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20.01.14
분량: 본편 5권
point 1 책갈피
"라온아. 사랑하면 욕심이 생기나봐."
사람을 정상에서 어긋나게 하는, 격렬한 감정. 사랑에 빠지고 나서야 알았다. 무엇을 바쳐서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같은 건, 이번에 처음이었다. 라온을 잃고 싶지 않았다. 라온이 온몸으로 거부할지라도, 그를 살리고 싶었다. 욕심이 피어오른다.
"라온아. 내가 널..."
"그만."
라온은 더는 듣기 싫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너무나도 원해서 비참하기까지 했던 그 사랑을 이제야 받게 되었으나, 라온은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내가 널 살리게 해줘."
point 2 줄거리
기: 하급 늑대인간 구역에 살고 있는 주건일에게, 그의 첫사랑이자 무정히 결혼해 버린 차재민이 나타나 그의 아들 차라온을 1년만 맞아 달라고 한다. 그의 아내 혜라가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아 도망치는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고, 건일은 거절하지 못한다. 건일은 늑대구역에 라온을 살게하기 위해, 라온의 해지가 예정된, 잠시간 각인을 맺는다. 하지만,1년 뒤 차재민과 혜라는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오고, 외할머니에게 마저 버림받은 차라온은 결국 각인한 채 계속 주건일과 함께 살게 된다.
승: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온한 삶을 바랐던 건일은 평범한 인간 고등학교 교사로서 살아왔다. 라온은 조건없는 건일의 애정과 헌신에 경계하지만, 곧 연민을 가진 착한 늑대인간에게 감화된다. 그리고 과거 '차원의 틈'에서 봤던'그'가 건일이라는 사실과 건일에 대한 사랑을 깨닫지만, 건일은 '가족'으로서 라온을 규정하고 벽을 친다. 한편, 라온은 초강한 마법사로 각성하고, 우이헌의 도움으로 마법을 배운다. 그러던 중 수학 여행지에서 두 사람은 마법사 첸위의 공격을 받고, 이 사건을 통해 리치앙에게 노출된다.
전: 리치앙은 라온과 건일을 위기에서 구출하고, 혜라에게 누명을 씌우고 재민과 혜라를 죽게 만든 세력이 자신의 동생을 죽고 사건을 덮었다고 말하며 공조를 제안하고, 라온과 건일은 부득이 수락한다. 라온과 건일을 리치앙의 정령의 도움으로 자연계에 있는 혜라를 만나고, 그 과정에서 건일의 '정체'와 적의 배후에 대해 알게 된다. 한편, 자해를 하며 사랑을 강요하는 라온을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주던 건일은 라온을 무서워하기 시작한다. 라온은 그런 건일을 온전히 가지기 위해 기억을 지우는 마법을 받은척 연기를 한다.
결: 건일은 일부 기억을 지운 라온을 죄책감에 돌보고, 라온의 계획대로 둘의 관계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던 중 적의 공격에 의해 건일과 라온은 위기를 맞고, 라온이 거짓말을 고백하며 빌지만 건일은 라온 대신 죽는 것을 선택한다. 리치앙은 건일을 죽음으로 복수를 포기한다. 라온은 건일을 살리기 위해 자연계로 넘어가 시간을 되돌리는데 성공하고, 몰라던 이면의 '진실'을 알게된다. 라온과 혜라는 자연계를 떠나, 현실로 돌아와 복수에 성공한다. 라온과 건일은 짝으로 살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물망초
근래 수술을 받고, 한 동안 입원 생활을 했습니다. 다인실, 커튼이 쳐진 작은 공간에 누워있자니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든 생각은 병원 안과 병원 밖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 그 다음은 내가 손바닥 만한 주사로 사지의 자유를 빼앗긴 고기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 질 수록 나의 존재가 바람에 흩어지는 모래처럼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허무감...말이죠.
병실은 마치, '이변'의 '차원의 틈' 같아요. 시간의 흐름도 다르고, 세상과 격리되어, 나 홀로 떠도는 공간 말입니다. 세상 속에서도, 차원의 틈에서도 나를 지워 낼 것 같아요. 처음엔 세상 밖의 것들을 생각 하지만, 나중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조차 자각이 안 되요. 그래서, 나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타인의 기억 속에 나를 남기는 수 밖에 없는... 세상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나를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죠.
퇴원 후 '이변'을 읽게 된 저로서는 과진지, 과몰입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런 사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 합니다.
'건일'의 존재는 '무'입니다. 세상에 닻을 내리지 못한, 잘 못 창조된 존재... 그래서, 건일은 자연계로 넘어 올 수 없었죠. 건일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때때로 자신이 세상에 섞이지 못 하고 있다고 느껴왔습니다. 모두가 함께 있는 공간 속에서도, 유난히 존재감이 희미한, 기억되지 않은 사람으로서 살아왔죠. 그리고, 연기처럼 사라져 어떤 사람의 기억 속에도 남지 못하고 잊혀질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건일에게 라온은 자신의 존재를 각인한 유일한 사람입니다. 운명보다 사랑이 강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요?
라온은 건일의 존재하지 않는 운명을 존재하게 만든, '이변'이 됩니다.
건일이 죽고 난 뒤 모두가, 건일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잊어 갈 때도 홀로, 상실의 고통속에서도 건일의 존재를 더욱 강하게 각인해내죠. 결코, 그 사람을 잊어 사라지지 않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아로새깁니다. 그리고, 라온은 끝내 건일의 운명을 세상에 발디딜 수 있게 바꾸어 놓습니다. 잘 키운 역키잡 집착 광공, 진정 브라보입니다!
라온에게 붙은 '후회공' 키워드는, 그래서 살짝 의미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후회공이 후회하는 대상은 사랑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지만, 라온이 후회하는 것은 자신의 거짓말입니다. 모두 공이 한 행동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수'의 입장에서는 차이가 큽니다. 라온의 거짓말로 건일과 라온의 관계가 변하는 것은 맞습니다. '자신이 키운 아이'에서 '젠틀한 성인'이 된 라온은, 보통의 연인들처럼 다정한 말과 진심어린 고백으로 사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자해라는 공포가 필요 없어졌죠. 하지만, 라온이 거짓말을 고백했을 때, 건일은 적어도 두 라온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 않습니다. 어떠한 라온이든 자신이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죠. 발닦개가 되고서야 비로소 '수'의 사랑을 얻어낸 후회공들과는 달라 신선했어요.
'이변'은 너무나 신박하여 초반에 공부가 필요한 세계관을 설정하진 않았지만, 독특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조연 캐릭터들의 스토리 라인도 너무 뻔하고 단조롭지 않아 구성이 다채롭습니다. 그래서, 다소 '구전 동화' 느낌이 나는 부분적인 전개에도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었어요.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한 영화 속 대사처럼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되지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되지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이름이 기억된다는 것이, 그 유명세가 반드시 성공의 기준이 된다고는 생각 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작품을 남기고도 개인의 삶은 형편 없었던 작가들이, 그 예술적 공로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질을 피할 수는 없는 것 처럼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의 기억이 부디 따스하길 바랍니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된 시의 구절 처럼, 라온이 기억이 만들어 낸 건일의 운명처럼, 그렇게 기억 될 수 있다면 부디 물망초의 꽃말을 남기고 싶네요.
'나를 잊지 마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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