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57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절벽 위의 신궁에 나라 호방국은 난공불락의 정교일치 국가다. 호방국의 아름다운 지도자 신은, 어느 날 무료함을 참지 못하고 호위무사 아랑에게 천제를 가겠다며, 자신의 대역을 구해오라고 시킨다. 아랑은 노예상에게 가지만 신의 대역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척박한 죽음의 땅인 뿌리굴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누더기 옷을 입은, 신과 똑같은 외모의 호비운을 발견하고 궁으로 데리고 온다.

승: 호비운은 신에게 강간 당하고, 대역으로 이용당하지만, 아픈 어머니와 많은 동생들이 있는 뿌리굴로 돌아가기 위해 참는다. 하지만, 호비운에게 호기심을 느낀 신은 그를 돌려보내지 않는다. 결국, 호비운은 신변을 정리할 수 있는 짤읍 시간을 허락 받아, 신과 함께 뿌리굴로 돌아 갈 수 있었다. 신은 뿌리굴을 호방국의 영토로 선포하고, 구호물자를 나누어 준다. 한편, 사랑하는 형이 신과 함께 떠나는 것을 본, 동생 호진은 질투심에 불타오른다.

전: 과거, 신은 승상과 함께, 광기에 휩싸인 친부와 혁명전쟁을 치르고 지도자가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 유일신이 되면서 종교는 탄압하고, 이때 전교를 위해 호방국에 있었던 피사노 역시 죽는다. 시간은 흘러, 승상의 조카인 신비를 반려로 맞이하지만, 신은 호비운에게 빠져 등한시하고, 신비는 신에게 위험한 미약을 사용하다 유폐된다. 승상은 귀족들을 모으고 만족을 이용해 신을 끌어내리려 한다. 그리고 노예상 카르카난은 호진을 성형시켜 호방국으로 들인다.

결: 한편, 호비운과 신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뿌리굴 출신의 호비운의 등장은 위기로 느낀 귀족과 승상이 모반을 실행하는 도화선이 되고, 결국 승상은 만족에게 호방국의 굳건한 문을 열어준다. 호방국은 초토화가 되고, 신은 그제서야 이 모든 배후에 피사노의 동생인 노예상 카르카난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신은 신민들을 살리기 위해 호방국의 핵인 씨앗을 부수고, 무너지는 망국에 땅에 호비운과 함께 몸을 맡긴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BL같지 않은 BL작품들

내포가 많아질수록 외연이 줄어든다죠. 무슨 소린고 하니, 필수 성분이 늘어나면 늘어 날 수록 소수군으로 남는다는 것이지요. BL이 그렇습니다. 드라마 중에 사랑을 소재로 한 로맨스, 로맨스 중에서도 주인공이 동성애인 퀴어, 퀴어 중에서 남성 간의 애정을 다룬 상업 장르 소설이 BL이니, '일반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소수군의 영역은, 저변 확대를 위해 작가님들이 쉽게 선택 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확실히 BL 시장이 넓어졌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BL'도' 쓰는 작가님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보면 말이에요. 물론, 존잘님과 존잘님이 사랑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묻는다면, 정말 절레절레예요. BLer들의 자극점이 있는데, 그것이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bise님의 'truck stop'리뷰에서 언급했듯이, 상업 소설, 문학 소설, 장르소설 모두 문장이 다르지만, 그 경계를 명확히 긋기 힘든 것처럼요.

물론, 저는 좋습니다. BL같은 BL아닌 BL작품들은, 좋은 말로 '아는 맛' 나쁜 말로 '뻔한 맛'에서 빗겨난 재미를 선사해 주니까요. GL 웹툰인 '치정'을 쓰신 손개피 작가님의 '봉촌각시'나, 판타지 웹툰인 '오마이갓'을 쓰신 강지영 작가님의 '킹메이커' 모두 손 떨리는 명작들입니다. 시놉시스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좀 다른 포인트에 무게를 두고 전개하고 있달까요.

'나, 사랑하다.' 역시 탑툰에서 '허니트랩'을 연재하셨던 달콩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탑툰 자체가 남성향 웹툰 플랫폼이고, '허니트랩'도 매우 남성향 작품입니다. 남성의 판타지와 여성의 판타지가 다르니, 당연히 이상이 반영된 가상세계도 다른 모습입니다. 저는 일반 소설, 로맨스, GL, BL 가리는 것이 없이 보는 잡식인데요... 가끔, 각 장르마다 비슷한 시련을 이겨내고 사랑에 도달하는 커플들의 태도가 판이하게 다른 것을 보면, 역시 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른 별에 살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호방국은 천해의 요새로 아름다운 풍광과 이민족의 침입이 없는 평화로운 국가입니다. 위기가 없는 국가가 그렇듯, 호방국 역시 평화병에 젓어 있었고, 귀족들은 왕의 폭정에도 눈과 귀를 닫습니다. '신'은 아름다운 무희 어머니에게 태어난 지도자의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친부는 예술 작품처럼 완벽한 외모의 아들을 탐하고, 어머니는 자신의 총애를 앗아간 아들을 시기해 목을 조르죠. 어리고 아름다운 신은 혁명을 일으켜 왕이 되고, 그 자리를 공고하기 위해 종교를 탄압하고 유일신이 되요. 그 과정에서, 스승과 같았던 피사노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불운의 황자, 역성혁명, 세상을 바로 세우는 영웅적 군주가 공일 때, 그를 돕는 능력수든 절대적 비호를 받는 소심수든, 결국 공의 상처 입고 약해진 마음에 의지와 위로가 되어 줘요. 사랑만 배우지 못한 공에게 사랑을 알려 주는 존재로서 그려집니다. 호비운 역시, 심술쟁이 변덕꾼 신을 진지하고 신실하게 변화시키죠. 그저 아버지와 다른 군주가 아닌, 포용력 있고 자비로운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잡이이자 동행자가 되어 줍니다. 신은 호비운을 사랑하고, 그를 통해 행복을 배웁니다.

