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12화

point1: 한 컷

봄툰

point2: 줄거리

기: 기중은 졸업 후 우연히 만나게 된 대학교 선배인 우신에게 고백하고 사귀게 된다. 기중이 우신에 대해 아는 것은 대학시절 소문 많았고,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드라마 같은 사랑을 꿈꾼다.'는 우신의 말을 그저 '나한테 잘해'쯤으로 이해했지만, 실제로 우신은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승: 기중은 혼자 드라마 속 주인공을 설정하고 연기를 하는 우신에게 맞춰 주면 연애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한량 남자친구에게 헌신적인 연인역을 연기하는 우신은, 잘하지도 못하는 요리를 하며 고군분투하지만, 기중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스킨쉽이었다. 우신 역시 장면 설정에 열중하며, 기중과 진도를 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이나, 기중은 타이밍을 잡지 못한채 욕구불만에 쌓여가고 있었다.

전: 그러던 중 한량 남자친구의 강압적 스킨쉽을 재연하며 우신을 밀어부치던 기중은, 우신의 눈물어린 싸다구를 맞는다. 기중의 방으로 도피한 우신은 다음전개를 고민하던 중, 현관문을 열고 기중이 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우신은 과거 자신의 이런 연애를 혐오하며 헤어졌던 연인들을 떠올리며 기중 역시 자신에게 질렸을 거라고 생각하며 낙담한다. 하지만, 기중은 한량 남친에게서 주인공을 구하는 연하의 섭캐로 꾸미고 우신의 앞에 나타난다. 설정은 급물살을 타고, 드디어 뜨밤을 보낸다.

결: 그 후 우신이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환자역이나 상남자역에 빠져 있을 때든, 기중은 훌륭한 상대역을 소화하며 사랑을 이어나간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어쨌든... 해피엔딩!

이전 리뷰에서도 살짝 언급했습니다만, 저는 가끔 너무 잘 쓴 글을 보면 짜증이 납니다. 글쓰는 직업이 아님에도, 절대 내가 연출하거나 상상 할 수 없는 디테일의 경지다! 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면, 뭐가 속에서 욱하는 감정이 올라온달까요. 그 감정은 감동이기도 하고 열등감이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클리셰덩어리는 다소 지루하지면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드라마틱하게 사랑해줘'는 그런류의 짜증이 나는 작품은 아니지만, 상상초월이라는 점에서 만큼은 인정입니다. 정말 골때리거든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같은 사랑을 꿈꿉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따라 프로포즈하거나, 특정 드라마의 대사를 어떤 상황의 대명사인것처럼 쓰기도하죠. 드라마는 시대의 이상을 보여준다고도 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나의 연인이 드라마 속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요?

시험하고 의심하고 또 다시 믿고... 이런 과정을 몇번이고 반복해야만 비로소 굳건해 지는 것이 '진심'에 대한 신뢰일텐데, 타인을 연기하는 것으로만 유지되는 연애는 어떤 느낌일까요? 이런 전개가 가능할까요? 사랑한다 말하면서, 사랑이 아닌 것 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기중이... 진짜 우신을 사랑하는구나! 느끼게 됩니다. 정말, 레알, 찐 사랑입니다.

우신은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고,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서 극본 없는 로맨스물을 이어갑니다. 우신을 사랑한 기중은 드라마를 좋아하지도 않고, 우신의 이런 성향을 알고 연애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우신이었고, 우신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과, 자신이 우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 되는 연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는 우신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상대방역을 무난히 수행해나가죠.

우신은 자신의 성향으로 과거 연인들에게 비난을 받고, 헤어짐을 맞아 왔죠. 하지만, 연기를 하지 않는 연애를 모릅니다. 그저, 그것이 우신에게 연인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우신의 연기에 대본이 없기 때문에, 상대역인 기중이 해야하는 바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거죠. 스킨쉽을 진행해야는 부분인 줄 알았지만 공연히 강간범 취급이나 받고, 상남자인척 연기하는 우신이 진짜 못 볼 정도로 베기싫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중은 절대, 우신에게 '그 이상한 짓'을 멈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화가 나도, 우울해져도, 우신을 비정상으로 취급하진 않아요.

근데, 어쩌면 이것이 진짜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재주가 없는 바이올린리스트는 연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말만 열면 상처에 갑분싸지만, 그래도 연주를 들을때면, 아~ 나 사랑받고 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죠. 달변가에 센스있는 사람과의 연애는 장미빛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 능숙함이 반드시 사랑의 정도와 비례하리라는 보장도 없어요.

표현방법이 아니라, 그 안에 든 진심을 볼 수 있는 눈이란 쉽지 않아서, 연애하는 방법에 관한 책들이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법'을 경시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독심술가가 아니고, 오해없이 잘 소통 할 수 있는 것도 노력의 결실이자 재능일테니까요.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 만큼은 '사랑'이 있으면, 그 방법은 귀엽게 봐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랑이 있으면 어쨌든... 해피엔딩입니다.

아! 물론, 데이트 폭력은 절레절레예요. 피폐물에서만 보도록 해요. 현생에서는 즉시 깜빵행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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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6.07.15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어쩌면......

"그러니까 같이 가요."

꿈결같은 목소리 하나가 맴돈다.

'사랑이라면, 네가 알 거야.'

"네."

"밥 다 먹고."

"네."

"제가 사 온 파이도 먹고."

