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20.01.14

분량: 본편 5권

 

 

 

 

 

 

 

 

 

point 1 책갈피

"라온아. 사랑하면 욕심이 생기나봐."

사람을 정상에서 어긋나게 하는, 격렬한 감정. 사랑에 빠지고 나서야 알았다. 무엇을 바쳐서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같은 건, 이번에 처음이었다. 라온을 잃고 싶지 않았다. 라온이 온몸으로 거부할지라도, 그를 살리고 싶었다. 욕심이 피어오른다.

"라온아. 내가 널..."

"그만."

라온은 더는 듣기 싫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너무나도 원해서 비참하기까지 했던 그 사랑을 이제야 받게 되었으나, 라온은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내가 널 살리게 해줘."

point 2 줄거리

기: 하급 늑대인간 구역에 살고 있는 주건일에게, 그의 첫사랑이자 무정히 결혼해 버린 차재민이 나타나 그의 아들 차라온을 1년만 맞아 달라고 한다. 그의 아내 혜라가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아 도망치는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고, 건일은 거절하지 못한다. 건일은 늑대구역에 라온을 살게하기 위해, 라온의 해지가 예정된, 잠시간 각인을 맺는다. 하지만,1년 뒤 차재민과 혜라는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오고, 외할머니에게 마저 버림받은 차라온은 결국 각인한 채 계속 주건일과 함께 살게 된다.

승: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온한 삶을 바랐던 건일은 평범한 인간 고등학교 교사로서 살아왔다. 라온은 조건없는 건일의 애정과 헌신에 경계하지만, 곧 연민을 가진 착한 늑대인간에게 감화된다. 그리고 과거 '차원의 틈'에서 봤던'그'가 건일이라는 사실과 건일에 대한 사랑을 깨닫지만, 건일은 '가족'으로서 라온을 규정하고 벽을 친다. 한편, 라온은 초강한 마법사로 각성하고, 우이헌의 도움으로 마법을 배운다. 그러던 중 수학 여행지에서 두 사람은 마법사 첸위의 공격을 받고, 이 사건을 통해 리치앙에게 노출된다.

전: 리치앙은 라온과 건일을 위기에서 구출하고, 혜라에게 누명을 씌우고 재민과 혜라를 죽게 만든 세력이 자신의 동생을 죽고 사건을 덮었다고 말하며 공조를 제안하고, 라온과 건일은 부득이 수락한다. 라온과 건일을 리치앙의 정령의 도움으로 자연계에 있는 혜라를 만나고, 그 과정에서 건일의 '정체'와 적의 배후에 대해 알게 된다. 한편, 자해를 하며 사랑을 강요하는 라온을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주던 건일은 라온을 무서워하기 시작한다. 라온은 그런 건일을 온전히 가지기 위해 기억을 지우는 마법을 받은척 연기를 한다.

결: 건일은 일부 기억을 지운 라온을 죄책감에 돌보고, 라온의 계획대로 둘의 관계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던 중 적의 공격에 의해 건일과 라온은 위기를 맞고, 라온이 거짓말을 고백하며 빌지만 건일은 라온 대신 죽는 것을 선택한다. 리치앙은 건일을 죽음으로 복수를 포기한다. 라온은 건일을 살리기 위해 자연계로 넘어가 시간을 되돌리는데 성공하고, 몰라던 이면의 '진실'을 알게된다. 라온과 혜라는 자연계를 떠나, 현실로 돌아와 복수에 성공한다. 라온과 건일은 짝으로 살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물망초

근래 수술을 받고, 한 동안 입원 생활을 했습니다. 다인실, 커튼이 쳐진 작은 공간에 누워있자니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든 생각은 병원 안과 병원 밖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 그 다음은 내가 손바닥 만한 주사로 사지의 자유를 빼앗긴 고기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 질 수록 나의 존재가 바람에 흩어지는 모래처럼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허무감...말이죠.

병실은 마치, '이변'의 '차원의 틈' 같아요. 시간의 흐름도 다르고, 세상과 격리되어, 나 홀로 떠도는 공간 말입니다. 세상 속에서도, 차원의 틈에서도 나를 지워 낼 것 같아요. 처음엔 세상 밖의 것들을 생각 하지만, 나중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조차 자각이 안 되요. 그래서, 나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타인의 기억 속에 나를 남기는 수 밖에 없는... 세상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나를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죠.