하지만, 과오는 반성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죠. 피사노를 잃은 남동생 카르카난은 신을 죽이고 호방국을 전복시키고자, 오랜 세월 숨죽여 기회를 노립니다. 그리고, 톱니바퀴가 맞물려 바늘을 움직이는 것처럼, 신이 무시했던 날 선 존재들이 동시에 맞물려 데드 플래그의 카운트다운을 발동시키죠. 신의 애정만을 갈구했으나 끝내 치욕스럽게 버림받았던 신비, 킹메이커에서 모반의 중심으로 돌아선 승상, 호비운을 빼앗긴 동생 호진이, 카르카난의 장기말이 되어 멸망의 트리거를 당깁니다.

해피엔딩인 듯, 새드 엔딩인 듯, 열린 결말인 듯 닫힌 결말인 듯, 이야기는 독자에게 그 끝을 맡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확실한 것은, 제법 무게감 있고 완결성 있는 마무리를 한다는 거예요. 사랑은 위대하다. 희생적 애정으로 장엄하고 웅장하게 마침표를 찍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남자는 가슴 크고 순종적인 여자가 나오는 작품이면 다 좋아하고, 여자는 잘생기고 돈 많고 몸 좋은 남자가 평범하고 돈 없는 상대에게 간도 쓸게도 다 내주면 좋아한다고요. 정말... 대답할 가치도 없어요. 패션의 완성도 얼굴이라는데, 당연히 여자든 남자든 이상적인 외모에 대한 판타지는 있겠죠. 하지만, 그게 전제는 될지언정, 핵심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성을 자극하고, 몰입을 이끌어 내는 포인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BL같지 않은 BL 작품들은 그 포인트를 신선한 각도에서 보여줍니다. 게다가, 좋은 작품이란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으니, 그 자체로도 감상에 즐거움이 있습니다. 근래에는 웹툰뿐만 아니라, 로맨스나 판타지 소설을 주로 쓰셨던 작가님들도 BL 소설을 간간이 발간하시더라요. 뭔가, 음? 달라!하고 찾아보면, 동일작가의 다른 작품은 BL이 아닌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추세를 매우 환영합니다. 읽을 거리는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니까 말이에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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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BLYNUE블리뉴

출간일: 2021.01.14

분량: 본편 4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 달래 줄 수 없으니, 울지 마십시오."

그리 말하면서, 태윤은 묘한 손길로 이세희의 고운 손등을 문질렀다. 다행이었다. 바깥쪽에서 볼 때는 발목을 잡는 자신의 손만 보이기에. 이세희와 태윤은, 몸에 가려진 그 틈 사이에서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지마. 네 아버지를 닮은 얼굴로..."

태윤이 쓰게 웃었다. 그네를 타듯, 흔들거리는 이세희의 눈빛에 태윤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의 흔들림이 이리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이세희가 멀어질수록 자신의 죽음을 가까워질 테지만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전 아바마마를 닮았지만 아바마마와 다릅니다."

태윤은 웃음을 슬그머니 지우고서, 충직한 얼굴로 이세희를 응시했다.

"세희 널 지킬거야. 난 어차피 잃을 게 없어. 너만, 날 기억해주면 돼."

"건방지게, 누구 이름을 함부로..."

이세희가 입술을 깨물며 토라진 듯 중얼거렸다. 태윤은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의식하며 이세희의 손을 미련 없이 놓았다. 그의 발목에 천을 맞댄 채, 몸을 일으키며 그의 귀에 대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너무 늦어서 미안해."

이세희가 눈을 감았다. 눈물이 넘쳐흐를 것 같은 위태로움에 태윤은 가슴이 아파와 눈을 내리떴다. 안아주고 싶은 손은 주먹을 쥐었고, 뒤로 물러났다.

이세희를 만난 것이 우연이라면, 그를 지켜주는 것은 필연이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태윤은 담담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장마가 끝난 하늘이 참으로 맑았다.

point 2 줄거리

기: 황제 태공은 천민인 이세희의 외모에 반해 그를 화비로 삼는다. 하지만, 강간으로 시작해, 감금, 폭행, 협박으로 이어진 황제의 집착과 광기는, 화비를 비참하고 불행하게 만들었다. 세희는 황제를 증오하며 반발하고 도망친다. 결국 태공은 세희에게 음심을 품지 않는 아들 태윤을 금군대장으로 봉하고, 세희를 감시하도록 한다. 공노비인 모친의 핏줄을 타고난 탓에, 황제가 될 수 없었지만, 태윤은 바르고 착하게 자라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한 아들이었다.

승: 너그러운 아버지가 세희에게만은 잔혹한 구는 것을 보며, 태윤은 세희에게 연민이 생기고, 곧 이 감정은 사랑으로 바뀐다. 그러다 황후의 절일, 세희는 급습을 당하고, 그 틈을 타 절벽에서 자살하려 한다. 태윤은 세희에게 울며 살아달라고 빈다. 순하고 맑은 눈으로 자신에게 연정을 고백하는 태윤을 보며, 세희는 태윤과 함께 살고 싶어진다. 장마로 길이 막힌 별궁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태윤은 황제에게 세희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전: 태윤은 가산을 정리해 자금을 마련하고, 황가 제사일에 맞춰 세희와 그의 가족들을 도망시키려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태윤의 애정을 보며, 세희는 태윤을 버리고 도망치는 것을 포기한다. 그리고, 세희는 태윤을 황제로 만들려 한다. 세희는 망설이는 태윤을 설득하고, 태자 태경을 이용하여 황제의 광기를 부축인다. 결국 태경은 자승자박하여 사약을 받고, 태경의 친모인 황후 역시 목을 매단다. 그리고, 황제 역시 세희가 먹인 독으로 쓰러진다.

