. 내가 받은 차별을 나보다 더 약자에게 대물림하거나, 내가 받은 차별을 반면교사로 삼아 반대로 행동거나 말이에요. 단테는 후자였고, 팀장, 사수, 선배가 되어도 아랫사람에게 친근한 상대가 되어 줍니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단테는 요령도 불평도 없이 소신껏 살아갑니다. 약자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군대가 싫었던 라파엘은, 가장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단테의 모습에 반하게 되죠. 그리고, 오랜 군대 생활을 한 총사령관도, 3선 정치인 도시자도, 몸값 비싼 황실 변호사도 그 낯선 정직함에 빠져들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헤인스워스 가족들에게 단테는 신기할 정도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었으니까요.

단테는 월급의 8할을 성당에 가져다주고, 어머님이 없는 상황이 오면 동생들 중 일부를 맡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단테는 스스로를 '사랑'에는 헌신적일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가벼운 만남만을 이어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라파엘이 좋은 사람일 수록, 더 자신을 많이 사랑 할 수록, 밀어내고 피합니다.  하지만 헤인스워스 패밀리는 단테를 제대로 찜 했고, 오히려 이런 노력들은 개미지옥처럼 단테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만 돼요.

 

결국, 단테는 행복한 항복을 선택합니다. 생각이 많은 단테는, 직진하는 라파엘를 이길 수 없었고, '좋은 사람' 단테는 라파엘은 만나 비로소 '좋은 사랑'을 배우죠.

'로맨틱 캡틴 달링'은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군부물은 아닐지 모릅니다. 사건과 갈등은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해결 되리라 예상 가능하기도 하고, 시작부터 헤인스워스의 전폭적 지지를 받기 때문에 단테의 고생은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댕댕이가 우리 캡틴을 너무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과거 상처를 안타까워하는 것을 골자로 하니까요.

하지만, '로맨틱 캡틴 달링'은 몰입도가 높습니다. 단테와 라파엘이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거든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이죠. 눈이 따뜻한 촉감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퐁실함이지 않을까? 눈부신 순백색의 솜뭉치 같은 포근함이 느껴진달까요. 좋고, 예쁘고, 착하고, 귀엽고, 바른 것 종합세트! 자극적인 매운맛에 쓰린 속을 땃땃하게 댑혀 주는 닭고기 스프 같은 글이죠. 그래서, 구원물이 아님에도 꼭 '힐링물' 키워드를 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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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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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4화

point1: 한 컷

봄툰

 

point2: 줄거리

기: 과거 금수저로 살았던 재경은 집안이 망하면서 삶이 곤두박질 친다. 지인들은 연락이 끊기고, 그럭저럭 맞는 대학을 나와 취직하지만 회사는 망하고, 월세는 독촉 받는 생활... 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한다. 그러던 중 아는 형을 통해 일하게 된 호텔 바에서 과거 옆 집에 살던 동생 세주를 만나게 된다.

승: 그리고 눈을 떳을 때는, 이미 세주와 뜨밤을 보낸 뒤였다. 자신을 쫒던 어린 아이는 근사한 미남이 되어 있었고, 다행히(?) 아직까지 건재한 재력을 유지하고 있는 세주는 재경에게 섹파와 동거를 제안한다. 갈 곳 없던 재경은, 자존심을 접고 세주의 제안을 수락한다.

전: 세주와의 생활이 계속 되면서 재경은 점점 세주에게 물들어 간다. 세주는 재경을 단순히 섹파로 대하지 않았다. 함께 밥을 먹고, 세주가 필요로 하는 것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챙겨주었다. 재경은 세주의 그런 행동을 호감으로 느끼는 자신을 비참하게 생각하며, 세주를 떠나기 위해 준비를 한다.

결: 한편 세주는 갑자기 차가워진 재경의 태도에 당황스러워 한다. 그리고, 재경이 취업을 준비하며 집을 나갈 계획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재경을 몰아 부치고, 재경은 도망친다. 재경을 쫒아간 세주는 재경에게 고백을 한다. 재경은 세주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아닌 것> - 에린 헨슨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은 옷의 크기와 몸무게나

머리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빰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이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려 결정한 순간에는

한 해 정도는, 하얗게 불태웠다. 이만하면 됐다. 잘 살았다. 스스로를 토닥여 줄 법도 하고, 만족 할 법도 한데... 언제나 겨울철 차가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으면 한 숨부터 나옵니다. 서울 하늘 별이 있을리도 없는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무엇을 찾는 건지 목이 뻣뻣해 질 때까지 움직 일 줄도 모르죠. 연말이 가까워 오면 느끼는 불안은, 저의 고질병 입니다.