퇴원 후 '이변'을 읽게 된 저로서는 과진지, 과몰입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런 사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 합니다.

'건일'의 존재는 '무'입니다. 세상에 닻을 내리지 못한, 잘 못 창조된 존재... 그래서, 건일은 자연계로 넘어 올 수 없었죠. 건일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때때로 자신이 세상에 섞이지 못 하고 있다고 느껴왔습니다. 모두가 함께 있는 공간 속에서도, 유난히 존재감이 희미한, 기억되지 않은 사람으로서 살아왔죠. 그리고, 연기처럼 사라져 어떤 사람의 기억 속에도 남지 못하고 잊혀질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건일에게 라온은 자신의 존재를 각인한 유일한 사람입니다. 운명보다 사랑이 강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요?

라온은 건일의 존재하지 않는 운명을 존재하게 만든, '이변'이 됩니다.

건일이 죽고 난 뒤 모두가, 건일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잊어 갈 때도 홀로, 상실의 고통속에서도 건일의 존재를 더욱 강하게 각인해내죠. 결코, 그 사람을 잊어 사라지지 않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아로새깁니다. 그리고, 라온은 끝내 건일의 운명을 세상에 발디딜 수 있게 바꾸어 놓습니다. 잘 키운 역키잡 집착 광공, 진정 브라보입니다!

라온에게 붙은 '후회공' 키워드는, 그래서 살짝 의미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후회공이 후회하는 대상은 사랑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지만, 라온이 후회하는 것은 자신의 거짓말입니다. 모두 공이 한 행동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수'의 입장에서는 차이가 큽니다. 라온의 거짓말로 건일과 라온의 관계가 변하는 것은 맞습니다. '자신이 키운 아이'에서 '젠틀한 성인'이 된 라온은, 보통의 연인들처럼 다정한 말과 진심어린 고백으로 사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자해라는 공포가 필요 없어졌죠. 하지만, 라온이 거짓말을 고백했을 때, 건일은 적어도 두 라온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 않습니다. 어떠한 라온이든 자신이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죠. 발닦개가 되고서야 비로소 '수'의 사랑을 얻어낸 후회공들과는 달라 신선했어요.

'이변'은 너무나 신박하여 초반에 공부가 필요한 세계관을 설정하진 않았지만, 독특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조연 캐릭터들의 스토리 라인도 너무 뻔하고 단조롭지 않아 구성이 다채롭습니다. 그래서, 다소 '구전 동화' 느낌이 나는 부분적인 전개에도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었어요.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한 영화 속 대사처럼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되지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되지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이름이 기억된다는 것이, 그 유명세가 반드시 성공의 기준이 된다고는 생각 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작품을 남기고도 개인의 삶은 형편 없었던 작가들이, 그 예술적 공로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질을 피할 수는 없는 것 처럼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의 기억이 부디 따스하길 바랍니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된 시의 구절 처럼, 라온이 기억이 만들어 낸 건일의 운명처럼, 그렇게 기억 될 수 있다면 부디 물망초의 꽃말을 남기고 싶네요.

'나를 잊지 마세요.'

 

제발...

 

 

 

※ 동일 작가의 다른 작품 리뷰

 

2020/09/26 - [BL 소설] - [현대물/스포츠물/달달물] 키스톤 로맨틱 콤비(키로콤) - 임유니

 

[현대물/스포츠물/달달물] 키스톤 로맨틱 콤비(키로콤) - 임유니

제목: 키스톤 로맨틱 콤비 작가: 임유니 출판사: 로아 출간일: 2016.01.25 분량: 본편 3권 + 외전 3권 #point 1 한 줄 그럼에도 나는 야구를 놓기 싫었다. 놓지 않을 것이다. 스물일곱이 되었지만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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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뉴욕뉴욕

작가: 마리모 라가와

출판사: 대원씨아이

출간일: 2017.03.14

분량: 본편 4권

 

 

 

 

 

 

 

 

 

 

 

 

 

 

 

 

# point 1 한 컷

 

 

대원씨아이

 

대원씨아이

 

 

# point 2 줄거리

 

 