결: 졸지에 황제와 태자의 자리가 빈 혼란의 정국, 황자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모반을 일으키고, 태윤은 아우들을 목숨을 스스로 거두며 황제에 오른다. 태윤은 화비가 훔친 옥쇄로 황제의 유언을 가짜로 작성하고, 황제는 화비와 사이좋게 저주를 주고받으며 죽는다. 한편, 태윤은 자신이 죽인 동생 태건의 아들을 데려와, 자신의 아들로 삼는다. 태윤은 악습을 타파하고 혼란을 바로잡아 성군에 이르고, 그 옆에서 세희는 반려로서 자리를 지킨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유아르님은 진화중!

유아르님... '격리실', '둘만의 밤' 같은 배덕감이 절정에 이른 근친피폐물에서, 배경과 설정같은 디테일의 풍미를 더한 '홍염'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이후 발표된 '광염' '허락된 불온' '폐월' 등등의 작품에서는, 전자도 후자도 아닌 애매~한 맛이었습니다. 이전작을 충분히 즐긴 독자로서는 아쉬웠어요.

금단의 관계에서 공의 독한 집착과 수의 체념, 둘 사이에 애증을 감칠맛 난 나게 묘사한 작품! 하지만 한계가 있는 반복적 소재이다 보니, '전개'에서도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왠지 그 단계가 '홍염'을 끝으로 정체되어 있다고 느꼈거든요. 하지만, 저는 '화비설화'에서 유아르님의 진화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화비설화'도 재미있었지만, 저는 이다음 작품이 더 기대가 되더라고요.

분명히 유아르님 스타일이 있습니다. 태공과 태윤을 보면 어떤 부자들이 떠오르고, 태건과 태윤을 보면 어떤 형제들이 떠오르죠. 태자와 황후를 보면, 또 작은 계기 하나 던져 주고 퇴장한 어떤 악역들이 떠오릅니다. 작품마다 다른 색으로 변신하는 작가님들이 있는 반면, 잘하는 스타일을 고수하는 작가님도 있죠. 단지, 후자의 경우는 더 깊어지거나 다채로워지는 것처럼 상승적 변화가 있어야, 그전과 동일한 만족감을 느끼는 듯합니다.

'화비설화'에서는 '극복'이라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기존의 유아르님 작품의 빻빻한 빨간맛은 수의 모럴을 붕괴하는데 이용되었죠. 이렇게 뜨겁고 강력한 애정이, 그간 수가 쌓아온 인생이나 도덕관을 부시고 길들이는 부분에서, 극적으로 발발했습니다. 그런데, '화비설화'의 집착과 광기는 수를 '체념'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극복'의 동기를 부여해 주기 위해서 역할합니다. 물론, 그 굴림수가 절륜공이 되는 변화도 있습니다.

요는, 메인 공과 수 사이에는 큰 자극의 요소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들은 애틋하고 애절한 사랑을 나눕니다. 희생과 구원이라는 신실하고 순수한 애정의 형태를 띠고 있죠. 반면, 매운맛 사랑은 태공이 담당합니다. 뜨겁고 지독하게 사랑했지만, 배신당하고 씁쓸한 최후를 맞이하는 황제 말입니다. 사랑의 방법이 잔혹하더라도, 사랑의 내용이 절실하다면, 공 혹은 수의 해피엔딩으로 끝났던 전작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또, '홍염'에서 붉은 홍염과 하얀 설원, 푸른 원림 같은 강렬한 색채대비가 공수의 감정 변화를 대변했다면, '화비설화'에서는 청명한 하늘과 장마와 같은 날씨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많은 소설에서 맑게 갠 하늘은 주인공의 밝은 미래를 상징하지만, '화비설화'에서는 반대에요. 거리길 것 없는 화창한 하늘은 세희와 태윤을 가려주지 못합니다. 가림막 없는 세상에서, 천민 출신에 두 사람은 태생적 약자이고 숨죽인 채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장마가 내려 길이 막히고, 세상에 그들을 보지 못할 때에야, 비로소 오롯이 '세희' '태윤'이라는 사람으로서 서로를 마주할 수 있죠.

'공 수 관계'에 한정된 이야기도 확장적 진화를 이룩했습니다. 두둥! 세희와 태윤은 두 예언의 대상이 됩니다. 저잣거리에서 세희의 부모는, 세희의 얼굴이 드러나면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될 거라는 예언을 듣죠. 그리고, 태공은 점쟁이에게 세 아들 중 태공을 뛰어넘는 성군이 나올 거라는 말을 듣고, 그 노파를 죽입니다. 그래서, 세희의 어머니는 세희의 얼굴을 꽁꽁 쌓고, 태공은 스스로 훌륭한 황제의 자질을 갈고닦으면서, 가장 무능한 태경을 태자에 앉힙니다. 둘 모두, 정해진 미래를 거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세희는 동생 세형의 혼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물을 길어 나르고, 그 중간에 마른 목을 축이러 잠시 천을 벗었다가 황제에게 발견되죠. 당시, 강간을 당한 여자는 강간한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풍습이 있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예쁜 세형은 결혼자금을 모아 야만 결혼할 수 있었어요. 큰돈을 주겠다는 소리에 혹해 물건을 나르러 간 대감집에서 세희는 황제에게 강간당하고, 이후 세희의 가족들은 볼모가 되어 불행한 삶을 살게 됩니다.