올해 어피님의 장편 단행본 '향하는 길의 마지막 걸음'이 나와 물개 박수를 치며 환호 했었죠. 그 만큼 어피님의 작품이 귀합니다. 서정적 작화와 스토리로 단편을 보면서도 기대감이 많았던 작가님이라 장편을 쓰시면 대작이 나올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명불허전이었어요.

'유일적 시선'은 4편의 정말 짧은 단편입니다. 재경이 가장 비참한 시절에, 과거 자신을 동경해 쫒아 다니던 어린 동생을 만나 엮이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세주가 어릴 때부터 쭉 일편단심 형을 좋아했기에 달달물로 끝났지만, 저는 재경이 느꼈을 복잡한 심정이 시린 겨울 날씨와 어우러져 유독 공감하며 봤습니다.

아마도 세주는 재경의 손목에 찬 만원짜리 시계는 관심조차 없었겠지만, 재경은 세주가 찬 천만원 짜리 시계를 볼 테고, 세주는 단지 재경에게 어울리는 시계를 사주는 것이겠지만, 재경은 세주에게 시계라는 화대를 받은 것일테죠. 상황 탓을 하기에, 이미 스스로 정해 버린 가치를 부정하기는 힘들고, 세주의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더욱 힘들어요. 그래서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을 해결하려 하면 할 수록 비대칭한 관계는 재경을 비참하게만 만들죠.

그런 재경에게 공유가 추천 받았다는 시를 소개하고 싶네요.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세주면 봉 잡은거죠. 부디, 그 입가에 걸린 웃음이 고소, 비소, 냉소에서 벗어나 가벼워 졌으면 좋겠네요. 모두가요.

 

 

 

※ 동일 작가의 다른 웹툰 리뷰

 

2020/08/23 - [BL 웹툰] - [수인물/달달물] Please love me

 

[수인물/달달물] Please love me

웹툰제목: Please love me 작가: 어피 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9화 # point1: 한 컷 # point2: 줄거리 기: 어릴때 부터 몸이 약했던 서지하는 예민한 아이였다. 건강한 형과 비교를 당할 때마다 더욱 더 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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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Not> - Erin Hanson

 

You are not your age,

Nor the size of clothes you wear,

You are not a weight,

Or the colour of your hair.

You are not your name,

Or the dimples in your cheeks,

You are all the books you read,

And all the words you speak,

You are your croaky morning voice,

And the smiles you try to hide,

You’re the sweetness in your laughter,

And every tear you’ve cried,

You’re the songs you sing so loudly,

When you know you’re all alone,

You’re the places that you’ve been to,

And the one that you call home,

You’re the things that you believe in,

And the people that you love,

You’re the photos in your bedroom,

And the future you dream of,

You’re made of so much beauty,

But it seems that you forgot,

When you decided that you were defined,

By all the things you’re not.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블리스

출간일: 2020.10.01

분량: 본편 4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이리 오렴."

헤리엇은 작은 고양이에게 손짓하며 다가 오라고 속삭였다.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느라 몸을 둥글게 말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작은 아이는 감각이 뛰어난 모양인지 본인의 상태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경계하면서도 헤리엇에게 다가왔다. 물그림자 속에 집어삼켜질 것처럼 어린 날의 엔저가 조금씩.

어린아이는 조금 소심해 보였다. 하지만 아주 아름답고 빛나는 루비를 가지고 있었다. 붉은색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는걸 본 헤리엇은 눈을 휘면서 활짝 웃었다.

"나는 궁금했어.

그러니까,

나를 사랑해봐."

"전부 선배가 만든 거죠??"

엔저 맥과이어는 손을 뻗어 헤리엇의 하얀 얼굴을 잡고 격정적이고 난폭하게 입술을 부딪쳤다. 얼굴에 피가 여기저기 묻어났다. 목구멍으로 엔저의 피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럼에도 엔저는 너무나도 황홀하다는 듯 어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잡았다... 헤리엇. 나의 신."