기: 뉴욕 경찰로 일하는 케인워커는 파트너를 구하러 온 바에서 완벽한 이상형인 멜 프레데릭스를 만난다.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극도로 아웃팅을 기피한채 가벼운 만남만 이어왔던 케인과 헌신적인 멜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 케인의 지난 멜의 연인들에게 질투하며 멜을 배신하지만 멜은 케인을 용서한다. 어느날 멜은 마약범죄에 휘말리고 칼에 찔린다. 케인은 멜이 자신에게 잃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승: 케인은 부모님께 아웃팅을 하고 멜을 소개하기 위해 보스턴 본가로 간다. 고교 교사인 아버지는 멜의 존재를 받아드리지만, 어머니는 멜의 존재를 받아드리지 못한다. 오랜만에 만난 케인의 친구도 그의 아웃팅에 배신감을 느끼며 그를 비난한다. 케인은 어머니에게 멜의 어두운 과거를 이야기하고, 상처 입은 멜을 감싸 안아준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케인의 부모님은 멜을 받아드린다.

 

전: 한편, 직장동료이자 게인인 고슈가 에이즈로 죽는다. 케인은 멜에게 청혼한다. 케인과 멜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돌연 멜이 사라지고, 실종 18일째 결혼반지와 함께 멜로 추정되는 시체 일부가 발견 된다. 실의에 빠져 있는 케인에게 FBI 루나 피츠버그가 찾아와 멜이 살아 있을 가능성과 함께 범인으로 죠지 클라인을 지목한다. 케인은 루나와 함께 사건을 쫒는다.

 

결: 죠지는 자신의 죽은 형, 에릭과 닮은 사람을 납치하고 감금, 강간, 폭행 후 살인을 반복한다. 천신만고 끝에 케인은 멜을 구해내고, 루나는 죠지의 누나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사건은로 멜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여론과 주변사람들은 게이커플을 비난하고 조롱한다. 케인과 멜은 뉴욕을 떠나 보스턴으로 간다. 멜과 케인은 그곳에서 가족이 되어, 자랑스러운 아버지들이 되어 살아간다.

 

 

 

#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누군가에겐 '꿈'인 삶

 

 

비야흐로 클레식의 시즌입니다. e-book으로는 2017년에 나왔지만, 종이책으로는 오래 전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마리모 라가와 작가님은 '아기와 나'로 한국에 잘 알려진 작가님이라, 의외로 BL 서적의 존재는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실, '뉴욕뉴욕'을 떠올리게 된 계기는 '흡협귀와 유쾌한 친구들'입니다. 고노하라 나리세 원작과 마리모 라가와 작화라니... 읽기 전부터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실망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만, 미완입니다. 언젠간 리뷰 할 수 있겠죠. ㅠ.ㅜ

 

마리모 라가와 작품에는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사회의 터부를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봅니다. 사회의 그늘에서 네가 손가락질 했던 것들이, 네 이웃이 되고 네 동료가 되었을 때 너는 무엇을 느끼는가?라고 묻는 것 같아요.

 

'뉴욕뉴욕'에 있어서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고든의 대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전히 차별받고, 외롭고, 곤란한 일은 많을거예요. 하지만, 누군가는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조금씩 이해의 지평이 넓어지고, 그것은 과거에 누가 꿈꾼 세상의 일면에 가까워 올지도 모르죠. 마치, 케인의 삶처럼요. 그래서, 전 '뉴욕뉴욕'이 '상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PC(Political Correctness)운동을 아시나요? 미국에선 꾀 오랜역사를 가지고 있는 운동입니다. 소수자를 차별하는 표현을 쓰지 말자는 운동인데,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을 쓰자는 의미에서 PC라고 불립니다. 물론, 논란도 많고, 해석에 따라 논점도 여러갈래로 나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소수자 차별에 대해서 사회가 불편해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삿대질하는 사람들이, 이제 그 사람들에게 불편해지는 사회... 정말 누군가는 꿈에 그린던 세상이 아니었을까요?

 

동성애가 차별 받은 이유 중에 하나는 동성애가 '에이즈를 옮긴다'는 루머 때문이었습니다. '뉴욕뉴욕'을 처음 봤을 때만해도, 멜이 동성 범죄자에게 강간 당한 후 에이즈 검사를 받는다던지,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아 케인과 잠자리를 하지 못하거나, 고든이 게이 파트너에게 옮은 에이즈를 중국인 게이에게 옮긴 부분들에 대해 의아함 없이 봤습니다. 불편하지 않게 봤다는 사실이 불편해지는 부분이죠.