"아......네"

어쩌면,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 생각하기를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알거야.' 미소는 그렇게 말했었다. '사랑이라면, 네가 알 거야.' 언제, 어떻게 알 수 있게 되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이른 아침, 생선 냄새가 다 빠져나가지 않은 자그마한 방 안에서, 몇 달이나 봐 왔는데도 여전히 자신을 조금쯤 어색해 하는 듯 보이는 덤덤한 남자의 얼굴을 앞에 두고, 이렇게 문득 알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은,

미처 몰랐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서승혁은 조직 보스의 동생인 김경우가 저지른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복역했다. 출소 후 조직이 있었던 건물로 찾아가지만, 흔적은 찾을 수 없고, 그곳에는 '서정 책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연히 승혁에게 우산을 씌워 준 사람이 그 책방의 주인 서정이었고, 그 인연으로 승혁은 책방에서 일하게 된다. 전과자인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며, 편안한 쉴 공간을 준 사람... 서승혁은 서정을 좋은 사람이라고, 고마워하고 보답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곧 사랑이 된다.

승: 대기업 재벌3세 서정은 탐욕스러운 집 안 권력싸움에 신물을 느끼고 도망친다. 그리고, 도망친 곳에서 술집 여자 윤미소를 만난다.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 주는 미소와의 만남은 지속되고, 미소는 서정에게 유일한 쉼터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서정이 편안한 삶을 원하는 미소를 위해 책방을 준비하는 사이, 미소는 잔인하게 살해 되어 쓰레기처럼 버려졌고,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무마되었다. 서정은 복수를 위해 끔찍히 여긴 아버지 사업을 돕고, 그 범인 후보 중 하나인 서승혁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전: 서정은 서승혁이 윤미소와 애뜻한 남매관계였고, 미소를 죽인 김경우에게 이용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승혁은 윤미소가 죽었고, 자신이 뒤집어 쓴 범죄가 그 살인임을 알고, 괴로워한다. 서정은 그런 서승혁을 위로해 준다. 한편, 서정은 김경우가 밀엽꾼에게 잔인하게 죽었고, 그 밀엽꾼은 서승혁을 버린 친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승혁에게 계속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서정은 김경우가 죽었다는 것 이외에 모든 사실을 숨긴다. 그리고, 서정은 그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 한편, 서정의 약점을 찾고 싶었던 그의 사촌은 책방을 찾아와 난동을 부리고, 서승혁이 전과자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퍼트린다. 서정은 증거인멸을 위해 책방을 불태우고, 그 장면을 본 서승혁은 충격을 받는다. 서정은 책방을 불태우게 된 이유와, 서승혁에게 마약과 도박장을 하고 있으며, 하게 된 경위에 대해 고백한다. 그런 서정조차도 좋았던 서승혁과, 그런 승혁이 너무 사랑스러웠던 서정을 뜨밤을 보낸다. 서정은 집안의 권력구도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되고, 승혁은 북카페를 새로 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사랑은 서정적인 글을 쓰게 한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본격적 독서 권장 BL소설! 김모래님의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이 맘때면 꼭 한번씩 재탕하게 되는 책입니다.

승혁은 고아원에 있을 때부터 김경우에 괴롭힘과 집단따돌림을 경험했죠. 우직하고, 순하기만 승혁을 챙긴 건 승혁의 누나 정승희뿐이었어요. 정승희를 좋아했던 김경우는 조직 두목인 형을 만나고, 고아원에서 승희를 데리고 나가려고 하죠. 그리고, 승희는 승혁이 함께가는 조건으로 김경우를 따라갑니다. 김경우는 승희에게 집착하면서도, 승희를 이용해서 술집을 운영하고, 승희가 친동생처럼 여기는 승혁을 눈에 가시처럼 여깁니다. 승희에게는 승혁이 인질이었고, 승혁에게는 승희가 인질이었죠. 불행했던 남매는 이곳을 벗어나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합니다.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약속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승혁은 승희가 술집에서 일하기 위해 만든 가명이 '윤미소'라는 것을 모릅니다. 그래서, 김경우가 승희를 돌봐주겠다는 말만 믿고, '윤미소'의 살인죄를 뒤집어 쓴 채 감옥에 가게 되죠. 고아원에서도, 김경우의 꼬봉으로 일하면서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승혁은, 교도소에서 처음 책을 읽게 됩니다. 교도소 내 작은 도서관, 사서의 추천을 받아 시작한 독서는 승혁의 인생을 '서정적'이게 만들죠.

출소 한 후 서정 책방에 일하면서, 승혁은 헌책방을 체운 책들을 읽기 시작합니다. 서정이 추천해 준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며 서정을 떠올리고, 책을 낭독하는 서정의 목소리를 즐기게 되죠.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에는 여러권의 책이 나옵니다. '어린왕자'나 '빈 집'처럼 스토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책들도 있지만, 스치는 듯 분위기를 형성하는 책들도 제법 나옵니다. 책 속에 '책'인 셈이죠.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는 마음으로 보면, 종이 냄새와 창으로부터 밀려드는 빛 속 둥둥 떠다니는 책먼지가 연상되요. 하지만, 속도감과 몰입감이 중요하다면 다소 텐션이 떨어지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책'이라는 것이 승혁과 서정의 간접적 연결고리가 됩니다. 만약, 승혁이 교도소에서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무리 갈 곳이 없어도 '책 방'에서 일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공간에 함께 있으면서 승혁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서정은 승혁을 '범인 후보'로만 여겼을테니까요. 교도관 사서가 조언대로 승혁은 계속 책을 읽었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던거죠. 물론, 승혁과 서정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된 승희에 관한 진실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승혁은 몰라서 불행하지 않고 서정은 숨겨서 얻은 평화를 누렸으니까 좌우지간, 해피엔딩입니다!