헤리엇은 사랑이 궁금했다.

point 2 줄거리

: 땅에는 인간들이, 바다에는 인어들이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인간들의 대표 단테 막심의 아들 알시타가 타고 있는 거대 무역선이 동쪽바다 인어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단테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인어들은 잔혹하게 그 배를 침몰시킨다. 많은 인간들이 죽고, 분노한 단테 막심과 인간들은 인어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군병기로 출전한 헤리엇은 동쪽 바다의 인어들로부터 큰 승리를 얻어내지만, 한 쪽 꼬리를 크게 다치고 조절능력을 잃게 되어, 군에서 쫒겨나 변방 시골로 좌천된다.

승: 초능력자들을 모아 놓은 군부 아카데미, 그 시절부터 헤리엇을 사모했던 엔저는 인어들과의 전쟁에서 단연 두각을 들어내는 전쟁 영웅이었다. 그리고, 대통령 단테 막심은 그 공로를 등에 업고 20년간 장기 집권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단테는 잔인한 인체실험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성공한 군병기 헤리엇을 자신의 초능력인 정신지배로 세뇌한 뒤, 인질 삼아 엔저를 이용했다. 엔저는 헤리엇에겐 온갖 변태짓을 다 하면서도, 한편으로 단테를 칠 기회를 벼른다.

: 그러던 어느날 헤리엇이 있는 시골로 인어들의 대표 앤이 찾아와 알시타의 유언을 전해 준다. 그리고, 길고 험난한 인간과 인어와의 전쟁이 모두 단테의 음모와 계략이었고, 인어들의 무역선 침몰은 조작이며, 알시타 역시 단테에 의해 죽은 것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알시타를 사랑했고, 알시타와 함께 헤리엇을 입양했던 제이든의 도움으로, 헤리엇과 엔저는 엔저의 보좌관인 안쉘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한다.

결: 우여곡절 끝에, 단테의 악행을 밝히고 선거를 통해 안쉘을 대통령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이든이 죽고, 단테가 인어와 낳은 아이가 알시타이며, 알시타의 친아들이 헤리엇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단테 막심은 자신을 버린 인어를 원망하며 인어를 말살시키고자, 자신의 손자인 줄도 모르고 헤리엇에게 끔찍한 실험을 했던 것이었다. 안쉘은 고군분투하며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고, 엔저와 헤리엇은 늘 그렇듯 둘만의 세계에서 행복하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무엇을 느끼고 있습니까?

'루비를 삼킨 인어'를 연재로 보았던 계절은 여름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저는 제가 더위를 먹어서, 뭘 잘 못 본 줄 알았습니다. 그간, 꾀나 많은 변태물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제 자만이 지나쳤습니다. 원래 일탈을 모르는 모범생은 술만 마시면 '과음'이라고 하지만, 물과 술을 구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음주란 생활인 것을요. '과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재하죠. 그렇습니다. 진짜 변태들 사이에서는 '변태적' 행위 자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잘 모으고, 잘 빨고, 잘 듣고, 잘 보여 주는 것이 '변태적'이라 생각하셨다면, 아마 그 사상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공중 댄스씬에 버금가는 공중 정사씬과 더불어, 삐짐을 부르는 정액과 가장 로맨틱한 도청기를 감상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것은 '이 곳'에서 만큼은 참신도 높은 부류가 아님을 다시 한번 꼭!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병맛 코믹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단행본을 물론, 외전까지 나온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물론, 진짜 현실은 아니고 '그 곳'에서의 현실을 다룬 다큐죠. 단순히 비정상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정상적 일상을 누렸어야 하는 대다수의 사람과 인어들의 '현실'이 '단테 막심'일가에 의해 어떻게 통제 되었는지 보여주는 기록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단테 막심은 '정신 지배' 초능력과 대중들을 선동 할 수 있는 화술,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정치력을 사용해서 인어를 몰살 시킬 계획을 세우고, 은밀하고 주도면밀하게 실행하죠. 그리고, 단테 막심의 아들 알시타는 선의와 우정으로 그런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며 인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다 죽고, 그런 전말을 알지 못하는 단테 막심의 손자 헤리엇이 그 꼬인 실타레를 끊어내는 이야기죠. 삼대의 걸친 사건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루비를 삼킨 인어'에 '변태'적 인물과 '심각'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엔저는 헤리엇에 대해 절대적 사랑을 느낍니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헤리엇은 엔저만은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헤리엇은 알시타의 친자이지만, 헤어져 고아원에서 자랍니다. 그리고, 제이든과 알시타에 의해 입양 되었을 때 헤리엇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죠. 그런 헤리엇을 알시타는 애정과 관심을 다해 돌봐 줍니다.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스스로를 이상하게 생각하게 여기지 않도록, 언젠가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말이예요. 하지만, 알시타를 태운 무역선은 침몰하고, 사랑하는 알시타를 잃은 제이든이 실의에 빠져 정신을 놓은 사이, 헤리엇은 실험실 차가운 수조 속에 갇혀 버리죠.