 

'뉴욕뉴욕'은 케인이 멜을 만나 인생이 바뀌게 된 이야기입니다. 케인은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마쳤어요. 잘생긴 외모와 무례하지만 직설적인 화법에 인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적이 없습니다. 지금의 생활을 유지 할 수 있다면, 적당한 거짓말과 거리감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멜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 유일한 신을 섬기듯 '사랑'자체에 헌신적입니다. 케인은 그가 자신했던 것처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을 질투합니다. 그 서툰 사랑의 방식은 멜을 상처 입힙니다. 하지만, 멜은 상처 입고도 다시 케인에게 돌아와 그를 사랑하죠.

 

멜이 기억하는 최초의 기쁜 날은 친모가 자살하던 날입니다. 놀이동산에 데려가, 맛있는 음식도 사주고, 짙은 화장도 없는 수수한 얼굴로 웃어 준 날이었죠. 멜에게 그날, 그 멘하탄은 상처이자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의부에게 학대를 당하고 도망쳐 올 수 있는 곳도, 그 멘하탄 뿐이었죠. 멜은 그곳에서 콜보이가 됩니다. 악질적인 어른들에게 몸을 팔고 하룻밤 침대를 빌리는 생활을 하죠. 

 

그런 멜이 하는 순수하고 맹신적인 사랑은 케인에게 모든 것을 바꿀 이유가 됐어요. 케인은 적당주의 생활을 청산합니다. 그리고 가족에게, 친구에게, 끝내는 동료에게 멜의 존재를 밝힙니다. 멜과 가족이 되고, 멜의 지지자가 되죠. 사실, 그런 것들은 멜을 잃는다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가족의 비난, 사회의 편견, 자기 부정, 소수자라는 것만으로 메야만 하는 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켜야 할 것들이 생기면서, 그 위에 자기만의 십자가를 집니다. 하지만, '지켜야 할 것들의 존재'은 무겁지만 소중합니다. 행운이고 행복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을 무서워 하고 있는걸까?' 케인은 극초반에 생각하죠. 멜을 숨기고,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숨어 파트너를 찾는 생활... 하지만, 케인의 말년은 딸의 눈에 비추어 보아도 편안해 보이죠. 그는 아픈 멜의 곁에서 노래를 불러주었고, 멜과 함께 했던 시간만큼 혼자 살아야 했지만, 그건 멜을 만나지 못했던 시간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멜이 남겨준 것이 있었고, 멜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었죠. 편안하게 눈을 감는 케인의 앞에는 이상형의 천사가 나타나요. 그날, 그 바에서 처럼...

 

만약, 누군가가 바라던 삶이 있다면 그건 이런 삶이 아니었을까요? 행복한 삶 말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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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제목: 천개의 학

작가: 정석찬

연재처: 미스터블루

분량: 본편 34화 + 외전3화

 

 

 

 

# point1: 한 컷

 

 

 

 

미스터블루

 

 

# point2: 줄거리

 

 

기: 깡패출신으로 대기업 총수가 된 천회장은 자신의 아들을 칼잡이 개로 키운다. 회장의 통제하에 '일'을 하던 천계현은 귀가하던 유운학에게 살인 장면을 들킨다. 운학을 죽여야 하는 순간, 계현은 운학에게 자신의 곁에서 일 할 것을 제안한다. 아버지가 남긴 어마어마한 빚과 곧 수능을 보는 동생이 있는 운학은 계현의 제안을 수락한다. 

 

승: 계현은 운학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빚을 대신 청산하고 일자리도 주는 다정한 이사님에게 운학도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조금씩 가까워지고 어느날 계현은 '일'을 한다. 운학은 그런 계현이 두려우면서, 사람을 죽인 후 괴로워 하는 모습이 안스럽다고 생각한다. 용기를 내서 계현에게 다가간 운학은 계현의 이야기를 듣는다. 계현은 살인을 하고 싶지도,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고 싶지도 않았다.

 

전: 뜨밤을 보내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운학은 아버지의 도박빚, 어머님의 가출,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생 효연을 남겨두고 군대로 도망친 일에 대해 말한다. 과거 선택을 책임지 듯 이제 계현 역시 책임지겠다고 말한다. 한편 계현은 천회장을 제거하고 스스로 회장이 되기 위해 천회장에게 반감을 가진 한대표와 연합한다. 그리고 결전의 날, 운학은 계현 대신 총을 맞는다.