'사랑은 서정적인 글을 쓰게 한다.' 책의 한 구절 처럼, 책 속 주인공들은 사랑을 한 후 '서정적'이 됩니다. 암울한 현실이 장밋빛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죠. 승혁과 서정의 삶은 조금도 서정적이지 않지만, 두 사람은 서정적 연애를 하고 있어요.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당신의 단단하고 안락한, 그 작은 세계 속에서, 세상 이토록 서정적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당신을 위하여.'라는 커버 문구처럼, 서정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승혁의, 승혁에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서정의 세상은 서정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서정적'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서정시'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납니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가련하고 아련한, 미려한 단어들로 나열 되어있는 '시'말입니다. 가을이면, 시를 읽고 싶은 이유는, 한해의 끝자락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에 헛헛한 마음을 위로하고 싶은 바람에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내 세계를 서정적이게 만들기 위해서요.

승혁도, 서정도 없는 현생에 대체품인 셈이죠. 물론, 이 책도 마찬가지고요!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8.16 - [BL 소설] - [캠퍼스물/일상물/달달물] 몰낭만 시대의 낭만적 연애 - 김모래

 

[캠퍼스물/일상물/달달물] 몰낭만 시대의 낭만적 연애 - 김모래

출판사: 연필 출간일: 2020.06.26 분량: 본편 2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진짜 맞으면서 운동했어요? 이제는 그런 거 없어진 줄 알았는데." ​ 사진 보는 도중 프레임에 걸려 있는 선배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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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주)조은세상

출간일: 2020.10.27

분량: 본편 1권

 

 

 

 

 

 

 

 

 

 

 

 

 

 

point 1 한 컷

(주)조은세상

 

(주)조은세상

 

point 2 줄거리

 

기: 39살의 인기 많고 유능한 직장인 노즈에, 하지만 근래 반복되는 일상뿐인 생활에 우울해졌다. 29살의 충실한 부하 직원 토가와는 노즈에를 좋아한다. 어느날 함께 나간 외근, 지하철을 놓치고 남은 시간 토가와는 노조에를 데리고 팬케이크 전문점에 간다. 노즈에가 평소 가고 싶어 했지만, 아저씨가 갈 만한 장소가 아니라 가지 못했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타카와는 노즈에의 치부를 가감없이 찌르고, 노즈에의 갱년기가 심해지기 전에 도와 주겠다고 말한다.

승: 그 후 타카와는 퇴근 후나 주말에 노즈에를 데리고 파르페 가게 등 여자들이 좋아 할 만한 아기자기한 디저트 카페를 찾아다닌다. 매번 타카와에게 신세지는 것이 미안했던 노즈에는 여자 직원들에게 좋은 가게를 물어 타카와와 가거나, 타카와의 집에 찾아가 저녁을 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노즈에는 여자직원과 즐겁게 대화하는 타카와를 보고 미묘한 기분을 느끼고, 이후 타카와를 피한다. 하지만, 기분은 나아지지 않고 결국 열이난 채 술자리에 참석한 노즈에를 타카와는 집으로 데려온다.

전: 타카와는 잠든 노즈에에게 스킨쉽을 하고, 더 이상 흔들리고 싶지 않은 노즈에는 모른척 한다. 그러던 어느날 상사의 반강압적 요청에 의해 타카와와 노즈에는 미팅에 나간다. 즐겁게 대화하는 노즈에를 보며 타카와는 과음하고, 술에 취한 타카와를 노즈에는 집으로 데리고 온다. 다음 날 타카와는 노즈에에게 진한 키스를 하며 고백을 한다. 노즈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 다음날부터 평범한 상사와 부하로 돌아간다.

결: 그 후 회식에서 먼저 돌아간 노즈에에게 타카와는 우산을 챙겨준다. 그 모습을 보고 노즈에는 신입사원이었던 타카와를 떠올린다. 노즈에는 더 이상 타카와의 평범한 상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타카와에게 고백을 하고 둘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노즈에는 섹스를 하고 난 뒤 타카와가 자신에게 질릴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피한다. 타카와는 계속 다가가고, 노즈에는 결국 진심을 토로한다. 타카와는 그런 귀여운 아저씨를 마음껏 사랑해주고, 그 다음날 부끄럽쟁이 아저씨에게 청혼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아저씨

밥 잘 사주는 누나에서 밥 잘 사주는 이모가 된지도 제법 된 듯 합니다. 이상한 것은, 딱히 고모로 불리지는 않는다는 것... 아빠와 더 친해도, 돌에 걸리면 '엄마!'를 부르는 것과 같은 원리 일까요? 음... 미스테리해요.