태공은 자신보다 뛰어난 성군이 될 아들의 존재를 시기 합니다. 하지만, 성군의 기질을 가진 태윤은 천민의 소생이기였기에, 황제가 될 수 없었고, 시기의 대상에서 빠진 태윤은 태공에게 독점적 사랑을 받습니다. 그래서, 세희의 호위가 될 수 있었고, 몇 번의 위기에서도 태윤은 살아 남을 수 있었죠. 태공은, 태건과 태경 중 어리석은 태경을 태자에 올리죠. 예상대로 어리석은 태경은 얕은 수로 세희를 꾀어보려다 멸문을 당합니다. 그리고, 태자의 부재는 다른 황자들의 모반을 부추기고, 결국 태윤을 황제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요.

예정된 두 미래, 하지만 모두 천민이라는 이유로 그 운명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피하기도 합니다. 황제가 된 태윤은 가장 먼저 신분의 제약을 없애 버립니다. 자신이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을 '차악'이었다 정의하며, 사병 제도도 폐지합니다. 선황의 후궁들에게 재가도 허가하고, 허례허식도 줄여갑니다. 그건 천민 출신 황제만이 생각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유아르님 소설에 볼거리가 풍성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다채로운 인물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태건이나 태경, 황후나 정빈, 금군 부하들을 좀 더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작품성'이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참 면구스럽습니다.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기준이 모호하고, 그것을 하나의 특성으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죠. 분명, 자극을 위해 쓰인 소설이라면 '자극'이 잘 묘사된 것으로 충분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작가의 사람과 배경만 바뀐, 동일한 수준의 소재 반복은 체감적 만족이 떨어져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도들은 분명히 그 전작보다 '더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결과'들을 만들어 낼 테고요. 절대적이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작품성 있는 이야기가 완성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작 작가이신 만큼, 다음 작품도 멀지 않은 시일에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분명히, 예상컨대, 대박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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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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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9.03.21

분량: 본편 4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코와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영인은 심혈을 기울여 한 글자 한 글자를 발음해 냈다. 그리 작지도 않게. 명징한 말투로.

"...규화야."

"아..."

부르는 소리에 기어이 눈을 뜬 규화의 시야는, 그토록 선명했다.

찰나의 머뭇거림. 흔들리는 눈동자, 살짝 힘이 들어가는 손끝. 무얼 그리 어려운 말이라고, 한껏 호흡을 머금는 흉곽의 들썩임까지.

하지만 규화는 다리 눈을 감았다. 시각을 배제한 채, 온전히 만끽하는 그의 목소리에 깃든 모든 순간을 제게로 담고 싶었다. 기억해야 했다.

「다시」

"...규화야."

소리가 영원할 수 없어, 원망하던 날이 있었다. 음악을 하는 이 순간을, 언젠가 소리를 되찾을 영인 앞에 고스란히 전하고 싶은 마음에. 몇 장의 음반을 기획했지만 가장 좋은 소리를 남기기 위해 미루고 또 미뤄 왔었다.

왜 그럼이 아닌 음악이었을까 의미 없는 후회도 했다. 화폭에 담길 그림이라면 전해질 수 있을 텐데. 어째서 음악일까. 애꿏은 운명을 탓하고 신은 없다며 염세주의에 매몰되었던 과거의 문규화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안다. 소리는 순간이기에 아름답다. 감정도 변하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영생을 살지 못하는 꽃의 개화가 아름답듯이, 미화되어 버리고 사라질 지금의 '규화'가, 규화에게는 소중했다.

언젠가는 영인의 그 '규화'가, 그 모음과 자음이 뭉개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윽고 영인의 규화를, 더는. ... 규화로 알아듣지 못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응."

규화는 대답했다. 그리고 할 것이다. 자신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point 2 줄거리

: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준우승 후, 피아니스트 문규화는 건초염으로 1년간 안식년을 갖기 전, 서울에서 마지막 리사이틀을 열었다. 기자들의 무례한 질문에 예민해진 규화는 대기실 보안요원에게 짜증을 낸다. 그리고 공연 후 무대 뒤편에서 권교수와 그 보안요원의 대화를 엿 들은 뒤에야, 그가 그토록 찾던 '신정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5년 전 규화가 대상을 받은 콩쿠르에 진정한 우승자는 신정훈이었지만 그는 입상조차 하지 못했다. 규화는 계속 그를 이기는 연주를 해보고 싶었다.

: 하지만, 장영인이 되어 버린 신정훈은 귀와 손에 장애를 가진 조율사가 되어 있었다. 규화는 영인을 개인 조율사로 고용한다. 영인의 마지막 연주는 그 15년 전 콩쿨이었다. 대기번호 16번 문규화, 17번 신정훈, 8살 문규화 연주에 충격받은 11살 신정훈은 악보를 무시한 즉흥곡을 연주하고, 재능 있는 영인을 통해 대리만족하고 입양한 양아버지는 입상조차 하지 못한 영인에게 분노해, 폭행하고 파양했다. 그로 인해 영인은 장애를 얻었지만, 그날을 후회하지 않았다.

: 15년간 서로를 잊지 못했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르게 빠져든다. 그리고 영인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하고, 규화는 거부하지 않는다. 한편, 왜곡된 사랑으로 규화의 세계를 완벽히 통제하는 아버지에 의해, 영인의 존재는 견제 받는다. 결국 아버지의 함정에 빠진 규화는 영인과의 농밀한 대화를 들키고, 규화는 영인의 청력 수술과 치료를 조건으로 미국행을 결정한다. 영인의 옥탑방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규화는 영인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하지만 영인은 거절한다.

: 두 사람은 기약 없는 해후를 언약하며 헤어진다. 영인과의 만남을 통해 피아니스트로 한 층 성장한 규화는 쇼팽 콩쿠르에서 라이벌 바나흐를 누르고 우승한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독립한 후 영인을 찾지만, 영인은 수술도 받지 않은 채 사라진 뒤였다. 그리고 3년 뒤, 다시 찾은 서울 화양 아트홀 공연장으로 동선이 전달된다. 건초염이 있는 규화을 위해 영인이 개발한 동선이었다. 규화는 동선의 출처를 찾아간다. 그리고 독일 함부르크 한 공방에서 피아노를 만들고 있는 영인을 만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열심히'를 틀리지 않는다.