 

결: 운학이 깨어 났을 때, 한대표는 운학에게 계현을 떠나라고 하지만, 운학은 계현과 함께 할 것을 선택한다. 계현은 운학과 효연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하고, 운학은 수락한다. 운학은 빚을 지기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 대학생이 되고 천회장과 순탄한 신혼생활을 보낸다.

 

 

 

# point3: 진지충의 review: 선택의 무게

 

 

날씨가 너무 덥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녹을 것 같은 날씨에, 겨울이 마구마구 그리워지네요. 엘사처럼 겨울을 불러 올 수는 없으니, 이미지 트레이닝이라해야 할 듯합니다. 그러다보니 천개의 학이 생각나더라구요. 천개의 학은 겨울에 만나, 봄에 결실을 맺는 이야기예요.

 

한 여름밤의 꿈이 몽환적 열망에 관한 것이라면, 한 겨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요하고 묵직한 시련에 관한 것이 많죠.

천개의 학은 흑백 웹툰이기도 하지만, 어두운 내용에 비해 배경이 눈부시게 밝게 표현 할 때가 많아요. 마치 만지면 차갑지만, 멀리서 바라 볼 때는 눈부시게 빛을 반사해내는 눈처럼요.

 

도박에 빠져 버린 아버지를 어머니가 떠납니다. 그리고, 수순을 밟듯이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고, 돈을 벌어오지 않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운학은 나이를 속이고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보다 6갈 어린 동생을 돌보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립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합격하지만, 대학생이 되진 못합니다. 그 끔찍한 일상에 단비처럼 입영통지서가 도착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시련일지 모르는 군대지만, 운학에게는 도피처였죠.

 

운학은 그곳에서도 집으로 돈을 보냅니다. 그런데, 어느날 효연이 찾아오죠. 엉망인 얼굴로 운학에게 원망하는 내뱉으면서요. 그리고 운학은 제대 후 아버지의 엄청난 빚은 갚으면서 효연을 돌봅니다. 잠도 못 자면서 알바를 하다 병든 운학에게 효연은, 너 아니면 누가 빚을 갚냐고, 수능 얼마 안남았으닌까 아프지 말라는 차가운 말을 남기죠. 운학은 묵묵히 그말을 듣고 있습니다.

 

진짜 효연을 보고 진짜 발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운학 역시 미성년이고 어렸었죠. 하지만, 학교 다니면서 알바하고 아버지의 폭력에 방패가 되어줬습니다. 그건 당연하고, 효연이 그 보호 아래 있는 것도 당연할까요? 최소한의 고마움과 미안함은 있어야 한는 것 아닌지... 그저 지나친 도덕심으로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착한 형제에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돌아가야 할 미움을 몰아 넣는 것인 아닌지.. 받아주는 사람이기에 부리는 패악 같아서 진짜 보기 싫었죠. 그리고, 그걸 당연히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운학도 답답했죠.

 

물론, 지금도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선택의 무게라는 것을 알 것도 같습니다. 선택에는 책임 따른다. 너무 당연하지만 때론 불공평하게 느껴집니다.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하는 입장의 사람도 있지만, 선택을 회피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데 선택했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니... 여기저기 선택을 미루고 떠넘기고 침묵하며 사는 것이 요령있게 사는거라고 말하는 것 같아, 마치 폭탄 돌리기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선택하지 않는 삶이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요?

 

B(birth)와 D(death)사이에 C(Choice)가 있다고 합니다. 운학은 막 태어난 효연을 보고 꼭 지켜주겠노라 약속합니다. 하지만, 어린 운학은 너무 암담했고, 사회는 의무라는 이름의 갓길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운학은 잠시 떠나있는 선택을 합니다. 갓난 아기 효연에게 한 약속은 운학을 좋은 오빠로 만들었고, 군대라는 선택은 자신 이외에 모든걸 배제한 결과가 되어 돌아왔죠. 누군가를 위한 선택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강제 받은 선택도 아니었어요. 그것이 선택의 무게인 것 같습니다.

 

부모를 선택하지 않은 아이들도 부모의 폭력이라는 결과를 감내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마음엔 부채가 없어요. 하지만, 만약 그곳에서 도망을 선택한 아이가 있다면, 결국 폭력에서 벗어나든 벗어나지 않든 마음에 부채를 지게됩니다.