그런데, 20살이 될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민증 뚫지마자 친구들이랑 술집에 가서, '우리 더 이상 10대 아니다. 늙었다. 진짜.' 깊은 한숨 내쉬며 쓴 술을 꾸역꾸역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교 2학년 부터는 '헌떼기'취급을 받았지요. 3학년부터 '원로'였습니다. 4학년때는 자리 차지 하는게 부담스럽다며, 부러 후배들 모이는 곳에 짧게 있는게 매너였죠. 오늘은 내일보다 젊은 날일텐데, 늘 어제보다 늙은날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노즈에는 입버릇 처럼 스스로를 '곧 마흔'이라고 부릅니다. 거절을 할 때도, 술을 마실테도, 디저트 카페에 줄을 설 때도, 모든 대화에 '39살 아저씨'라는 것이 마치 장애인것 처럼 말을 하죠. 실제로, 그 수수하게 웃는 얼굴로 남녀 불문 홀리고 다니면서요. 누구든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상사, 상사의 잔업을 줄여주기 위해 부하들이 합심하는 이상적인 조직의 리더, 상사가 승진시켜주지 못해 안달난 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격하하고 살아요. 후회하고, 우울해 하죠. 39살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엔 너무 늦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그 일들을 하지 못한채 성실하기만 살았던 젊은날을 후회합니다.

그래서, 성실하기만 살았던 삶이 남긴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해요. 능력, 신뢰... 뭐 그런 것들도 있겠지만, 29살 연하의 마음에 불을 짚혀 놓은 것!

'후회는 행복해 지기 위한 과정이고 인생의 연료다.' 노즈에는 과거 신입사원 면접을 보고 돌아가는 타카와에게 이런 말을 해줍니다. 그리고, 타카와는 노즈에의 포로(?)가 됩니다. 노즈에를 지켜보고, 그래서 노즈에도 보지 못한 노즈에의 이면을 정확하게 인지하죠. 여학생들이 발랄하게 셀카를 찍으며 노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 하는 노즈에를, 타카와는 팬케익 카페로 데려갑니다. 그 날 아침, 중년의 남자 혼자 갈 수 없는 장소라고 스스로 체념했던 일을 마치 알았듯이 말이예요.

그리고, 노조에가 사람 좋은 미소로 숨기고 있었던 치부에 대해 낱낱히 읊어요. 노조에에게 한 대 맞을 것을 각오하고 말이죠. 자신의 밑바닥을 이미 알고 있는 후배에게, 노조에는 더 이상 숨길 것이 없어졌습니다. 물론, 순간 빡!은 쳤지만요. 이렇게 두 사람은 디저트 카페 투어를 시작합니다.

파르페를 먹는 노조에는 너무 행복해 보였고, 39살이 있는 아기자기한 풍경은 예상과 달리 전혀 이상하지도 않았어요. 노조에는 오래된 휴대폰을 버리고, 스마트폰을 삽니다. 39살, 옛날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버리고, 옛날 사람이라 포기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갑니다. 타카와에게 더 좋은 여자친구, 더 좋은 연애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아저씨는 용기를 냅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그 대가로 대형 트로피를 받죠. 타나와라는...

'올드 패션 컵케이크'는 제목 그대로 레트로 스타일의 달달한 연애물입니다. 고민을 많이하고, 뻔한 결말을 맞죠. 하지만, 고민은 가볍지 않고, 뻔한 결말도 쉽지 않습니다. 노조에와 타코와의 보글보글 피어나는 고뇌와 각오를 따라가는 길이, 단순히 '킬탐용'이라고만은 생각되지 않습니다. 잔여물이 많이 남지 않지만, 묵직한 버터를 듬뿍 넣은 케익처럼 말이죠.

마지막으로 아저씨의 용기 한 구절 남깁니다!

(주)조은세상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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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현대지능개발사

출간일: 2013.10.11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강해지고 싶어..."

중얼거리며 후지시마는 토오루를 끌어 안았다.

"나는 강해지고 싶어."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고 싶어. 도망치는 게 아니라 싸울 수 있게 되고 싶어.

내 마음에 이기고 싶어.

그리고 언젠가 토오루의 기억이 돌아와 자신의 곁을 떠나는 날이 온다 해도..., 상대방의 행복을 빌 수 있는 자신이 되고 싶어. 이 마음을 강한 힘으로 바꾸고 싶어.

어머니와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무서워했건만 다시 한 번 마주 서 보기로 한 것이다. 동정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토오루와 함께 있는 거라고 말하자. 계속 이 남자를 좋아했었다고 말이다.

경멸을 당해도 그것이 꾸미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다.

'용기를 주세요.' 후지시마는 자신에게 생각지도 못한 행복을 선사한 신에게 기도했다.

어떤 것에도 맞설 수 있는 용기와 받아드릴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모든 것을 드러내고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후지시마는 연인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댔다.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세게, 아주 세게 눌렀다.

point 2 줄거리

COLD Sleep:

타카히사 토오루는 기억을 잃은채 병원에서 깨어났다. 곁에는 자신과 같이 일한 적 있는 친구라 말하는 후지시마 케이시가 있었다. 후지시마는 퇴원한 토오루를 집에 데려와 보살핀다. 후지시마는 토오루에게 사진 전문학교 입학을 권유하지만, 토오루는 그것이 '과거의 토오루'를 강요하는 것 같아 거부감을 느낀다. 토오루는 자신의 과거를 알기 위해 이전에 살았던 집과 직장을 찾아가고, 자신이 다혈질에 폭력적이었다것, 카메라를 좋아해 전문학교 진학을 준비했다는 이야기와, 자신을 찾는 여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과거를 알고 싶어하는 토오루와 그런 토오루를 이해하지 못하는 후지시마는 다투고, 토오루는 집을 나온다.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 술에 취한 후지시마는 토오루에게 키스를 한다. 토오루는 그것이 싫지 않았고, 오히려 후지시마가 좋아하는 케익에 질투 할 정도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한편, 토오루는 단 것을 좋아하는 후지시마를 위해 양과자점 '포트'에서 매일 케익을 사오고, 그 인연으로 '포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빵을 배우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한 여자가 자신을 찾아와 칼을 휘두르고, 후지시마는 토오루를 대신 그 칼에 찔린다.