인어의 피를 가진 헤리엇은 그 잔인한 실험에서 살아 남지만, 머리가 하얗게 새 버릴 정도로 고통을 받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웅크리고 지친 몸을 물 속에 띄우고 있을 때, 루비를 박은 듯 빛을 내는 고양이를 보게 되죠. 그때 헤리엇이 느꼈던 감정은 분명 사랑이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마지막 힘을 써서 이룬 하나의 소망이 흔한 것, 쉬운 것, 값싼 것일 수도 없습니다. 사랑하고 싶은 바람, 그 것이 꼭 그 고양이이길 바라는 희망, 그 희망이 이루어 지길 바라는 간절함, 헤리엇은 몇번이고 몇번이고 속삭이죠. '나를 사랑해봐' 그 세뇌가 어린 고양이에게 꼭 삼켜 질 수 있도록...

그리고, 엔저는 그 뒤로 헤리엇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방법에 있어서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 자체에 대해서 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죠. 그리고 엔저는 훗날 헤리엇이 자신에게 '사랑하라'는 세뇌를 걸었다는 암시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엔저는 헤리엇을 사랑한 적이 없고, 헤리엇도 엔저를 사랑한 적이 없는 걸까요?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은, '사랑'을 주제로 한 모든 문학 작품에 주된 갈등 소재로 등장합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내 옆에 있는 커플도 이런 이유로 싸우고 있죠. "정말 날 사랑하는게 맞아?"라고요. '순수한 사랑'이 무엇인지 논한다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닙니다. 사람은 왜 존재 하는지, 왜 태어나서 죽는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고민이 빵도 밥도 떡도 주지는 않지만, 분명 이런 질문들은 삶을 바라보는 시야와 깊이를 넓고 깊게 해 줄테닌까요. 하지만, 정답을 바라고 시비를 따지는 일은 정말 어리석은 일 입니다. 저는 '순수한 사랑' 역시 그렇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보지 않으면 보고 싶고, 울고 있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웃고 있을까 생각하면 웃음이 나고, 배고플까 생각하면 걱정이 되고, 오늘 먹은 점심 메뉴는 잊어버려도 당신에 대해서 들은 것은 조금도 흘려듣지 않게 되는 것... 그런게 사랑이라는 것은 어린 아이도 알고 있지 않나요? 엔저는 세뇌의 사실을 깨닫고 사랑하는 헤리엇을 잃은 것이 아니라 나의 신의 실체를 찾았을 뿐이고, 헤리엇 역시 꿈 속을 걷는 고양이가 덩치 큰 후배가 되었을 뿐이었죠. 그런 마음을 부를 단어는 하나 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느끼는대로 행동하면 그건 동물이지!" 저 고등학교 다닐 때, 담임 선생님이 입버릇 처럼 하셨던 말씀입니다. 그런데, 자주 쓰는 감각은 발달 되는 거 알고 계시나요? 흔히 눈치라고 말하는, 부정적 시그널도 사회생활의 소산이죠. 그런데, 정작 내가 느끼는 수 만가지 긍정적인 감정은 그 순수성을 따지며, 의심하고 계산하며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정상이고 상식적이지만 잿빛 세상을 살아가는지도요.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까?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헤리엇보다 더 느끼고 살고 있는 것은 맞나요? 변태적 행위는 노노노지만, 그래도 그 원인이 '무감'이라면 조금은 슬퍼 질 듯 합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8.02.14

분량: 본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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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청량한 웃음 끝에 이어지는 하나의 수순같은 저 말. 늘 듣는 말인데도 들을 때마다 두가지의 감정이 양극단으로 나를 옭아맨다. 하나는 이상한 설렘으로, 다른 하나는 미칠 것 같은 분노로.

너의 사랑은 나를 좀먹어 들어가고 있어.