퀴어 소설은 호불호가 강하기 때문에 추천이 쉽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퀴어 소설이자 장르소설인 BL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제에겐 참지 못하고 추천하게 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코노하라 나리세 '콜드피버', 달케이크 '꽃감옥', 그리고 숲속의 은호 '피아노시모'가 바로 그 대상들이죠. 이 세 작품은 주인공이 남자들이라는 것보다, 더 깊은 '인간'으로서의 공감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를 틀리지 말자. 제가 늘 선택의 기로에서 확인하고 다짐하는 말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를 신봉하는 경향이 있어요. YOLO, 워라벨을 외치는 사람들도조차 워크홀릭의 가치를 인정하죠. 무엇이든 열심히만 하면 성공한다는 생각, 그것이 저변에 깔려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의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때론 연료가 떨어져 바다에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깊은 미궁의 늪으로 빠지기도 합니다.

'열심히' 사는 법, '열심히' 일하는 법, '열심히' 공부하는 법, 그리고 '열심히' 사랑하는 법... 그 방법들이 틀리면 안 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규화와 영인은 전형적 헌신공, 헌신수예요. 규화의 첫사랑과 끝사랑 모두 영인이었고, 영인의 첫사랑과 끝사랑 모두 규화였습니다. 규화는 수치스러운 대상을 안겨준 진짜 천재 영인에 대한 열등감에 오랫동안 시달렸고, 영인은 피아니스트 삶을 빼앗긴 악몽의 날임에도 그 제멋대로의 연주를 후회하지 않았죠. 16번 문규화가 멋진 연주를 들려준 것처럼, 자신의 마지막 연주 역시 규화가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었어요. 두 사람은 서로에 삶에 이미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건초염으로 강제 휴식기를 가진 피아니스트와 장애를 가진 조율사의 만남은 흔한 이벤트로 지나칠 수 없었죠.

규화와 영인 사이에, 분명 규화의 아버지라는 갈등 요소가 있습니다. 자수성가형 사업가, 다정한 애정보다 전략적 애정을 택한 노련한 통제광이죠. 규화에게 아버지는 두렵지만 벗어난 적 없는 존재였어요. 어머니의 죽음마저도 인간적 공감이 아닌 필요에 의해 선택적으로 숨길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 아버지에게는 영인은 규화에게 불필요한 낭비 이상의 의미가 없었어요. 규화를 감시하고, 영인을 잘라내요. 하지만, 규화는 영인을 포기 한 적 없고, 영인 역시 굴하지 않아요.

규화와 영인이 오랜 시간을 돌아서야 비로소 재회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열심히'사랑하는 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영인은 청각 손실과 손의 장애로 피아노를 칠 수 없어졌어요. 하지만, 피아노를 조율하는 사람이 되어, 그 나름의 '연주'를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화의 한계는 악보를 읽는다는 것이었고, 그런 규화에게 영인이 알려 준 가르침은 음률을 상상하고 이미지화 시키는 연주였어요. 그러다 규화가 건초염으로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됩니다. 그때부터 영인은 '피아니스트 문규화의 연주'만을 생각해요.

알려 주는 사람도 없고, 대한민국에 동선을 만드는 장인도 없었지만, 영인은 규화에게 맞는 동선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듣는 것'과 '동선을 만드는 것' 중에서 후자를 선택하죠. 영인은 규화에게 거짓말하고, 청력 수술을 받지 않습니다. 소리를 잃더라도, 전자 진동을 삽입해서 예민한 악기 진동을 분별해 낼 수 없는 삶을 거부하죠. 규화가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드는 것... 그것이 영인이 규화를 '열심히'사랑하는 법이었으니까요.

규화는 영인의 수술을 담보로 일시적 이별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영인은 수술을 받지 않았고, 규화가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성공한 뒤에도 만날 수 없었죠.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규화는 영인이 만든 동선을 받고 나서야 영인의 거처를 알 수 있었어요. 규화는 영인에게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하지만, 영인은 3년간 규화를 언제든지 찾을 수 있었음에도, 규화를 외롭게 방치했어요. 규화는 영인에게 원망의 말을 내뱉고, 앞으로 계속 함께 있어달라고 하죠. 이때도 영인은 규화의 곁을 선택하지 않아요. 영인에게는 동선이 아니라, 규화의 '피아노'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거든요.

규화 역시 영인을 그 공방으로부터 데리고 나오지 못합니다. 영인이 선택한 '열심히'의 방법을 응원하는, 사랑법을 선택하죠.

영인은 언제나 규화가 보고 싶었고, 소리를 잃은 대가로 말 역시 잊어 갑니다. 그 순간에도, 영인은 '규화'라는 이름만큼은 잊지 않으려고 연습해요. 내가 듣지 못한 '규화'라도, 마지막까지 들려주고 싶은 소리였으니까요. 하지만, 피아노를 만드는 것으로, 나머지 사랑하는 법을 참아냅니다. 그리고 피아노를 완성해요. 규화는 오로지 피아노를 완성하기 위해 달려온 영인을 걱정합니다. 그런 규화에게 영인은 말합니다. 앞으로는 저 피아노에서 문규화의 연주가 시작할 거라고요. 영인은 피아노를 만들었던 게 아니라, 문규화의 연주를 완성시키려 했던 거였어요.