그리고 토오루는 후지시마가 입원한 병원에서, 자신이 교통사고 가해자이며 그 여자의 동생을 죽였고, 후지시마가 그의 대부분의 재산을 사용해 사고를 무마한채 자신을 데리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토오루는 그 여자에게 용서를 빈다. 그리고 토오루는 후지사마에게 '진실'을 묻고, 후지시마는 토오루가 자신을 싫어했다고 말한다. 후지시마를 싫어했던 기억을 잃어서 다행이라는 토오루에게 후지시마는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COLD Light:

후지시마는 유서깊은 기모노 기업 '나기류'의 장녀 치에코의 장남으로 태어난다. 능력을 인정받아 데릴사위가 된 아버지는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고, '후지시마 혈통'에 집착이 심했던 어머니는, 병약한 그녀의 오빠 야스아키와 통정해 후지시마를 낳았다. 후지시마는 어머니의 광적 집착 속에 끔찍한 통제를 받으며 비정상적으로 성장한다. 한편,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피가 섞이지 않은 토오루를 양자로 입적하고 어머니는 토오루를 학대한다. 초등학생이던 토오루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본가로 숨어든다.

후지시마는 그런 토오루를 발견하고 숨겨준다. 그 후 매일 밤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찾아오고, 후지시마는 토오루를 친동생처럼 보살펴 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후지시마의 토오루에 대한 감정은 이성적인 성애의로 변하고, 참지 못한 어느날 후지시마는 토오루를 만진다. 토오루는 그런 후지시마를 밀치고 도망친다. 그 다음날 치에코는 토오루의 별채에 들이닥쳐, 후지시마가 준 물건들을 훔친 도둑이라며 토오루를 무차별 폭행한다. 후지시마는 뒤늦게 어머니를 말리지만, 학습된 공포로 경직된채 토오루를 돕지 못했다. 그 후 토오루는 기숙사제 학교로 보내진다.

고등학생이 되어 돌아온 토오루는, 행패를 부리며 후지시마를 때린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고 자신의 출신의 비화를 듣자 곧 후지시마가를 떠난다. 홀로 사는 토오루를 후지사마는 찾아가지만,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때리고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토오루가 교통사고 난 후에야 후지사마는 토오루를 볼 수 있었다. 토오루는 후지시마 퇴원 후 계속 연인이 되어 달라고 조르지만, 후지시마는 거부한다. 토오루는 자신을 경멸하고 있고, 기억이 돌아 온 후 '지금의 토오루'에게 사랑받은 기억을 가진채 버려지는 것이 두려웠다.

한편, 후지시마는 토오루와 쇼핑 중 전 부인과 딸을 만난다. 이를 오해한 토오루는 후지시마가 유부남이라고 생각하고, 그에게서 독립하려한다. 하지만, 이사 당일, 전 부인으로부터 토오루의 거처를 알게 된 치에코는 집으로 찾아와 난동을 부린다. 토오루는 후지시마의 거짓말을 눈치채고, 후지시마가 도망 칠 수 없도록 열혈히 구애한다. 후지시마는 어차피 괴로울거면 함께 있자고 말하는 토오루에게 항복한다. 두사람은 애뜻한 연인이 되어, 잔잔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생활을 한다.

COLD fever:

그 후 6년 뒤, 토오루는 기억을 되찾고 6년간의 기억을 잃은채 깨어난다. 혼란을 느낀 토오루는 길거리로 뛰쳐나가고 난동을 부리다 경찰서에 가고, 후지시마에게 인도된다. 토오루는 후지시마에게 경계감을 숨기지 않는다. 후지시마는 6년간의 기억이 없는 토오루에게 파티셰로 호텔에서 일했다고 알려준다. 토오루는 자신과 다르게 붙임성 좋고, 상점가의 아이돌로 귀여움을 받으며, 쿠스다라는 이상적인 친구를 가진 '6년 전 토오루'에 대해 낯설어한다. 한편, 자신을 보살펴주는 후지시마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토오루는 사진전문학교를 다니기 시작한다.

어느날 토오루는 우연히 후지시마의 책상서랍에서 '6년간 토오루'의 사진을 본다. 그리고, 후지시마와 자신의 정사사진을 발견하고, 과거 후지시마의 배신을 떠올리며 분노에 떤다.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심하게 폭생하고, 가위로 성기를 자르려 한다. 그 후 토오루는 매일 후지시마를 폭행하고, 마치 자위도구인듯한 모욕적 성행위를 후지시마에게 강요한다. 후지시마는 토오루의 분노를 기꺼이 감내한다. 그리고, 후지시마가 회사여행을 떠난 날, 키노시타 사토코란 여자가 토오루를 찾아온다.

그녀를 통해 토오루는 자신이 6년전 교통사고의 가해자이고, 후지시마가 자신을 위해 한 일을 알게 된다. 한편, 전문학교 여자인 친구와 집에 있는 토오루는 본 후지시마는 토오루의 독립을 제안한다. 토오루는 불안함에 후지시마를 강간하려하고, 후지시마는 '토오루'에게 도움을 청한다. 후지시마가 사랑하는 '6년 전 토오루'를 지우고 싶었던 토오루는 책상 속 사진을 모두 버리고, 후지시마는 그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집에 돌아온 토오루는 후지시마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공포를 느껴 찾아나선다.