나날이 썩어서, 그 껍데기만 남게 되겠지.

언젠가 그것마저 썩어 버리면, 너는 어떤 표정일까.

"나도"

녀석의 말에 부드럽게 대꾸하며 나는 추악하게 쓴 가면 밑으로 떨리는 감정을 숨겼다.

그리고 녀석의 사랑한다는 말에 오늘도 활짝 웃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수혁과 영우는 배다른 형제지만, 수혁은 영우를 살뜰히 챙기고 영우도 수혁에게 의지한 채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어느날 고등학교 동창인 지철이 제대하고, 전화와 외출을 싫어하는 영우도 제대 축하 모임에 나간다. 그리고 그 다음날 평소 수혁을 의식해 영우에게 말을 걸지 않았던 학과 동기들이 영우에게 축제를 도와달라고 한다. 수혁은 타인과 교류하려하는 영우에게 갑자기 난폭하게 굴며 당황스러운 스킨쉽을 한다. 영우는 그런 수혁을 달래면서도 뭔가 어긋났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승: 한편,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우를 좋아했던 지철은 수혁으로부터 영우를 탈출시키려하고, 그런 지철이 영우의 앞에 나타날때마다 수혁 집착은 점점 심해진다. 그러던 어느날 지철은 영우를 데리고 무작정 속초로 떠나고, 영우를 찾아온 수혁은 지철을 폭행한다. 서울에 올라온 영우는 지철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수혁을 대신해 용서를 빌지만, 그런 영우에게 지철은 본인만 모르는 '사실'을 알려준다. 혼란을 느낀 영우는 수혁에게 따로 살자고 제안한다.

전: 수혁은 영우를 감금하고, 영우는 수혁에게 길들여지면서도 탈출을 노린다. 그리고 수혁이 잠든사이 영우는 탈출에 성공하고, 지철에게 전화한다. 지철은 수혁이 가스폭팔사고를 가장해서 영우를 죽였다고 속이고 장례식까지 치렀다고 알려준다. 지철은 영우를 외가로 피신시키고, 영우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한편, 영우는 자신이 죽은후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으로 가지만, 어머니를 보기 전에 수혁에게 다시 잡혀 온다.

결: 영우는 수혁이 영우를 가지기 위해서 했던 일들과, 자신이 잊고 있었던 원죄에게 관하여 듣게 된다. 충격에 쓰러진 영우는 기억을 잃는다. 그리고, 그런 영우에게 수혁은 다시 거짓말을 시작한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영우는 몸이 약해 밖에 나갈 수 없다고 알려준다. 수혁은 영우를 다시 길들이기 시작하고, 스스로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된 영우는 수혁이 준 안락한 감옥에서 수혁을 사랑하게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원색적 피폐물

개정증보판으로 e-book발간이 된지도 제법 되지만, '꼭두각시'는 훨~~ 씬~~ 이전에 쓰여진 작품입니다. 그래서 '옛날 냄새'가 많이나요. 피폐물에도 트렌드라는 것이 있어, 똑같은 감금이고 근친물이여도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좋은말로 '집착'에만 포커스를 맞춘 농도 진한 피폐물이고, 나쁜말로는 세련미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꼭두각시'는 BL판 '미저리'입니다. 눅눅하고 어둑한 공간, 비정상을 숨기지 않는 노골적 행동과 도망치지 않는 소극적 사냥물... 제대로 압박감 오는 전개지만, 한편으로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분위기'가 느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머리쓰지 않고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원색적이고 직접적인 배덕감, 피폐감, 공포감 말이예요. 그런점에서 '꼭두각시'는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많은 계략 집착공들이 수의 인생을 설계(?)하긴 하지만, 그런경우 공은 월등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든, 지위든, 아니면 수를 원활하게 통제가능한 초월적 능력이든 말이죠. 그러고도, '트루먼쇼'처럼 완벽하게 개인을 속이는 것 쉽지 않기 때문에, '자낮수'를 설정하거나 공에 대한 맹신, 냉정한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급박하고 절실한 상황을 깔아 놓습니다. 하지만, '꼭두각시'는 쿨하게 이 과정을 패스하죠.

수혁과 영우는 배다른 형제예요. 영우는 본부인의 아들이었고, 수혁은 밖에서 낳아 온 아이였죠. 수혁의 어머니는 수혁의 아버지를 가지기 위해, 수혁의 아버지 앞에서는 가련한 여자를 연기하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목적으로서 수혁을 대합니다. 그리고, 뒤에서는 영우의 어머니를 스토킹하며 협박도 서슴치않죠.