 

선택은 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좋을 때도 있고 아닐때도 있겠지만, 결국은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없는거죠. 운학은 선택이라는 것의 무서움을 압니다. 똑같이 고단한 삶을 살고 있지만, 운학에겐 죄책감이 효연에게는 원망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운학은 다시 천이사를 선택하고 책임지겠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이 선택의 결과가 설사 좋지 않더라도, 기꺼이 받아드리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을 겁니다. 이 만큼 강한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자신도 선택 받나 봅니다. 

 

 

 

※ 동일 작가의 다른 웹툰 리뷰

 

2020/10/27 - [BL 웹툰] - [현대물/코믹물/달달물] 치과는 무서워! - 정석찬

 

[현대물/코믹물/달달물] 치과는 무서워! - 정석찬

연재처: 레진코믹스 분량: 본편 19화 ​ ​ ​ point1: 한 컷 ​ ​ 레진코믹스 레진코믹스 ​ ​ ​ point2: 줄거리 ​ ​ 기: 대학생 강해영은 갑작스러운 치통에 치과를 찾아간다. 간호사 하서윤은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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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색

출간일: 2017.09.29

분량: 본편 4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당신과 나의 결핍이 닮아서. 그런 당신의 다정이 자꾸만 나를 흔들어서. 다정한 목소리로, 눈으로 청신이라 부르는 게 좋아서. 아니, 결국 그 모든게 그저 당신이라서...

 

 

 

point 2 줄거리

 

 

기: 안라국 제일의 권세가 하남후 후계자인 혜연오는 요양을 마치고 16세 상경한다. 관례를 마친 연오에게 아버지는 현 태자가 아닌 연호의 첫째 누이가 낳은 황자를 황제로 만들 계획을 말한다. 황자의 스승이 되어 입궁 예정이 되어 있는 연오 앞에 태자 유예신이 나타나 첨사부에 들어 오라 한다. 연오는 태자의 틈을 찾기 위해 첨사부로 들어간다. 

 

승:  태자는 신분을  숨기고 몇번이나 연오 앞에 신출귀몰하게 나타났다. 태자는 자신을 몰락시킬 하남후의 후계자를 흔들고 싶어 연기를 한다. 하지만, 되려 세상물정 모르는 귀공자에게 흔들려 버린다. 서로를 죽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인 두 사람은 서로를 밀어 내려하지만 연심을 저버리지 못한다. 연오는 가문의 선택을 거부하기로 한다. 그 마음을 숨기지 못했던 연오는 역풍을 맞고, 예신은 황제시해 누명을 쓴채 도망치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

 

전:  기억을 잃은 척 연기를 하며 지옥같은 삶을 살던 연호 앞에 가면을 끈 연국 왕제 예신이 나타난다. 연오는 예신의 측근을 찾아가 예신의 복위와 자신과 가문의 파멸을 몰래 돕기로 한다. 거사의 날, 많은 사람들이 죽고 연호 역시 참형을 받는다. 하지만, 시해 직전 예신은 나타나 연호에게 '묵형'을 선고하고, 산자이나 죽은자로서 비원에 살도록 명한다. 예신은 연오에게 가진 애증의 마음에 괴로워 하며, 연오를 죽이려고 한다.

 

결: 자신의 죽음이 예신에게 해방이 되길 바라는 연오를 보며, 예신은 자신이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음을 안다. 그리고, 측근에 의해 연호가 예신의 복위를 돕고도 죄책감에 함구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예신은 연오를 공신록에 올리며 하남이 아닌 다른 성씨의 가주로서 살게 한다. 예신은 연오를 보호하기 위해, 태후의 아들을 태제로 봉하고 자신은 황후를 봉하지 않기로 약조한다. 연호와 예신은 서로의 유일한 반려가 되어 살아 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꽃을 든 로미오와 칼을 든 줄리엣

 

 