공원에 홀로 앉은 후지시마를 거칠게 안으며 바라 본 토오루는 후지시마가 자신이 아닌 '6년간 토오루'만을 바란다고 생각한다. 토오루는 폭주하여 자신의 목을 조르며 자해한다. 토오루는 후지시마에게 '6년간 토오루'인 척 할테니,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고 간절히 빈다. 후지시마는 토오루를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 후 토오루는 후지시마에게 극도의 분리불안을 느낀다. 어느날 토오루와 후지시마는 함께 바다를 보러 가고, 후지시마는 토오루 앞에서 단 한장 남은 '6년간 토오루'와의 사진을 태운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심연을 마주보다.

이 감정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코노하라 나리세 'COLD 시리즈'는 저의 BL입문작이자 인생작입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04년-5년 즈음 으로 기억합니다. 우연한 기회로 COLD fever를 보게되었고, 충격을 받았죠. 그간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였거든요. 저의 BL life 첫사랑입니다.

하지만, E-book 'COLD시리즈'는 오타가 심하게 많아요. 저도 '오타의 여신'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오타를 잘 발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돈 받고 파는 책이라고는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에, 웃어 넘길 수 없는 오타 천지인 책을 보니, 훌륭한 내용을 너무 많이 훼손하는 것 같아 정말 속상합니다. 단적으로, '책갈피'에 해당하는 단락에서도 오타가 두 개나 있었답니다. 'COLD HEART 시리즈'에는 회사이름도 오타가 납니다. 절레절레예요.

'COLD시리즈'는 아소우 미츠아키님이 작화한 만화책으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을 작화하는 경우에 생략과 편집이 발생 할 수 밖에 없고, 연출력이 부족하면 원작 기대치가 있는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소우 미츠아키님의 'COLD시리즈'는 코노하라 나리세님의 소설과 다른 감동을 줍니다.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메세지를 읽을 수 있어, 저는 두 가지 컨텐츠를 모두 접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소설'과 '만화'의 다른 감상에 대해서는, 후에 아소우 미츠아키님의 'COLD시리즈'를 별도로 리뷰 하도록 하겠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이 싸움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네가 오랫동안 어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네 안으로 들어가서 너를 본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선과 악의 저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BL리뷰하다가 니체가 왠말이냐! 토오루를 보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나답다.'라는 것이 실존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장소, 어떤 상황, 어떤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출되지만, 나는 어떤 '본질'적인 나라는 부분이 있을거라고 말이죠. 대학생 까칠수가 이세계로 넘어가도 까칠한 황후가 되는 것 처럼요. 빈민가에서 태어났을 때와, 재벌가에서 태어났을 때의 성격과 습관은 다르지만, 결국은 '나 다운' 자아로 수렴한다고 말입니다.

"자신에 관해서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은, 자신을 숨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 일 수 있다." 역시 '선과 악의 저편'에 나오는 니체의 말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나'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일지 모릅니다. 파란색을 좋아하고, 단음식을 싫어하고, 건방진 사람과 친해지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나'라고 믿는 것은, 세상에 나의 일부를 정착시키는 것 같은 안정감을 느끼게 하죠.

그러면, 진짜 토오루는 누구일까요? 여자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면서 폭력을 휘두르고, 요리는 전혀 하지 못하면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후지시마에게 배신 당해 절대 그를 용서하지 못하는 토오루가 진짜일까요? 6년간의 토오루는 환상이고, 6년 뒤에 기억을 찾고 본래의 토오루가 된 것 뿐일까요? 왜 기억을 잃은 토오루는, 후지시마에게 배신당 했던 이야기를 듣고도 그를 여전히 사랑 할 수 있었고, 식빵하나 제대로 못 굽는 똥손이 호텔 파티셰가 되어 프랑스 연수까지 갈 수 있게 된걸까요? 상황이 달라져 토오루가 밝아 질 수는 있겠지만, 정말 본질적인 부분까지 기억과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을까요?

'피투'와 '기투'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에 나오는 말인데,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는 겁니다. 태어났는데 그냥 세상에 있다는 거죠. 이것이 '피투'이고 그래서 그저 살아가는 사람을 '비인간'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사람은 이성을 통해서 스스로를 세상에 주체적으로 던 질 수 있는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투'를 통해서 사람은 비로서 '인간'이 되죠. 깊이 들어가면 '자살론'으로 넘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까지 하겠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자신의 심연을 마주할 의지'입니다.

꽃이 그 자리에서 피는 건, 바람의 세기와 씨의 무게가 그 자리에 떨어 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일거예요. 분명히, 나의 많은 부분들 역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져 있을 겁니다. 토오루는 호스티스 어머니에게서 태어나길 선택하지 않았고, 방치되서 영양실조에 걸리길 원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필이면, 연락 간 곳이 후지시마의 아버지였고, 연고도 없었던 그는 복수심 하나로 토오루를 호랑이 굴로 데리고 옵니다. 토오루는 아버지를 찾아 왔지만, 아버지는 보지도 못하고 외딴 별채에서 목욕도, 세탁도, 청소도 할 수 없이 최소한의 밥만 제공되는 가축과 같은 생활을 하죠. 모두 토오루가 거부 할 수 없었던 것들이고, 이는 토오루를 숨박이는 외로움 속으로 몰아 넣습니다.