영우는 어릴때 아버지와 함께 수혁을 만나러 갔습니다. 몸이 안 좋았던 수혁의 어머니는, 자신이 죽은 뒤 수혁을 거둬달라고 말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영우는 아줌마가 죽으면 수혁과 함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상식적이고 소심한 모범생인...영우는 우발적으로 수혁과 함께 살기 위해 아줌마의 인공호흡기를 떼서 죽여요. 그리고 수혁은 그 장면을 보죠.

그 사건은 수혁이 영우와 함께 살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지만, 영우에게 집착하는 도화선이 되기도 합니다. 수혁은 영우의 친구들이 모두 알 정도로 유명인사였습니다. 입학 전에는 교문에서, 입학한 이후로는 교실 문 앞에서 매일 형을 기다렸거든요. 영우의 어머니는 수혁을 학대하고, 어린영우는 어머니에게서 수혁을 구해내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있었죠. 그래서, 영우는 어머니가 없는 공간에서만큼은 언제나 수혁을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친구들은 영우의 이상한 동생과, 그 이상한 동생 때문에 늘 친구들을 뒤로 하는 영우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지만, 영우에게는 더 강한 의무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영우조차도 어쩔 수 없이 수혁을 떼 놓아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때마다 수혁은 영우를 망가트려요. 껌딱지 동생 말고 자기랑 생일을 보내자는 지철의 애원이 있던 날, 영우는 스토커를 만나고 그 이후에 온갖 협박, 성추행 등에 노출됩니다. 그로 인해 밖을 나가기 싫어하고, 전화 사용을 무서워하게 되죠. 그리고, 군대를 들어가기 몇 일 전 수혁이 운전대를 잡은 차에서, 영우는 사고를 당합니다. 그리고 다리에 큰 부상을 입어 다리를 절게 되요. 따로 살자고 말하는 영우는 가스폭팔사고로 죽은 사람이 되고, 수혁에게 도망쳐 잡혀 온 뒤로는 기억을 잃고 피부병 환자가 되어 반 감금 된 유령으로 살아갑니다.

아쉬운 점은,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수세로 몰아넣은 수혁의 '방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미성년 학생이었던 수혁이 어떻게 영우를 범죄자에게 던져 줄 수 있는지부터, 수혁이 폭행, 살인, 방화, 문서조작 등 엄청한 범죄를 벌임에도 세상은 수혁에게 작은 생채기 조차 내지 못한채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 까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이사법' 같은 디테일은 제쳐두더라도, 큰 줄기 속에서도 밑작업에 대한 복선이나 암시는 없고, 그저 '수혁의 계획'이라는 '전제'만이 깔려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암울하고 칙칙하면서도 공포스럽고 숨막히는 분위기가 끊김없이 누적되는 순효과 역시 생기는 듯 합니다. 마지막, 수혁을 속이고 낮 산책을 하는 영우를 보면서, '여운이 느껴진다.'는 감상을 받는 이유도, 열심히 쌓아 온 '검은 진실의 무게'에 비해 영우의 '하얀 작은 거짓'이 그 차만큼이 공백으로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의 정서적 불안만으로 하드캐리하는 것이 어색한 면이 있긴 하지만, '꼭두각시'는 선택과 집중에 강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수시점으로 바라보는, 점점 늪에 빠져 들 것 같은 침전감도 이 작품의 특징이죠. 형을 위해 치킨을 튀기는 살림꾼 동생이라 동생이 형을 키우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영우의 고뇌에 분명 '동생'이라는 허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역키잡 특유의 배덕감도 있습니다.

가끔 어느 키워드로 분류되기 좀 애매한 작품들이 있어요. 그래서 '꼭두각시'는 그냥 '꼭두각시' 인 것 같아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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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52화 + 외전 7화

point1: 한 컷

 

봄툰

 

point2: 줄거리

기: 작은 동네, 군인 아버지와 엘리트 형을 둔 김지성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채 공기업에서 일해 왔다. 하지만, 결혼을 강요 당하자 참지 못하고 가출을 단행한다. 그 후 진지한 사랑을 바라던 모범생 지성은 게이바에서 상기를 만나고 강간당한다. 상기는 지성에게 돈을 주고, 빈손으로 가출한 지성은 상기의 돈을 받고 계속 잠자리를 이어간다. 지성은 원래 하고 싶었던 애견 미용에 관련 된 일은 하지 못하고, 경력을 살려 사무직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대리를 만난다.