'칼과 꽃'은... 정말 읽기 힘들었습니다. 어려워서 읽기 힘들었다기 보다 빡빡~해서 읽기 힘들었습니다. 시대물은 설명해야하는 것도 많고, 한 문장에도 정보가 많이 들어가 눈에 안들어 오는 경우도 제법 되지만... 그런것을 감안해도, 정말 이것 저것 꾹꾹 눌러 넣으셨더라고요.^^ 줄거리가 빡빡하다기 보다는, 정말 글이 빡빡한... 그래서 살짝 균형이 안 맞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갈등의 절정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봉합은 잉? 뭐여~ 소리가 나왔죠. 후반으로 갈 수록 밀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정말 재탕을 많이 하는 편이라, 재탕을 안 하지는 않을 듯 하지만, 확실히 가벼운 마음으로 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아... 안 좋아하는 의미는 아니예요. 리뷰 할 만큼 좋아합니다^^

 

'칼과 꽃'이라는 제목은 아마도 칼을 놓을 수 없는 운명의 예신과 꽃처럼 자라 아름다운 연오를 빗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예산의 손에 꽃을 연호의 손에 칼이 든 이미지가 더 잘 연상되더라고요.

 

예신은 '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10살에 전쟁터에 몰려, 12살에 자신을 죽이려는 아군을 처음으로 살해하고, 웃는 낯으로 자신을 사지로 모는 새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면서, 내 피로 물든 황위에 앉을 어린 동생을 돌보는 감정의 이름은 '증오'였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환경에서 제대로 자는 법 조차 잊죠. 그러던 예신이 처음 본 연오에게 동백을 건냅니다.

 

연오는 '죽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고 태어난 아들을 아버지는 죽이고 싶어했죠. 가문의 영달을 위해 움직이지 않은 연오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 죽어간 사람들과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난약한 신체... 자신이 마음을 속이지 못해 예신을 죽게 만든 후로 연오는 죽는 것만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친애의 눈빛을 보내는 공주와 황제의 비참한 말로를 신경쓰지 않습니다. 예신 이외에 자신을 포함한 모두것을...

 

로미오가 추방을 당하는 동안, 줄리엣은 약을 먹고 죽은 척 연기를 하지만, 연오는 칼을 들고 예신을 황위에서 추방시킨 사람들에 죽음을 계획합니다. 참, 살벌한 줄리엣이죠.

 

예신이 연호에게 준 '꽃'은 그를 흔들려는 기만이었을지라도 연정을 피우고 예신이 그토록 원했다는 '살아서 황제가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연오의 마음에 연심을 피워 냈으닌까요... 무인도 아닌 연오가 품은 칼은 사람을 치는 살상 무기가 아니라, 나라를 전복지치는 도화선이 되죠. 그래서 예신은 꽃이, 연오는 칼이 더 어울리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양 시대물은 사랑의 비중과 정쟁의 비중이 반비례해요. '사랑'위주면 유아독존 황제님의 할리킹 러브스토리가 되기 쉽고, '정쟁'중심이면 BL을 트러플 소금만큼 뿌린 정치물이 되기 쉬운데요, 칼과 꽃은 후자에 조금 더 가까운 듯 합니다. '사랑'이라는 요소가 중요한 줄거리를 형성하긴 하지만, 사랑이야기를 읽고 싶어하시는 분들은 다소 부족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 중심의 스토리라인을 선호하시면 괜찮을 듯 합니다.

 

1,2권은 인내를 3권에서 절정을, 4권은 조금 아쉽고, 외전은 달달합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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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제목: 꿈의 초상

작가: 엔엔, 오제이

연재처: 코미코

분량: 본편 24화

 

 

 

 

 

# point1: 한 컷

 

 

코미코

 

 

 

# point2: 줄거리

 

 

기:고3인 박현재는 중3때부터 과외 선생님 한이음을 짝사랑하고 있다. 어느날 같은 아파트에 사는 형이 초를 선물해 준다. 수험생에게 좋다는 초를 켜고 자던 날, 현재는 꿈 속에서 자신과 이음의 전생을 보게 된다. 일제강점기 부유한 포목점 아들이었던 박현재는, 자신의 친구 집 하인이었던 이음과 매일 밤 밀회한다.

 

승:현재는 꿈 속 이음과 현실 속 이음 선생님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초를 켜고 자는 날은 날이 늘었다. 과거 박현재는 독립운동 자금을 대고 있었다. 일제에 항거했던 이음의 아버지는 쫒기게 되고, 비가 내리는 날 가족들과 흩어져 외톨이가 되었다. 자신을 간절히 원하는 현재의 마음을 알면서도, 잃을 것이 많은 현재이기에 계속 선을 긋는다. 현실 속 이음이 제자 현재에게 그러는 것 처럼...