함께 있어주고, 눈빛을 바라보고, 사랑의 말을 나누는 것이 열심히 사랑하는 법이라면, 영인과 규화는 사랑한 적이 없는 사람들일지도 몰라요. 서로를 외롭게 하고, 둘 사이에 피아노를 꼭 넣었으니까요. 하지만, '열심히'의 방법은 누구도 정해 줄 수 없습니다. 롤 모델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내 삶은 누구와도 같을 수 없죠. 분명히, 나만의 '열심히'가 있을 거예요. 그것이 때론 누군가의 방법론과 반대 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나는 나의 '열심히'를 틀리면 안 됩니다.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을 테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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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코미코

분량: 본편 56화 + 외전 3화

 

 

 

 

 

 

 

 

 

 

 

 

 

 

 

 

point1: 한 컷

 

코미코

 

point2: 줄거리

기: 30살 강호수. 흔한 백수다. 아는 형 김도현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김도현은 갑자기 나타난 친모의 등장으로 정서가 불안해진 이서를, 비슷한 가정환경을 가진 호수에게 보내고, 일당 20만원에 혹한 호수는 그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뼛속까지 서민인 강호수와 저세상급 이서와의 좌충우돌 동거는 시작된다. 불우한 가정사를 가졌음에도 밝고 솔직한 호수에게 이서는 점점 마음을 열고, 그런 이서에게 호수는 빠져든다. 그리고 그 마음을 쉽게 들킨다.

승: 한편, 호수는 이서가 어린 시절 친모의 학대와 친부의 자살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친모의 등장으로 인해 극심한 공황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한다. 호수는 운동선수로서 성공할 기회도 잃고 양모에게 갈취 당하는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주변의 한심한 시선을 담담히 받아낸다. 그런 강한 모습에 이서는 끌리기 시작하고, 호수가 발작을 일으킨 이서를 온몸 바쳐 보호하면서, 이서는 호수에게 제대로 코가 꿴다.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전: 그러던 중 호수의 양모와 이서의 친모가 호수를 찾아온다. 자신을 빌미로 이서에게 돈을 뜯으려는 두 사람을 보며, 호수는 애절하게 매달리는 이서에게 일방적 이별을 통보한다. 그 후 이서는 호주로 떠나고, 친모가 죽었다는 기사와 함께 귀국한다. 도현은 정사가 불안한 이서를, 다시 한번 호수에게 부탁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호수는, 힘들어하는 이서를 찾아간다. 그렇게 호수는 계략공의 덫에 스스로 발을 들인다.

결: 이서는 뻔히 자신을 좋아하면서 계속 도망치는 호수가, 스스로 자신을 선택할 수 있게끔 밀고 당기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애간장을 녹인다. 그리고 이서 역시 더 호수가 좋아진다. 한편, 과거의 사건 이후 인연을 끊고 지내던 양모에게 연락이 오고, 수호는 출생의 비밀과 양모의 진심을 듣게 된다. 수호는 스스로를 옥죄던 공포로부터 벗어나, 이서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다소의 방해는 있지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잘 버리지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산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가족이 되자!

'바람이 머무는 자리'가 절찬리 연재 중입니다. 두둥! 하지만 완결이 나지 않았죠. 작화와 스토리, 분량,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작가님... 부디 손목과 허리 건강을 지키며, 언제까지 작품 활동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사님 작품은 대원씨아이에서 나오기 때문에, 웹툰으로 연재하고 단행본으로도 발간됐어요. 아마도 '바람이 머무는 자리' 역시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다만, 제가 유사님 작품을 웹툰으로 봤기 때문에 웹툰란에 소개해요.

유사님의 작품을 보면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유사님 작품 속 주인공들은 '가족' 혹은 '가문'으로 인해 고통받는 삶을 살아요. 그리고, 진정한 '가족'을 만들면서 행복을 찾아가죠. 그 과정에서 신랄한 난장판에 휘말리기도 하고, 혹독한 이별을 경험하기도 해요. 가족이란 대가 없이 주어진 절대적 내 편이기도 하지만, 끊어 낼 수 없는 업보나 평생 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되기도 합니다. 완전한 타인이 아닌, 통제할 수 없는 분신처럼, 그림자가 되어 따라다니죠.

'적의 심장, 그를 가지다.'에서도 '가족'이라는 키워드는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카산의 아버지는 이겐의 집안을 몰살시키고, 이겐은 카산의 집안을 도륙합니다. 하지만, 카산은 이간을 보며 연민을 느끼고, 이겐은 카산을 믿고 싶어 합니다. 아이러니하죠? 결국, 카산에게 이겐은 가족이 되고, 카산은 이겐에게 상처만 되는 원래 가족을 버립니다. 가족과 가문이 얽매여 행복을 잃은 두 사람이 그 묶은 고통의 고리를 끊어내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저에게 유사님의 대표작은 아직까지 '미치기 좋은 날'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치기 좋은 날'은 '이별'을 중심으로 전반부, 후반부가 나뉩니다. 전반부는 호수의 옥탑방에서 숨어 살았던 다사다난한 동거기를, 후반부는 이별하게 만든 장애물이 사라진 뒤 재회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반부의 묘미는 얼빠수에게 빠져버린 미인공의 풋풋한 첫사랑이 반면, 후반부는 첫사랑의 독한 시련을 견뎌내고 계략공으로 거듭난 집착공의 밀당입니다.

공과 수 모두 겁쟁이지만, 수가 공을 위해 겁쟁이가 됐다면, 공은 수 때문에 겁쟁이에서 벗어나죠. 게다가, 두 사람은 일생에 중요한 시기 우연히 3번 만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비장하게 예고된 것에 비해 잘 활용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어쨌든, 재미있는 짜임새가 곳곳에 배치된 작품임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호수의 애환은 불륜남 친부로부터 시작합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호수는 파양을 두 번이나 당하고, 친부에 의해 마지막으로 입양됩니다. 쓰라린 파양 경험을 가진 호수는, 양부모에게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동생이 태어나고, 양모는 호수가 남편의 불륜 증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호수에게 온 정을 주며 키운 것이 기만 당한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을 때, 양모는 호수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설상가상 그런 호수를 비난하는 소리를 엿듣고, 뛰쳐나간 여동생이 사고로 크게 다치면서, 양모에게 호수는 재앙 덩어리가 돼요.