승: 친절한 이대리를 좋아하게 된 지성은 곧 그가 게이이고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성은 꿈꾸던 진지하고 행복한 연애를 하며 동물병원 취직도 성공한다. 지성은 상기에게 받은 돈을 갚고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만나고, 그 장면을 본 전 회사 직원은 이대리에게 고자질한다. 이대리는 지성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상기는 대놓은 두 사람을 훼방논다. 지성은 이대리에게 진심이 담긴 편지를 쓰지만 고열로 쓰러져 건내지 못한채 헤어지고, 상기는 아픈 지성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전: 상기는 약과 섹스로 지성을 길들이며 집에 붙잡아 둔다. 그리고 아웃팅을 두려워하는 지성과 그런 지성이 섭섭한 상기는 갈등을 겪지만,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상기는 지성이 과거를 물을 때마다 폭력적으로 변하고, 결국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지성은 상기의 얼굴을 칼로 긋는다. 둘은 헤어지고 지성은 고향으로 돌아가려하지만, 결국 지성은 다시 상기를 찾아가고 둘은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그런 두 사람에게 상기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결: 죽은 친부의 연인이었던 '아버지'는 어린 상기를 학대하고, 성인인 된 후 돈을 뜯어냈다. 한편, 이대리는 지성에게 찾아와 다시 만나자고 하지만, 지성은 거절한다. 그리고 이대리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된 상기는 지성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둘은 헤어진다. 하지만 헤어진 뒤로도 상기와 지성은 서로를 잊지 못한다. 둘은 우연히 다시 만나고, 그때 상기에게 '아버지'가 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이 온다. 그런 상기의 곁에 지성이 함께 있어준다. 두 사람은 용기내어, 서로의 가족이 되어 준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더 나은 사람이 되다.

'나쁜 버릇'은 하드코어합니다. 보면서도 덜덜덜 떨려요. 소심한 모범생, 아직까지 운명의 상대를 믿는 순정남 지성이 상기를 만나면서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모습이 숨 막히기도 하고,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상기가 지성을 협박하고 모욕적 행동을 강요하는 것 보면 흠짓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자동차 탈출씬은... 탈출씬이 아니라 잠금씬이라고 해야 할까요? 고강도 피폐씬으로 손꼽을만 합니다. 그럼에도, '나쁜 버릇' 자체가 그렇게까지 피폐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결론이 완벽한 해피엔딩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퍼즐이 맞춰지는 것 처럼, 서로에게 꼭 맞는 진정한 운명의 상대로 마무리되거든요. 게다가 달달한 외전은 보너스!

압력이라는 것은 무섭습니다. 본래 성질을 바꿔버릴 만큼의 힘이 있어요. 수면을 노닐던 어종이 가라앉아 심해어가 되면, 수압을 견디지 못해 눈이 튀어나오고 몸이 변경되어 다소 괴기스러운 모습이 됩니다. 심지어 퇴적암도 열과 압력으로 변성암이 되면 성질이 변하게 되죠. 하지만, 이것도 엄청한 스트레스를 견뎌내 살아남은 경우에 이야기 입니다. 변하지 않는다면,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생에서 멀어지거나 소멸할거예요.

지성은 오랜세월,집 안에 압력에 숨막힌 생활을 해왔습니다. 아버지를 화나게 만들고,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 못 된 것 같았죠. 그래서, 형을 따라 하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지성이 이성애자가 될 순 없었습니다. 한번도 일탈이라는 것을 해 본 적 없는 순둥이는, 압사 당하기 직전에 살기위해 집을 뛰쳐 나옵니다. 월급 통장, 핸드폰 명의도, 본인의 것이란 없는 의존적인 삶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온실 속에 화초처럼 자란 지성에게 세상은 만만치 않았어요.