토오루가 증오심을 느낄 대상은 많습니다. 하지만, 용서 할 수도, 무뎌지지도 않은 상처는 오로지 후지시마 뿐이었죠. 토오루는 자신을 방치한 친모지만, 돌아가게 해달라고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자신을 이런 집에 데리고 오고 만나주지 조차 않는 아버지지만, 정학을 맞고나서 꼭 집으로 돌아옵니다. 자신을 늑골이 부러져 폐를 찌를 정도로 구타한 치에코에게 복수 하지 않습니다. 때리는 것은 그 옆에 후지시마 뿐이었어요. 토오루는 자신에게 한 번도 따뜻한 적 없었던 사람들이 아닌, 유일하게 따뜻했었던 사람만을 원망합니다.

토오루는 외로운 것이 싫었습니다. 축제에 잡은 물고기 한 마리가 죽었을 때, 남은 물고기를 방류하면서 생각하죠. 큰고기에게 먹혀 죽는 한이 있어도, 홀로 남는 것을 볼 수 없다고요.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경멸하지만, 언제나 외롭고 힘들 때는 후지시마를 부릅니다. 토오루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공포는, 사실 후지시마가 아닐 지도 모릅니다.

그건 후지시마의 손길을 밀어냈던,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날 후지시마가 자신을 계속 만지도록 했다면, 후지시마는 치에코로부터 나를 지켜줬을 지도 모른다고, 언제나 처럼 매일 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기모노를 입혀 축제에 데려가주는, 따뜻한 형과 함께 잠들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후회 말이예요.

아무리 살아봐도 후지시마는 오로지 후지시마였고, 토오루는 후지시마가 없으면 누구도 필요없었어요. 정말, 토오루가 만나고 사귀었던 많은 사람들 중에 진심이었던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매정하다고 토오루에게 화내는 여자친구도 없었겠죠. 토오루는 이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후지시마는 자신을 배신했는데, 그 배신자에게 기대지 않으면, 고독의 덫에서 벗어 날 수 없는 불행한 삶을 받아 드릴 수 없었을 겁니다.

기억을 다시 찾은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용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과 후지시마의 정사 사진을 보고 심연 속 숨겨운 공포가 고개를 들죠. 후지시마가 어린 토오루에게 품은 욕정 때문에 시작된 후회로, 끔찍하게 고독했던 생활이 떠올랐을거예요. 후지시마가 토오루를 욕정의 대상으로 보았다는 것이, 토오루를 다시 검고 깊은 심연 속으로 끌어 내렸죠. 토오루는 또 자신이 외로워 질거라는 공포를 느끼고, 패닉에 빠져, 후지시마를 폭행합니다.

후지시마의 성기를 가위로 자르려는 장면은, 그 불행의 씨앗을 제거하고 싶은 충동적 행동이었을 거예요. 저는 성기를 가위로 자르려는 장면이나, 후지시마에게 오럴를 강요하는 장면에서, 잔인함보다는 애잔함이 느껴졌습니다. 살려고 하는, 덫에서 벗어나려고 바락하는 토오루의 절실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6년간 토오루'와 토오루가 다른 것은 바로 그 외로움을 제대로 바라 볼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6년간 토오루'와 토오루 모두 자신을 떠나려는 후지시마를 겪지만, '6년간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위해 케익을 만들고, 좋은 사람이 되어 주고, 거짓말을 하며 자신을 밀어내는 후지시마를 끝까지 쫒아갑니다. 토오루는 '자신이 후지시마를 거부했던 일'로 인해 후지시마에게 곁에 있어달라고 하지 못합니다. 쫒아가 잡지도 못하죠. 그 폭팔 할 것 같은 외로움은 폭력으로 표출되고, 반복되는 외로움에 할 수 있는 건 홀로 후지시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뿐입니다.

내가 심연을 바라 볼 때 심연은 역시 나를 바라보면서, 심연에 취한 나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잠식 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눈을 감지 말고, 똑바로 바라봐.'라고 간절히 외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심연이 나일테고, 어쩌면 가장 열심히 찾고 있는 나일지도 모르죠.

여담입니다만, COLD fever 마지막 후지시마의 대사 중에 "...가지도 못해"라는 부분이 있는데, 솔찍히 좀 잉? 하면서 봤었습니다. 그 후 기회가 있으면 원서에 뭐라고 적혀있나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미뤄지던 일본행이 아예 불가능해졌네요. 뭐, 언젠간 볼 수 있겠죠. BOOK off에서 팔아만 주신다면요 ㅠ.ㅜ

마지막으로 아소우 미츠아키 콜드피버 한 장면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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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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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09.11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폴 포지션. 요한은 자신에게 폴포지션과 같았다. 요한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도 요한을 찾았다. 고카트 하는 아이들 중 요한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한 건 미겔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미겔을 이길거다. 요한에게 챔피언인 자신을 주고 싶었다. 당신이 준 자리에서 내가 우승까지 바로 달렸다고.

point 2 줄거리

기: 포르노 배우 못지 않은 섹시한 외모와 노력형 천재 포뮬러 레이서 미겔 도밍구에스는 다국적 기업 MIH 창립자 손자 요한 카임스의 후원을 받는다. 고카트 시절부터 미겔을 후원한 요한을, 미겔은 사랑한다. 미겔은 오로지 요한에게 잘 보이기 위해 피를 깍는 노력으로 챔피언이 되지만, 요한 앞에만 서면 샤이가이가 된다. 우연한 사고로 요한과 각인을 맺은 후, 기뻐하는 미겔과 다르게 요한은 각인을 해제 할 방법을 찾으며 각인이 자신의 실수라고 자책한다.