 

전:꿈 속 현재는 이음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나라를 잃은 시대, 아무것도 없는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것이 되어주기로 한다. 그리고 독립군으로부터 현재는 동포를 인신매매하는 친구의 장부를 빼와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음은 현재를 대신해서 주인에게서 장부를 찾는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이 나고 목숨을 잃는다. 현재는 이음이 없는 삶을 외롭게 살다가 쓸쓸히 생을 마감한다.

 

결:현재는 수능을 보고 성인이 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이음도 전생을 꿈꾸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음은 과거의 이음이 그랬듯, 쉽게 현재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현재는 과거의 이음과 현재의 이음 모두 자신이 사랑하는 이음이라고 말한다. 현재와 이음은 연인이 된다.

 

 

 

# point3: 진지충의 review: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대

 

 

시놉시스를 보지 않아도 눈물이 날 것 같은 클리셰가 있습니다. 저는 주로 20세기 초를 배경이면... (ㅠ.ㅠ) 그 시대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유럽, 심지어 베트남 아프리카 할 것 없이 다 찌롱수치가... 물론, 그 전 시대에도 전쟁은 있었고, 신분제나 종교탄압이나 마녀사냥 같은 시대적 비극은 존재했죠. 하지만, 유독 20세기 초가 지뢰인 이유는 비교적 가까운 시대이기도 하고, 정말 누구도 행복해 질 수 없는 시대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예요. 승전국은 있지만, 승리한 개인은 없을 수 밖에 없었던 시대...

 

친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 현재는 하인인 이음을 처음 봅니다. 둘은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해요. 내 나라 아닌 곳에서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부는 없었기에, 이음의 주인도 현재 아버지도 친일로 이룩한 거짓 평화를 누려요. 그런 아버지를 둔 현재는 부끄러우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소극적 지식인이었고, 이음은 저항하는 가족을 잃어 본 적 있는 실향민이었죠. 이음은 독립에 관심이 없고, 다만 현재가 가진 부와 지위를 빼앗기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그러다, 어느날 독립군이 자금을 대달라며 현재를 찾아오고, 현재는 이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이음과 현재의 밀회는 오로지 밤이 되고서야 이루어지고, 아침이 오기전에 끝나죠. 현재는 늘 아쉬워 하지만, 이음은 밤에 숨어 만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깊어 져서도 안 되고, 무엇인가 바뀌어서도 안 되는, 그저 남의 눈을 피해 잠시라도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에 만족하죠. 해가 지고서야, 어두운 곳에서야, 비로서 무엇이라도 가슴에 품어 볼 수 있었던 시대의 단편이 되어서요.

 

그런 이음이 현재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죠. 그것은 이음에게 현재의 선택을 함께 할 용기를 줍니다. 이제 눈가리고 아웅하기를 포기합니다. 현재와 이음은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고, 현재는 그걸 말하고 싶어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자신은 일제에 부모를 잃었고, 자신의 주인은 이 땅의 어린이들을 팔고 있죠. 내가 모른척해도 없어지지도 나아지지도 않는 일들을 제대로 볼 용기, 그리고 그 선택이 이음을 죽게 만들었죠.

 

이 시대를 살기 좋은 시대라고 부르긴 힘들겁니다. 이 시대를 위로하는 책들과 살기 힘들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는 데이터들이 연일 뉴스에 나오고 있죠. 어느 시대든 비틀린 구조 속에서, 배드엔딩을 맞을 수 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거예요.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더 좋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시대는 그 장애를 하나씩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에 입학한 현재는 몇년 후 취업난에 시달릴거예요. 실업자가 될 수도 있고, 면접 준비를 하면서 표정 연습을 하는 신세가 서러워 질지도 모르죠. 내 나라 없는 설움은 없어도 내 집 없는 설움은 있고, 먹는 것이야 그 때보다 풍족해 졌지만, 단 하루도 돈 벌지 않으면 물 한모금 사 마실 수 없죠. 서울에서 시냇물을 떠 먹겠습니까?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둘은 태양 아래에서 서로를 볼 수 있고, 누군가의 희생없이도 사랑 할 수 있죠.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시대... 두 번째 삶이 해피엔딩이라고 불릴 수 있는 유일한 이유겠죠. 그리고 충분한 이유일테고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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