그 후 호수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돈을 벌어 동생의 병원비와 집안의 생활비를 대기 시작합니다. 홀로 사는 옥탑방, 외로운 생활에도 호수는 가족이라는 끈을 놓을 수 없었죠. 호수에게는 그 조차도 절실했어요. 이용이라도 당하지 않는다면, 가족을 가질 수 없는,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고 스스로를 확정 짓는 것 같았으니까요.

반면, 이서는 아름다운 외모와 악독한 성격을 가진 친모로부터 시작하죠. 이서는 어머니에게 학대받았던 기억, 어머니가 버리고 떠난 후 자살한 아버지의 사체와 함께 방치되었던 기억, 아들을 죽인 어머니 대신 할머니의 비난을 감내해야 했던 기억으로 멍들어 있습니다. 가수로 성공을 하고, 스타가 되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그때의 기억들은 단편적 영상, 구토감, 두통과 공포로 각인이 되어 있었죠.

친모는 자신이 버린 아이가, 그 이서라는 것을 알자마자 돈을 뜯어내려 갖은 수법을 동원합니다. 소속사 사장이 그녀를 끊어내자, 기자들을 찾아가 비련의 생모처럼 연기를 하죠. 이서를 죽고 싶게 하는 트리거는 온 세상에 깔려 있었어요. TV도, 인터넷도, 길거리에 사람들도 모두 그녀와 이서의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친모와 똑같이 생긴, 이복동생이 눈앞에 나타나기까지 합니다. 이서에게 가족은 그저 괴로운 기억에 불과했죠.

두 사람은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존재를 끊어내지 못합니다. 이서도 호수도 그들의 어머니를 용서하고 싶어 하죠. 그런 이서와 호수는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생기고 나서야, 마음속에서 그 오래된 존재들을 밀어내요.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줄 준비를 하듯이 말이에요.

분명, '미치기 좋은 날'의 큰 즐거움은 슈퍼스타에게 사랑받는 신데렐라, 계략공에게 제대로 걸려든 자낮수의 이야기 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고백보다 '나의 가족은 형'이라는 대사가 더 가슴에 와닿는 것을 보면, 이들이 겪은 가족이라는 시련이 제법 강도가 높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서의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독한 유언을 남기며 자살하고, 호수의 어머니는 호수에게 진실을 고백하며 용서를 청해요. 어떤 형식으로든, 두 사람은 묵은 과제를 끝낸 셈이죠. 게다가 스토커에서 남창이 될 뻔한 이서의 동생과, 김도현 사장이 나이차를 극복한 열애에 빠지면서 가족의 경계선은 묘~하게 넓어집니다. 더블데이트인 듯, 가족 회동인 듯 추억을 쌓아가요.

유사님 작품은 작화를 빼놓을 수 없죠. 한 땀 한 땀 수놓은 듯한 머리카락, 공들인 배경, 옷과 장신구를 비롯한 자잘한 소품까지... 손재주뿐만 아니라, 자료조사,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까지 감동이에요. 배경 프로그램을 쓰는 건 작가님의 선택이겠지만, 이질적 3D, 사진을 뭉개 놓은 배경부터 심지어 인물만 있고 배경이 단색인 웹툰들도 수두룩 한데, 이렇게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작화를 보면 명화를 감상하는 것 같습니다.

자율 가격제라면 더 높은 가격으로라도 사보고 싶은, 평준 가격이라는 것이 아쉬운 작품 중 하나예요.

2020년도 몇 시간 안 남았네요. 고럼 마지막은 호수와 이서의 반짝반짝 새해 인사로 대신합니다. Happy New Year!!!

 

코미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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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미스터블루

분량: 본편 24화

point1: 한 컷

미스터블루

 

point2: 줄거리

: 아마추어 록밴드 보컬인 이세율은, 라이브 공연 뒤편에서 늘 자신을 바라보는 대학교 선배 장수빈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었다. 어느 날 술 취한 세율에게 수빈은 말을 걸고, 그 다음날 식사 약속을 잡는다. 그 후 신사적인 수빈은 자연스럽게 이어진 데이트에서 능숙하게 세율을 리드하고, 세율은 그런 수빈을 점점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수빈은 세율과 스킨십은 번번이 피한다. 세율의 서운함이 쌓여가던 어느 날, 세율은 술의 힘을 빌려 수빈과 뜨밤을 보낸다.

승: 하지만, 뜨밤 이후 수빈은 세율의 곁에서 종적을 감춘다. 2주의 시간이 흐르고, 참다못한 세율은 수빈에게 전화를 한다. 세율은 자신에게 사과하는 수빈에게 화를 내며 고백하고, 수빈과 세율은 연인이 된다. 그 후 수빈은 전과 달리 세율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고, 세율이 수빈의 누나 수진과 우연히 대화 한 날 이후, 수빈은 세율이 자신을 떠날까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그리고 술 취한 세율의 친구들이 수빈에게 연락한 날, 수빈은 세율을 감금한다.

전: 수빈의 집안은 부유했고, 최고 권력자인 할아버지는 수빈을 아꼈다. 수빈의 부모님과 누나들은 수빈을 투명인간 취급했고, 관심이 필요했던 수빈은 누나의 새를 죽인다. 수빈은 더욱 격리되고, 수빈의 곁을 지키던 집사 할아버지마저 죽고, 설상가상 그 범인으로 수빈이 지목된다. 수빈은 그 후 가족들의 감시를 받으며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 수빈은 세율을 잃을까 두려웠고, 두려움에 떠는 수빈을 세율은 포용한다.