승: 요한은 미겔을 처음 본 순간부터 특별하게 생각하고, 이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변했지만, 베타에 가까운 열성오메가인 자신은 빛나는 미겔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원자의 위치에서 미겔과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고, 각인을 맺은 이후로는 자신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미겔과 거리를 두려한다. 게다가, 요한이 보는 경기마다 미겔의 성적이 좋지 않거나 사고가 나자, 요한은 묘한 징크스에 시달리게 된다.

전: 그러던 중 미겔은 경기 중 큰 사고를 당한다. 전복 된 차안 에서 미겔은 요한이 보고 싶었고, 사고를 지켜보는 요한 미겔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상실감과 부정 할 수 없는 미겔에 대한 애정을 직면한다. 미겔은 다행히 큰 부상 없이 깨어나고, 미겔은 요한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자신이 챔피언이 되면 각인한 알파로서 봐 달라고 요구한다. 그런 미겔에게 요한은 챔피언이 되지 않아도 곁에 있겠다고 말한다.

결: 하지만, 미겔은 챔피언인 자신을 요한에게 주고 싶었다. 미겔은 다사다난한 경기에서 고군분투하며, 끝낸 우승 한다. 미겔은 우승의 밤, 파티장이 아닌 요한의 호텔에서 연인으로서 뜨밤을 보낸다. 오랫동안 참아온 절륜한 연하남과의 밤이 요한에게는 매우 고된 시간이었지만, 이후 홀로 러트를 보내려는 미겔을 찾아가 파트너가 되어 준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폴 포지션

폴투윈은 스팩은 짱짱하지만 자존감 낮은 쌍방 짝사랑 공수의 쌍방 삽질물입니다. 10만자 미만의 다소 짧은 분량에도 F1 레이싱 부터, 고구마와 사이다, 히트와 러트까지 꽉꽉 채워 넣은 작품입니다. 단지, 다소 회수가 안 된 듯한 떡밥이 초큼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리디 백포백은 은혜롭기에, 쌍방삽질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감사히 영접했습니다.

미겔은 연하의 대형견공, 밖에서는 미친개 나의 요한에게는 댕댕이예요. 여유로운 어른인 척, 미겔에게 후원자 포지션을 고수 중인 요한은 다소 자존감이 낮고 스토커 기질이 다분한 미겔의 열혈팬입니다. 요한에게 징징대고 싶은 말이 한 트럭이지만 참고 하지 못하는 짝사랑남과, 빛나는 보석에게 자신의 어둠이 묻을까 거리를 두는 또 다른 짝사랑남... 서로가 서로를 발견 한 순간부터 애정은 시작되었지만, 부지런한 쌍방 삽질로 꼬인 실타래 처럼 돌고 돌아요.

짝사랑이야, 그 길이와 형식과 무관하게, BL소설에서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에 자주 접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쌍방 짝사랑은 다소 고구마 천만개의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폴투원은 고구마 기간이 아주 짧습니다. 공 시점과 수 시점 이후에 바로 미겔이 사고를 당하고, 두 사람은 숨겨 온 노력에 비해 매우 빠른 태세 전환을 합니다. 적극적이고 솔찍하게 감정을 고백하죠.

폴 포지션에서 출발해서 레이스를 우승하는 것을 '폴투원'이라고 합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폴포지션은 예선에서 1위를 한 차가 결승레이스에 서게되는 가장 유리한 위치라고 합니다. 출발선 맨 앞, 우승에 가장 가까운 위치, 결승전 참가자 모두가 탐내는 위치, 바로 폴포지션이죠.

미겔과 요한은 서로에게 폴 포지션이었습니다. 많은 돈이 필요한 포뮬러 지망생이 만난 재벌 후원자, 외로움에 텅 비어버린 요한에게 위로가 되고 자랑이 되어 준 고카트장의 원석, 많은 선수들 중에서 요한은 눈에 띠지 않은 평범한 미겔에게 말을 걸었고, 많은 후원자들 중에서 미겔은 요한에게만 적극적으로 자신을 소개했죠. 분명 미겔은 부자 후원자라는 발판이 있었고, 요한은 숨겨진 보석의 최초발견자가 되었지만, 미겔은 요한의 인정을 받기 위해 죽도록 노력했고, 요한은 미겔을 빛나기 위해 엄한 곳에서 열심히 삽질을 했어요.

미겔의 대사대로, 미겔은 좋은 후원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운전을 엄청나게 잘하는 사람이라 성공을 한 걸거예요. 요한도 삽질일지언정, 징크스에도 미겔을 보기 위해 계속 숨어 경기를 보았던 노고가 밝혀져 미겔이 고백하는 도화선이 되었죠.

유리한 위치, 하지만 노력 없이 가질 수 없는 승리, 두 체리보이의 어려운 듯 어렵지 않은 사랑의 결실, 그러기에 미겔이 요한을 얻은, 이 승리는 분명 폴투윈일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레이싱을 생동감 있게 다룬 부분에 강한 몰입감을 느꼈습니다. F1을 잘 모르긴 하지만, 나오는 용어나 진행이 불편하진 않았어요. 각주도 각주지만 '지식 자랑 대잔치'처럼 문맥상 필요 없는 튀는 나열 없이 자연스럽게 이해됐습니다. 한번에 후루룩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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