상기는 게이인 아버지가 결혼을 해서 낳은 아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속여야 했던 아버지를 지켜본, 그의 연인은 상기가 미웠어요. 꼭, 결혼식에 만난 그 여자를 떠올리게 했죠. 하지만, 상기는 두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조금씩 친구들과 다른 생활을 하게 되요. 그건, 상기를 폭력적이고 감정적이게 만들었죠. 그리고, 친부가 죽자마자 남은 '아버지'는 자신을 버리고 떠납니다. 텅 비어버린 집을 보며, 상기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바로, '혼자 남겨지는 것' 말이예요. 그래서 상기는 관계를 만들지 않고, 즐기는 생활만을 이어갑니다.

그런 상기는 주변에 절대 없을 신기한 유형의 사람을 만납니다. 운명의 상대를 찾고 있다는, 좋은회사 출신의 순진한 지성... 지성은 술김에 잘생긴 상기에게 입맞춤을 하고, 그 간질거리는 스킨쉽은 상기에게 욕망이 섞이지 않은 최초의 스킨쉽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상기는 지성에게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돈도 없고, 겁도 많은 지성을 손에 넣는건 쉬운 일이었죠. 지성은 처음엔 상기에 돈에, 그 다음은 상기와의 섹스에, 마지막엔 게이인 자신이 돌아갈 유일한 장소라는 것 때문에 상기를 찾습니다.

문제는 상기였어요. 너무나 바랐지만 바란적 없는 것 처럼 살았던, 자신을 기다려 주는 존재를 만나요. 상기는 행복해하지만, 그런 지성의 존재는 곧 트리거가 되어 자신을 눌러옵니다. 지성도 자신을 떠날 수 있다는 공포감 말이예요. 그 압력은 상기를 폭주시킬만큼 무거웠고, 지성은 그 때마다 큰 상처를 입어요. 상기와 지성은 몇 번이고 그런 위기를 겪으면서도, 서로를 놓지 못하고 다시 만납니다. 상처주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그때마다 지성은 울고, 우는 지성을 보면서 상기는 지성을 놓아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기혐오의 순간들이 상기에게 쌓여갔을 때, '아버지'와 이대리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상기는 '작은 오해'를 풀지 않고 이별을 선택하죠. 몇번이고 매달리는 지성을 모질게 떼어냅니다. 하지만, 상기에게도 지성에게도 서로는 끝나지 않은 상처이고 사랑이었어요. 다시 만났을 때, 상기는 지성에게 주지 못했던 커플링을 건내줍니다. 그렇게 같은 반지를 끼고 있는 순간에도, 상기는 지성에게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하지 못해요.

그러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매번 돈을 뜯어가는 아버지에게 돈을 주고 친부의 기일에 찾게 되는 이유는, 그가 상기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가족'이었기 때문이었죠. 상기는 친부의 납골당 근처에 정착 할 정도로 '가족'을 바랐지만, 더 이상 혼자 남겨지는 것이 무서워 새로운 가족을 만들지 못합니다.

이럴때 연상의 힘이 발휘 됩니다. 지성은 상기의 곁에 남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되어주죠. 상기는 여전히 지성에게 집착하지만, 지성은 더 이상 휘둘리지 않습니다. 상기의 집착보다, 상기의 불안함을 달래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제일 통쾌한 것은, 드디어 지성이 집에서 월급 통장을 가지고 온다는 것! 성인 샐러리맨의 월급을 부모가 관리한다니... 저로서는 절래절래한 설정이었어요. 어쨌든, 지성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집과는 완전히 절연하죠.

지성과 상기는 자신들을 누르는 무거운 압력으로부터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순두부 지성은 단단해지고, 천둥벌거숭이 상기는 소중한 걸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요. 지성의 가족은 여전히 지성을 불량품이라고 생각하고, 상기가 가족이라 여겼던 두 사람은 모두 죽고 없습니다. 압력이 없어진 것이아니라, 압력을 이기지 못했던 과거로부터 변한거죠. 그래서, 두 사람이 가족이 되는 결말이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처 입고 암울한 삶을 살던 주인공이, 서로를 만나 행복을 찾은 이야기라 '힐링물'로 분류 될 법도 하지만.... 그 피폐한 장면들을 보았던 저로서는, 도저히 '힐링'이라는 글자가 써지지 않더라고요. 중간 부분에는 정말 심장이 뜁니다. '상기야 제발 그만해!' 그런데, 다음 편은 더 심한 씬이 나오고... 그래서, 한 동안 심호흡한 뒤 보곤했습니다. 저 같은 독자1를 위해 한컷 남깁니다. 고 구간을 넘으면, 상기는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된답니다. 안심 안심!

봄툰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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