결: 세율의 반자발적 감금 생활은 그렇게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수진은 수빈과 세율의 행복한 모습을 본다. 수진은 할아버지의 총애를 독차지한 수빈을 시기하며, 수빈을 아낀 집사를 죽이고 누명의 뒤집어 씌어 정신병자로 만들었다. 수진은 수빈을 다시 망가트리기 위해 세율을 죽이려 하고, 세율은 방어하려다 수진을 컵으로 내리친다. 수빈은 세율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세율을 죽이려 했다고 자수한다. 시간이 흘러 세율의 졸업식, 세율은 수빈을 발견한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너의 색

온통 흑백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색채를 띤 한 사람이 있다면, 비록 그 끝이 비극으로 끝날 거라는 걸 알고 있더라도 지나칠 수는 없겠죠.

수빈에 세 세율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온통 검은색과 흰색뿐인 무채색의 배경 속에 한편의 수묵화처럼 색을 가지고 있었죠. 결코, 무엇도 가져서는 안 되는 삶이었지만, 수빈은 그런 세율을 놓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율이 다치지 않도록, 죽지 않도록, 빼앗기지 않도록, 주변일 배회하기만 해요. 하지만, 수빈이 세율을 보고 있었을 때, 그런 수빈을 세율 역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평안한 일생에 돌을 던진다.' 결코 유쾌한 일이라고 볼 수 없을 거예요. '루틴'이란 지루하고 무료하면서도, 깨지게 되면 그것대로 적응과 불편이 따르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길의 끝에서만 시작하는 새로운 시작도 있는 법이죠. 세율은 수빈이 잠겨 있던 잔잔하고 고요한, 불완전한 평화에 돌은 던집니다.

수빈은 부유하나 유복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랍니다. 권력자인 할아버지의 절대적 총애를 얻었지만, 덕분에 나머지 가족들에게 배척 당하죠. 가족들의 즐거운 티파티에, 수빈의 홍차는 없었어요. 관심이 필요했던 수빈은 큰 누나 수진의 작은 새를 죽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수빈의 '불완전한 평화'의 시작점이 돼요.

할아버지는 수진의 새가 죽은 것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수빈의 편을 듭니다. 할아버지에게 반기를 들 수 없는 나머지 가족들은 수빈을 고립시키죠. 그리고 그 이면에서 수진은 수빈을 망가트리기 위해 박차를 가합니다. 수진은 여동생의 고양이를 죽이고 수빈에게 누명을 씌웁니다. 그리고 집 안에서 유일하게 수빈을 아끼던 집사 할아버지를 죽이고, 수빈이 그런 것으로 수빈인 것처럼 꾸밉니다. 가족들은 그런 수빈을 집에서 몰아내고, 서로 돌아가며 감시하죠.

수빈은 심지어 사람을 죽였다고 여겨질 때에도, 위기에 처해진 적 없는 평안한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보여요. 하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묵인한 채, 그 불안한 평화를 누려야 했던 수빈에게 행복은 없었죠. 그 심연에 깃든 것이 무엇이든, 표면은 한없이 잔잔한 일상이었습니다.

근 잔잔한 호수 표면에 돌을 던지는 일... 수빈은 세율을 발견하고, 세율은 늘 라이브 공연 장 뒤편에 자신을 응시하던 수빈을 신경 쓰기 시작해요. 수진에게 세율의 존재를 들키면 안 되는 수빈과 첫사랑에 들뜬 세율...승자는 세율이었어요. 결국, 수빈은 세율에게 '평화의 가면'을 벗죠. 그리고, 세율은 수빈의 방에 족쇄를 찬 채 감금 당합니다.

하지만, 감금 당한 세율보다 감금한 수빈이 훨씬 불안해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우왕좌왕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러면서도 독한 집착욕을 내보입니다. 세율은 그 어설픈 감금범을 다정하게 안아 주죠. 세율 역시 생각치도 못한 힘겨운 연애, 평범했던 일상이 깨지는 사건의 연속이었지만, 그보다 수빈을 먼저 안심시켜주려 합니다. 세율은, 수빈의 사랑이 기형적이라도,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끼고 소중히 여깁니다. 그리하여, 자발적 감금은 이어지죠.

수진은 기껏 망가트린 수빈이, 세율에 의해 행복해지려는 것을 보지 못하죠. 세율을 죽이려 하고, 세율은 손에 닿는 물건을 수진의 머리로 휘둘러요. 피 흘린 채 쓰러진 수진과 떨고 있는 세율을 본 수빈은, 가족들의 위선의 성 안에서 안전했던 거짓 평화를 스스로 깨트립니다. 세율을 죽이려 했다고 자수하죠. 세율은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야, 수빈이 세율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불안한 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돼요.

수빈은 세율을 발견 한순간, 이런 비극을 예상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망가진 채로 살아가는 것이, 누구도 죽지도 괴롭힘당하지도 않는 방법이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세율에게도 말이에요. 수빈을 보내고, 세율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단지, 충격의 여파인지, 세상의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보이기 시작하죠. 그리고, 졸업식 당일, 흑백의 풍경 속에 단 한 사람, 색채를 수빈을 보게 돼요.

세율 역시 그 사람을 만나면, 평온한 일상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는 일렁임 정도가 아니라, 바위를 부수는 파도에 휘말릴 수도 있다로 말이에요. 하지만, 수빈이 그랬듯 세율에게도 멈추지 못하는 순간이었죠. 세율은 도망치는 수묵화 속으로 뛰어듭니다.

삐용삐용! 경고음인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길잡이별이었더라... 길을 잃지 않고, 꼭 나를 발견해 달라고 외치는 간절한 등댓불이었더라... 수빈에게 세율이, 세율에게 수빈이 그렇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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